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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한 컷이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웹툰은 성형으로 인해  서로 비슷해진 얼굴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웹툰에 나오는 여성들은 공통점이 있다. 이마가 많이 돌출이 되고, 코가 높으며 입술은 도톰하다. 턱 끝이 튀어나오고 입이 들어가 살짝 합죽이처럼 보인다.
그리고 쌍꺼풀이 있고 눈이 크다. 전체적인 얼굴형은 마치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을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동물은 이마가 납작하다. 코는 돌출되지 않고 콧구멍만 뚫려있다. 입술과 턱끝은 다른 동물에는 없는 부위이다.

1930년대 네덜란드 생물학자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 실험자가 만든 진품을 모방한 모조품에 반응하는 동물 행태를 연구했다. 실험 대상 동물들은 진품보다는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회색 반점이 있는 작고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 새들은 인간이 만들어준 화려한 물방울 무늬의 크고 새파란 석고알을 더 자주 품었다. 이런 모조품 실험이 아닐지라도 동물 세계에서는 인간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이 목격되기도 했다.

뻐꾸기는 항상 자신의 알을 다른 새 둥지에 낳는다. 뻐꾸기 알은 숙주 새 알보다 크기가 더 크고 색깔도 다르다. 오히려 이 크고 화려한 뻐꾸기알을 숙주 새 어미가 더 애착을 가지고 부화하기 위해 힘쓴다. 자신의 알인 진품보다는 뻐꾸기 알인 가짜에 속아넘어가는 숙주 새의 행태는 생물학자에겐 좋은 연구 대상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깃털보다 멋진 가짜 깃털을 단 수컷 새가 암컷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큰 자극을 받거나 뻐꾸기 알을 품는 숙주 새의 행태를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초정상 자극'에 대한 연구로 그는 1973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1세기에 들어 하버드대 의과대학 진화심리학 교수인 디어드리 배릿은 이 초정상 자극을 인간의 진화심리학에 적용해 동물에 못지않은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와 행태를 분석했다.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은 예술품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진화의 특징이기도 하며 인간이라는 종족만의 특별함으로 여겨서 미의 기준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특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긴다.

얼굴에 변화를 주는 시술의 목적은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다. 어떤 얼굴의 특징이 마음의 짐이 되고 컴플렉스로 작용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와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생를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더 북돋을 수 있게 하는 긍정적 변화가 생겨야 한다.

그러나 마치 올림픽을 하듯이 '더 높게, 더 크게, 더 볼록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성형시술이 대중화되면서 서로 경쟁하듯이 더 과하게 얼굴을 바꾼다. 시술자나 피시술자 모두 정상치 안의 변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변화를 느끼지 못 하는 것이다. 만화나 회화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흉내내기도 하다. 한 부위를 먼저 초정상적으로 시술하고 나서 생기는 괴리감도 이에 한 몫한다. 코를 많이 높이고 나니 원래 괜찮아 보였던 이마가 낮아 보인다. 이제 이마를 더 볼록하게 하고 나니 턱끝이 무턱처럼 보여서 턱끝을 더 뾰족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과하게 된 얼굴은 서로서로 비슷해 보인다. 일명 '압구정 쌍둥이, 강남 쌍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닮아가는 것이다.

이는 얼굴 전체가 아니라 시술부위만 따로 떼어서 시술 전 후를 비교하는 관행과도 관계가 있다. 더 볼록해진 이마, 더 높아진 코, 더 도톰해진 입술들을 따로 떼어서 보여주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 일반적인 병원의 홍보 방법이다. 부위를 따로 떼어서 보면 평균치를 벗어난 초정상적인 모양이 더 나아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얼굴은 부위의 조합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초정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정상적인 범위를 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반적인 사람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조화가 깨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보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접할 때 친숙하고 편하게 느끼는데, 인위적인 얼굴형을 보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경우, 성형수술을 하고 나서 안티팬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단지 성형수술을 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 계속 들면서 무의식중에 거부감이 들고 경계를 하게 된다. 걸그룹 멤버인 B양이 그런 예인데, 데뷔 전 청순했던 얼굴이 성형으로 인해 과하고 부담스럽게 변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가 얼굴로 인해 오히려 빛을 많이 보지 못 하고 있다.

과한 욕심으로 인해 인위적인 얼굴로 변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과해진 것을 덜어내는 것은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보다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논어에 나온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과유불급'-과한 것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


태그:#강남스타일, #성형, #초정상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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