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산철거민 참사로 구속되어 4년간 복역한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대통령특사로 석방되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어머니 전재숙씨와 부인 정영신씨가 눈물을 닦으며 이충연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용산철거민 이충연씨 석방 용산철거민 참사로 구속되어 4년간 복역한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대통령특사로 석방되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어머니 전재숙씨와 부인 정영신씨가 눈물을 닦으며 이충연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저기 나온다!"

31일 오전 9시 55분, 경기 안양교도소 철문이 열렸다. 용산4구역 철거민 이충연(40)씨가 검정색 등산 점퍼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철문과 약 200m 떨어진 교도소 정문 앞에서는 어머니 전재숙씨와 아내 정명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씨를 향해 손에 든 꽃다발을 흔들며 울먹였다. 그가 정문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아들을 껴안고 흐느꼈다. 아내도 남편의 두 손을 잡고 "고생했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용산 참사' 주도 혐의로 구속됐던 이충연씨가 4년여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인 그는 5년 4개월 형을 받고 2009년 1월 28일 구속됐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 사면으로 이날 출소했다. 이씨는 '용산 참사' 당시 망루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은 이상림씨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이씨가 나오기 한 시간 전부터 안양교도소 정문 앞에서 기다린 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은 그와 부둥켜안으며 석방의 기쁨을 나눴다. 이 자리에 함께한 영화 <두 개의 문> 감독인 김일란·홍지유씨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느라 바빴다.

어머니 전씨는 "이런 날이 저희에게 올 줄 정말 몰랐다, 이날이 오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아내 정씨는 "남편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저만 남편을 만나 다른 유가족들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전재숙씨는 용산참사 당시 남편 고 이상림씨를 잃고 아들 이충연씨 마저 구속된 상황에서 다른 유가족과 함께 진상규명과 석방운동을 벌여왔다.
▲ 어머니 손 꼭 잡은 용산철거민 이충연씨 전재숙씨는 용산참사 당시 남편 고 이상림씨를 잃고 아들 이충연씨 마저 구속된 상황에서 다른 유가족과 함께 진상규명과 석방운동을 벌여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용산 참사' 진상 규명, 이제 시작... 박근혜, 약속 지켜야"

어머니와 아내의 손을 꽉 잡고 서 있던 이충연씨가 내뱉은 첫 말은 "오늘 날씨가 따뜻하다"였다. 이씨는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석방 소회를 밝혔다.

"4년 전 망루에 오른 그날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였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철거민들이 그곳에서 돌아가신 지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개발지역에서 철거민들이 대책 없이 내쫓기고 있습니다. 용산과 또 다른 용산에서 지금도 내쫓기는 철거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씨는 "'용산 참사' 진상규명을 이뤄내고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꾸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전에 약속한 대로 '용산 참사'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이씨는 '용산 참사' 당시 사회 각계에서 보내준 도움의 손길에 보답하고자 앞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등 다른 사회 문제와 관련해서도 연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가 출소 후 가장 해보고 싶은 일 역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촌' 방문이었다.

그는 "'쌍용차 사태'는 건설 자본을 배불리기 위해 철거민을 내쫓은 '용산 참사'와 본질이 같다"며 "쌍용차 해고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서 진상규명·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가족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이씨는 "아내가 힘든 일을 홀로 버텨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밥도 하고 빨래도 도맡으며 아내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일들을 대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대통령특사로 석방 된 후 어머니 전재숙씨를 안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이충연씨의 부인 정영신씨.
▲ 그리운 가족과 포옹하는 용산철거민 이충연씨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대통령특사로 석방 된 후 어머니 전재숙씨를 안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이충연씨의 부인 정영신씨.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출소한 '용산 참사' 철거민 5명, 오후 7시 문화제 참석

이날 이씨 외에도 '용산참사'로 구속된 철거민 4명이 석방됐다.  이씨와 함께 특별 사면된 김주환(49)씨·김성환(57)씨·천주석(50)씨·김창수(39)씨는 각각 춘천·여주·대구·순천교도소에서 4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남경남 전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은 특별사면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용산 참사' 구속 철거민 6명 중 5명이 사면복권됐다.

출소한 '용산 참사' 철거민 5명은 가족·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이날 오후 7시에 열리는 '용산 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대한문 앞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태그:#용산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