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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
 위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
ⓒ 손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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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삶의 고단함에 쉽게 지치지도, 사무치는 외로움에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숲은 그런 의미가 있다. 숲과 함께 생활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숲을 가꾸며 숲과 함께 살아간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숲.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대신동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부산 구덕문화공원 편백숲은 그런 인상을 남겼다. 이 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민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다. 크고 화려한 풍광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포근한 멋이 있었다.

구덕문화공원 입구에서 주차장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서 편백나무 숲을 만났다. 숲의 중심부는 편백나무 수백그루가 떼를 이루어 모여 있는 편백나무 군락이다. 그 군락을 둘러싸고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지. 이 군락지를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지. 이 군락지를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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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구덕산 기슭은 자연림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원산지가 일본인 편백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편백나무가 지름 20cm 이상, 높이 5m 이상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늘씬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편백나무. 그 자태는 어떤 카메라로도 사진 한 장에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위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우거진 숲
 위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우거진 숲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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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은 겉만 아니라 속도 '착한' 나무다. 모든 나무는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피톤치드'라는 살균물질을 내뿜는데,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나 아토피 완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하지만, 편백나무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피톤치드와 피를 맑게 하는 음이온이 방출되는 숲 속으로의 산책. 숲길을 걷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듯했다.

언제 걸어도 기분이 좋은 편백나무 숲길
 언제 걸어도 기분이 좋은 편백나무 숲길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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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가 내뿜는 상쾌한 향기 속에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편백나무가 내뿜는 상쾌한 향기 속에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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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산 넉넉한 품으로 이끄는 숲길

겨울 숲은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새의 지저귐이나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솔길을 덮고 있는 낙엽 밟는 소리만이 고요한 겨울 숲의 정적을 깼다. 날은 추웠지만, 짙푸르고 뾰족한 편백나무 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부드러웠다. 그 햇살을 받으며 숲을 아주 천천히 거닐었다. 숲길을 벗어나니 20분이 지나 있었다.

편백숲은 조그만 산책로지만, 산책길이 짧은 대신 숲길 끝에서 구덕산 정상을 오르는 길목을 만난다. 그 길목에서 400m를 올라가면 구덕산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주위 경치를 둘러보다 보면 자연의 무한한 풍부함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편백숲길은 사람들의 발길을 또다시 구덕산의 품으로 이끈다.

구덕산은 부산 서구를 감싸고 있는 높이 565m의 산으로, 울창한 수림을 자랑한다. 특히나 봄이면 구덕산 능선 따라 피어나는 철쭉이 절경을 이룬다. 구덕산 북동쪽으로는 엄광산, 남서쪽으로는 시약산이 이어진다. 바로 이점이 많은 부산 시민이 구덕문화공원을 찾는 이유라고 숲을 안내한 부산 서구청 정성모 주무관이 말했다. 승학산, 엄광산, 시약산을 찾는 산행객이 산을 오가며 편백숲 길을 찾기 때문이다.

편백숲은 도심(남포동)과 15분 이내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박물관과 식물원이 숲길과 연결되어 있어 풍부한 볼거리를 준다. 덕분에 연간 30만 명 이상이 이 공원을 찾는다.

봄, 가을이면 가족과 함께 문화시설을 이용하고, 편백숲에서 산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정성모 주무관은 "편백숲 자체는 작지만, 문화시설과 산림휴양시설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구덕산 중턱은 2004년 구덕문화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불법경작지였다고 한다. 이곳을 민간사업자가 위락시설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구청은 공원으로 가꾸어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대신 구덕산문화공원을 자연환경과 전통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하여 더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게 했다. 2004년 교육역사관을 시작으로 민속생활관, 목석원예관 등이 매년 차례로 개관해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구덕문화공원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건, 2009년 편백숲이 조성되고 나서다. 2009년 희망근로사업과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편백숲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 주무관은 "편백은 인체에 이로운 피톤치드를 다량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책길로 가꾸어지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다"며 "편백나무 군락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까워, 많은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편백나무 숲을 벗어나서 걷다 보니 '교육역사관'이 나왔다. 교육역사관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강기홍(77)씨는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은퇴 후 5년째 교육역사관에서 안내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교육역사관에 전시된)자료들을 구하기 위해 8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목민심서, 실제 조선시대 과거 시험지 등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 100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생활사 유물을 전시한 민속생활관, 자연학습장 기능을 갖춘 목석원예관 등이 갖추어져 학생들의 견학장소로도 훌륭하다.

화사하거나 크지는 않지만, 가깝고 친밀한 구덕산 편백숲. 구덕산이 품은 편백숲은 포근한 쉼터이자 사색의 공간으로 부산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아름다운 숲을 보존해나가는 건 이제 시민의 몫으로 남았다.  

잘 꾸며진 구덕문화공원. 뒤에 보이는 건물이 교육역사관.
 잘 꾸며진 구덕문화공원. 뒤에 보이는 건물이 교육역사관.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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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문화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와 바다. 이날은 안개가 심해 시내 전경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으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구덕문화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와 바다. 이날은 안개가 심해 시내 전경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으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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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구덕문화공원 편백숲 정보

부산광역시 서구 꽃마을로 163번길 73(서대신 3가)

- 개관시간
3월~10월: 9:00~18:00
11월~2월 : 9:00~17:00
매주 월요일은 휴관


- 교통편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대신역에서 내려 꽃마을로 가는 마을버스(1번)을 타거나, 부산역 맞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구덕운동장에 하차해 마을버스를 타면 구덕문화공원 입구까지 간다.


- 여행정보
051)240-4711~2



태그:#부산, #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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