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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굴을 볼 때 대칭이 잡혔는지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좌우가 대칭인 사람은 매우 드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비대칭이다. 태어날 때부터 비대칭이었을까? 태어날 때는 대부분의 얼굴이 좌우대칭이었을 것이다.

태어날 때 좌우대칭인 얼굴이었다 하더라도 자라면서 비대칭이 될 수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한쪽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치 오른손잡이, 왼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한쪽 턱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필자는 앞니가 큰 편이다. 어린 시절, 영구치 앞니가 먼저 나오면서 앞니들끼리만 먼저 닿았다. 앞니끼리만 닿았기 때문에 식사할 때 어금니가 닿지 않았다. 식사할 때 음식을 씹기가 불편하니까 한쪽으로 턱을 돌려서 으깨는 습관이 생겨났다. 나중에 교정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이런 기능적인 문제를 해소했지만, 그때의 습관으로 인해 어느 정도 얼굴이 비대칭이다.

필자처럼 어릴 때 이가 잘 맞물리지 않는 현상이 없어도, 어금니가 빠지거나 아파서 씹기가 불편하면 반대쪽 치아만 사용하여 음식을 씹게 된다. 한쪽 치아만 사용하는 게 익숙해지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한쪽으로 음식을 씹는 습관을 편측저작이라 한다. 편측저작은 얼굴 좌우를 비대칭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한 쪽으로 주로 씹게 되면 자주 사용하는 쪽 치아는 원래 자기가 맡은 일의 2배를 하게 되니까 더 많이 닳게 된다. 반대쪽 치아는 거의 닳지 않기 때문에 높낮이가 달라진다. 자주 사용하는 쪽은 금이 가거나 빨리 깨지기도 한다.

반대로 치주질환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쪽 치아에 잘 생긴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게 되면 자주 사용하는 쪽의 치아는 음식물에 의한 자정작용 때문에 비교적 청결도를 유지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쪽은 음식물이 머물러 있으면서 치태(플라그)와 치석이 매우 잘 침착이 되어 잇몸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편측저작의 경우, 치주질환이 생길 확률이 10배 가까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턱관절은 좌우가 동시에 움직이는 관절이다. 씹지 않는 쪽의 턱관절은 씹는 쪽으로 더 많이 빠져나오게 된다. 오랫동안 한쪽 턱을 주로 사용하면 턱관절 축이 많이 쓰는 쪽으로 틀어진다. 턱 끝의 중심도 많이 쓰는 쪽으로 삐뚤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쪽 턱관절에 무리를 주어 턱관절장애와 관련된 두통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쪽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쪽 사이에 근육이 다르게 발달하게 된다. 한쪽 팔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반대쪽 팔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팔의 근육이 반대쪽에 비해서 커질 것이다. 턱도 마찬가지이다. 많이 쓰는 쪽의 근육이 더 발달해서 커지게 된다. 근육이 커지기 때문에 그쪽 얼굴이 더 커져보인다.

한쪽 근육이 더 발달하면서 좌우 근육의 힘도 달라진다. 많이 쓰는 쪽 턱의 근육의 힘이 강해진다.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하듯이 턱관절 양쪽에서 근육이 붙잡고 있는데 이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한쪽으로 얼굴형이 틀어진다. 턱근육과 연결된 광대뼈의 양쪽 높이가 달라진다. 심지어는 양쪽 눈과 눈썹의 높이가 달라지고, 코가 휘어보이기까지 한다.

필자의 얼굴을 등고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 필자의 얼굴 필자의 얼굴을 등고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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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한쪽 턱을 많이 쓰다보니 얼굴이 한쪽으로 틀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왼쪽 턱을 많이 쓴 탓인지 얼굴이 왼쪽으로 휘어있다. 왼쪽 눈썹과 눈이 오른쪽보다 살짝 아래에 있다. 코도 일직선이 아니다. 턱 끝은 약간 왼쪽으로 쏠려 있다. 얼굴 가운데를 이은 선이 살짝 왼쪽으로 휘어 있다.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반대쪽인 오른쪽 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거울을 보면서, 많이 쓰던 왼쪽 턱 근육에 보톡스를 직접 주입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유지한 습관이라 단시일에 바꾸기는 힘들다. 잘 안 쓰던 쪽으로 씹으려니 잘 안 맞물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색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서 어색하던 느낌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도 이제는 어느 쪽 턱을 많이 쓰는지가 자연스럽게 파악이 된다. 한쪽 얼굴이 커서 고민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한쪽 턱을 많이 사용해서 그 쪽 얼굴만 발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가 치과의사는 아니지만, 저작습관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턱을 사용하는 습관에 따라서 얼굴의 대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많이 틀어진 얼굴보다는 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고 좋은 인상을 준다.

자신이 편측저작을 하는지, 한다면 어느 쪽을 많이 쓰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한번 보자. 치아를 위아래로 맞물려보면서 주로 어느 쪽 턱을 많이 쓰는지 확인해보자. 유독 한쪽이 잘 맞물리는가? 손가락을 양 턱에 대본 채로 이를 악물어보자. 어느 한쪽이 더 근육이 발달했는가?
이제 정면이 나온 사진을 찾아서 보면 많이 쓰는 쪽으로 얼굴이 틀어져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은 반대쪽을 의식적으로 더 사용하는 것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좀 더 균형 잡힌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골고루 양쪽을 같이 애용해주면 된다.


태그:#대칭, #편측저작, #얼굴,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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