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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들이 개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폰5 개통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7일 오전 8시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들이 개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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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박상원씨의 스티브 잡스 비판이 화제다. 박씨는 지난 21일 방송된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해 "스마트 기계들이 가족 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간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있다"면서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전 애플 CEO)가 21세기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왔다"고까지 비판했다. 실제 박씨는 스마트폰도 쓰지 않고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대신 전화나 자필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스마트 기기가 편리한 만큼 부작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문명의 이기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쓸지는 결국 사용자들 몫이다. 스티브 잡스가 가족 관계 단절을 바라고 아이폰을 만든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박상원씨의 '아날로그 감성'은 존중하는 한편 비슷한 이유로 스마트폰에 막연한 거부감을 품고 있는 이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를 준비했다.

'소통 패러다임' 바꾼 페이스타임과 소셜 게임

필자는 애플 아이폰3Gs를 3년 정도 써오다 지난달 아이폰5로 바꿨다. 그 전부터 아이팟을 썼고 지난해 아이패드까지 장만했으니 나름 '애플 마니아'인 셈이다.

아이폰은 가족을 더 가깝게 만든다. 박씨가 가족 관계 단절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페이스타임'이었다. 쉽게 말하면 '영상통화'다. 덕분에 요즘엔 음성 대신 영상으로 가족 안부를 묻는 게 일상이 됐다. 고향에 있는 동생네 조카들과도 서로 얼굴을 비쳐가며 신기한 듯 재잘거리고 그날 어린이집에서 배운 율동을 자랑하기도 한다. 종종 퇴근길 전철 안에서 아이들이 페이스타임으로 건 전화를 받는 건 예사다.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목소리만 주고받을 때보다 더 큰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아이폰5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은 값싼 데이터통신망이나 무료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별도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아이폰5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은 값싼 데이터통신망이나 무료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별도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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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상 통화는 일반 휴대폰에서도 가능했지만 활성화되진 못했다. 화질도 떨어져 질 낮은 CCTV 화면을 보는 듯했고 무엇보다 요금이 비쌌다. 하지만 2010년 8월 애플이 도입한 페이스타임은 값싼 데이터통신망을 이용하고 와이파이(무선랜)망에선 공짜다. 아이폰5 앞면 카메라는 HD(고화질)급 해상도인 720p로, 유튜브 동영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모바일 콘텐츠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박씨가 우려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게임은 가족뿐 아니라 '인간관계 단절'을 낳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도 어떤 게임에 꽂히면 한 달 정도는 밤낮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해 핀잔을 듣곤 한다. 

하지만 요즘 대세는 '소셜 게임'이다. 예전 PC 게임처럼 골방에 처박혀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한 소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애니팡'이 한창 인기일 때는 그 좁은 화면을 놓고 아이들까지 합세해 네 식구가 함께 즐기기도 했다.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할 때 점수가 더 잘 나왔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도 중독성이 있지만 지인들과 순위를 다투면서도 서로 '하트'를 주고받는 정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흥행 요소였다. 게임 스스로 '소통 수단'인 스마트폰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파노라마 촬영에 사진 공유까지... '디카' 이상의 '폰카'

스마트폰은 기존 휴대폰, PC, 카메라, 내비게이션, MP3플레이어 같은 다양한 디지털 기능을 하나로 모은 복합기이다. 덕분에 주변에 잡다한 디지털 기기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특히 카메라는 요즘 여행 필수품 목록에서 빠진 지 오래다. 가족 여행은 물론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중요한 행사에도 굳이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 특히 아이폰5 카메라는 기능은 단순하면서도 촬영 속도와 파노라마 등이 보강돼 웬만한 디지털카메라 못지않다.

'디지털 줌'을 활용해 확대 촬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파노라마 기능을 활용하면 '광각렌즈'를 쓴 것처럼 한 시야에 담기 힘든 넓은 장면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아이폰 파노라마 촬영은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고 화면 단절이 적어 매끄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 미국 <타임>지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아이폰5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오바마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는 유권자들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사진들을 싣기도 했다.

아이폰5 파노라마로 촬영한 광화문 광장. 최대 시야각 240도까지 한장에 담을 수 있다.
 아이폰5 파노라마로 촬영한 광화문 광장. 최대 시야각 240도까지 한장에 담을 수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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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공유 기능이다. 촬영 즉시 사진스트림을 통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하거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요즘에는 거꾸로 디지털카메라에 와이파이 접속 기능을 갖춘 '스마트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아이폰 자체가 훌륭한 성장 앨범이 되기도 한다. 2010년에 태어난 둘째아이의 경우 탄생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모두 아이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거운 앨범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동영상도 바로 재생해 볼 수 있다.

요즘처럼 한겨울 추위에는 스마트폰은 아주 요긴한 취재수첩 구실을 한다. 금방 손이 얼얼해지는 바깥에서 현장 발언들을 받아 적기 쉽지 않을 때 녹음 기능은 정말 요긴하다. 도중에 녹음이 잠시 중단되긴 하지만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아이폰3Gs의 경우 맹추위에는 전원이 차단되는 게 치명적 결함이었는데 아이폰5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대관령 추위에도 거뜬했다. 또 아이폰5부터는 동영상 촬영하면서 스틸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게 돼 양손에 아이폰과 카메라를 동시에 들어야하는 불편함도 줄었다.

아이폰 탓에 소통 단절? 주범은 따로 있다

애플 지도. 국내에선 지도 정보가 부족하고 3차원 입체 위성 사진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애플 지도. 국내에선 지도 정보가 부족하고 3차원 입체 위성 사진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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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에 선보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나 아이북 스토어 같은 상당수 애플 서비스는 국내에서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다. 국내 계정에선 아이튠즈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원이나 아이북에 올라온 <안철수의 생각> 전자책을 살 수 없고 앱 스토어 결제도 미국 달러로만 할 수 있다.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도 게임물 사전 심의제 탓에 아이폰 도입 2년이 지난 2011년 11월에야 개방됐다. 한국어 대화형 서비스 '시리'를 비롯해 '애플 지도', '패스북' 등은 국내에도 서비스되고 있지만 국내 제휴사 부족 등으로 아직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국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아이폰 도입 지연에 한몫했던 이동통신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도 여전하다. 페이스타임은 지난해 9월부터 3G나 LTE 같은 이동통신망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이통사들은 일부 고액 요금제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소통'을 막은 주범은 따로 있는 셈이다.

아이폰 등장 이후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많은 일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결합해 쌍방향 소통을 더 활발하게 만들었을 뿐 오프라인 소통까지 가로막은 건 아니다. 지난 대선 결과에서 보듯 '가족 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간 감정까지 메마르게 하는 건' 스마트폰 탓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계층 간, 세대 간 소통 부재다.

<개그콘서트> '네가지' 식으로 마무리하자. "오해하지 마! 가족 관계 단절시킨 건 아이폰이 아니라 불통 사회야!"    


태그:#아이폰5, #애플, #스티브 잡스, #박상원,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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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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