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전통'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실업시절과 농구 대잔치 시절을 포함해 '삼성'이름을 달고, 프로무대까지 온 삼성 썬더스의 전통은 다른 팀과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전통의 라이벌인 현대나 기아는 각각 KCC와 모비스라는 다른 이름을 단지 오래고, 프로 출범 이후 새롭게 창단한 구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 때문에 삼성 농구단 창립 기념일 에는 예전 삼성 유니폼을 입고, 과거의 라이벌이었던 현대를 인수한 KCC와 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 역시 2월 23일 창립 35주년을 맞아 역시 KCC와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그야말로 명가인 삼성의 올 시즌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감독 교체와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전통의 명가로 불리선 서울 삼성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실패로 끝난 김상준 감독 영입 

프로 출범 직후 하위권을 멤돌던 삼성이었지만, 최경덕-김현준 감독에 이어 3대 감독으로 부임한 김동광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삼성은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2000~01시즌에는 통합 챔프에 오르기도 했고, 이후 2002~03시즌부터 아홉 시즌 연속 PO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2005~06 시즌에는 PO 7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안준호 감독이 삼성에서 거둔 성적은 통산 정규리그 203승 175패였다. PO에서도 26승21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동부와 KCC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그치고, 2010~11시즌 27승27패로 6강에는 올랐으나 6강에서 곧바로 3전 전패로 패하면서 삼성은 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끌 수장으로 중앙대 감독이었던 김상준 감독을 선택하게 된다.

당시 김진 감독(현 LG 감독)의 삼성행이 유력했으나 협상이 막판 결렬되면서 영입한 것이었다. 김진 감독과 더불어 '슈퍼 스타'로 불린 이상민이었다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삼성은 그가 중앙대 감독(2006년 9월~2011년 3월)시절 보여줬던 전술, 특히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40분 풀코트 프레스등 독특한 전술을 높이 산 것이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삼성 선수 출신 지도자를 선호했던 삼성에게는 정말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김상준 감독은 자신의 농구 스타일 실현을 위해 베테랑 가드 강혁을 전자랜드에 내주고, 이병석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도 감행한다. 여기에 시즌 도중에는 '매직 핸드'로 불린 김승현을 영입하기 위해 주전 포워드 김동욱을 내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그가 받아 든 성적표는 13승41패 10위라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고, 시즌 동안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지만, 할 때마다 안 좋은 결과만 만들어낸 것이었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 "작전시간 전술을 말하기 보다는 선수들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학 시절의 티를 벗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멍가 재건의 임무를 부여받은 감동광 감독

결국, 삼성은 한 시즌 만에 다시 베테랑인 김동광 감독을 선임하기에 이른다. KGC의 전신인 SBS에서 2006~2007시즌 도중 경질 당한 이후의 복귀였다. 물론 KBL 경기 이사나 MBC SPORTS+ 해설위원을 지냈지만, 현장 감각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3년 바레인 국가 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기업은행-SBS-삼성 감독을 맡은 노련미를 믿은 선택이었다. 바꿔 말하면, 김상준 감독의 젊음과 패기가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인선이었다. 특히 김동광 감독이 삼성 시절 162승(135패)를 거둔데다 2000~01 시즌에는 통합 우승에도 올랐다는 경험을 높이 산 것이었다. 삼성은 김동광 감독과 안준호 감독 시절 한 번 씩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바 있다.

시즌 초반만해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KCC와 LG를 개막 주말 2연전에을 모두 쓸어 담는 등 1R-2R를 나란히 4승5패로 마친 것이다. 컵대회 휴식기 이후 KGC-SK까지 잡으면서 승률 5할(10승 10패)에 올라서면서 중상위권도 노려볼 기세였다. 비록 기대를 모았던 가드 김승현과 이정석에 외국인 선수 브랜든 보우만의 부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 시킬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KT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대리언 타운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노련한 선수 기용으로 지난 시즌과는 다른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선두 SK에게 2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는 빨리 찾아왔다. 원정 7연전의 첫 머리였던 LG-KT-전자랜드 전을 모두 내주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어렵게 KCC를 잡았으나 다시 모비스-동부-오리온스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원정 7연전에서 1승6패를 기록했고, 3R 들어 2승7패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4R 들어서도 4연패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은 삼성은 연패 탈출의 절호의 기회였던 KCC전에서도 58-72로 대패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게다가 김승현의 더블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퇴장과 이동준의 과격한 파울이 나왔을 만큼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면에서 무너진 경기였다. 그만큼 경기가 안 풀린다는 증거고, 다급하기 떄문에 이런 플레이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삼성이 남은 경기는 20경기다. 아직까지 6위 고양 오리온스(15승8패)와의 승차가 2.5경기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기엔 이르다. 여기에 SK-모비스-전자랜드가 워낙 탄탄한 전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6강 PO의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라는 것도 삼성에게는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그러나 삼성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올스타 휴식기 직전 맞대결하는 마지막 팀은 선두 SK. 그나마 상대전적에서 2승1패(74-71,64-54,65-82)로 앞서있지만, SK역시 통신라이벌 KT 원정에서 대패(63-88)당했기 때문에

과연 위기를 맞은 삼성호는 베테랑 선장 김동광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분발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올 시즌 최대 위기에 봉착안 삼성이 과연 올 시즌 어떤 결말을 맺을 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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