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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미국현지시각)오전,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벌어졌다. 로스엔젤레스(LA) 경찰에 따르면 LA에서 약 120마일 떨어진 테프트 유니언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과 교사가 총상을 입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 학교의 다른 남학생은 현장에서 잡혀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달 전 26명의 생명을 앗아간 샌디 훅 초등학교의 총기사건을 계기로 바이든 부통령이 미국의 총기 폭력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자 이틀째 회의를 벌이던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라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바이튼 부통령, 총기 관련자들 만나 대책 논의

2012년 12월 21일 <허핑턴포스트> 톱 화면. <허핑턴포스트>는 12월 14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난 후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총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100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012년 12월 21일 <허핑턴포스트> 톱 화면. <허핑턴포스트>는 12월 14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난 후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총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100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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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바이든 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쪽 인사들을 먼저 만났다. 참석자로는 강력한 총기 규제론자인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대리인, 미국의 대표적인 총기 규제단체인 브래디 센터 대표, 불법 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Mayors Against Illegal Guns), 그리고 총격 사건의 피해자 등이다.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도 동석한 이 자리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법적 조치와 대통령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령 두 가지를 모두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밝혔다.

이 신문은 이날 참석자들이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의 판매 금지, 경찰 대응조치와 불법 총기 거래에 대한 법적 처벌 그리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상조사를 강화하는 내용 등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10일 진행될 총기 소유권 옹호자들과의 만남을 염두에 둔 듯 "전미 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도 초대해서 그들의 주장을 듣기로 했다. 우리는 모든 주장을 다 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대통령은 조치를 취할 것이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미국의 총기 폭력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임을 강조했다.

브래디센터에서 매일 총에 맞아 부상 및 사망한 사람들의 예상치를 메인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214명, 2013년 1월 10일 현재까지는 2644명이라고 표시돼 있다.
 브래디센터에서 매일 총에 맞아 부상 및 사망한 사람들의 예상치를 메인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214명, 2013년 1월 10일 현재까지는 2644명이라고 표시돼 있다.
ⓒ 브래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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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지는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지를 조사, 매일 <슬레이트>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12월 14일부터 1월 10일 현재까지 695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는 슬레이트가 트위터(#GunDeaths)를 통해 모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슬레이트>지는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지를 조사, 매일 <슬레이트>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12월 14일부터 1월 10일 현재까지 695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는 슬레이트가 트위터(#GunDeaths)를 통해 모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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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백명이 총에 맞고 이 중 수십명이 사망하는 현실에서  비춰볼 때,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미국 정부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상하리만큼 총기 규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애리조나 투산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게브리얼 기퍼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그녀의 남편 마크 켈리와 함께 8일 <USA Today>에 기고문을 냈다. 이들은 기고문을 통해 "일련의 끔찍스런 총격 사건에 대해 미 의회는 꽤 놀라웠다.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라며 미 의회의 무능과 태만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미 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2004년 9월에 만료된 공격용 무기 금지법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선 이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도 총기 규제에 대해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선 운동이 한참이던 지난해 7월, 콜로라도의 오로라에서 12명의 사망자와 58명의 부상자를 낸 총기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는 총기 규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저 사람한테 총있다!"…순간 난 죽었구나 싶었어 )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된 태도

그러던 오바마가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 직후 총기 규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12월 16일, 그는 뉴타운에서 있었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기도회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바로 하지 못한다면 우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가 평가받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의무를 다했다고 진실로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만큼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지난 며칠간 저는 이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면, 그 대답은 '아니다'입니다. 우린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변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또한, "더 이상 이런 일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이런 비극을 끝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유치원생들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을 보고 자신의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는 오바마는 재정절벽 위기에서도 바이든에게 총기 규제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해줄 것으로 요청한 바 있다.

그래서 바이든은 총기 규제에 대한 전 국민적인 대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보고 9일 이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NBC>에 따르면 바이든은, "그저 사진이나 찍고 여러분들의 얘기나 들어보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총기 폭력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 약속했다. 특히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의회의 허가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통령 명령의 행사가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9일, 드러지리포트의 머리기사 사진을 실고 이에 대한 미국 기자들의 반응을 실은 <워싱턴 이그제미너(Washington Examiner)>
 9일, 드러지리포트의 머리기사 사진을 실고 이에 대한 미국 기자들의 반응을 실은 <워싱턴 이그제미너(Washington Examiner)>
ⓒ 위싱턴이그제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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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A,  정부 움직임에 선전포고

그러자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인터넷사이트인 <드러지 리포트(Drudge Report)>는 "백악관이 총기에 대해 '대통령 명령'을 들어 위협하고 있다"며, 오바마의 총기 규제 움직임을 나치의 히틀러나 소련의 스탈린과 다를 바 없다고 암시해 많은 사람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같은 날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러시 림보는 바이든의 '대통령 명령' 언급에 대해, "총을 걱정하는 리버럴 민주당원들이 뭘 하려는 것일까? 대통령 명령을 얘기하면서? 바로 총을 뺏으려는 것이다!"면서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총기 규제 논의를 총기 소유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8일 마크 캘리는 <ABC 월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며 자신의 집에도 총이 있고 기퍼즈 전 하원의원과 그 자신도 총기 소유권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총에 맞아 사망하는 아이들 중 85%가 미국에서 총에 맞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총기 규제, 특히 공격용 총기와 대량 탄창의 판매금지 등을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전미 총기협회(NRA)와 경쟁할 수 있는 '책임있는 해결책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s for Responsible Solutions)'이라는 단체를 조직, 미국의 총기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적 차원의 국민적 대화를 이끌어내고 자금을 모을 것이라 밝혔다.

바이든은 10일에 총기 소유권을 지지하는 쪽, 특히 전미총기협회(NRA)와 미국의 최대 총기 소매업상인 월마트 대표, 그리고 사냥과 게임 및 오락 산업 대표들을 만났다.

NRA CEO인 웨인 라피에르가 백악관 회동 이후 행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홈페이지(Home.nra.org)에 올렸다.
 NRA CEO인 웨인 라피에르가 백악관 회동 이후 행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홈페이지(Home.nra.org)에 올렸다.
ⓒ N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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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월마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백악관 주재의 토론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참석으로 입장을 바꾼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10일 전미총기협회(NRA)는 바이든과의 회동 이후, "이같은 만남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얼마나 상관이 없는지, 그러나 수정헌법 2조를 위반하는 것과는 얼마나 큰 상관이 있는지 실망스러울 뿐이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NRA는 이어 "그들은 어떠한 정책 제안도 '편향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 (바이든의) 실무팀은 정직하고 납세 잘하는 미국인들의 합법적인 총기 소유를 제약하려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대대적인 로비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오바마의 딜레마

미 언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15일 바이든은 총기 규제 논의에 대한 최종 결과물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미 백악관은 이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안을 1월 말까지 미국인들에게 공개할 것이라 못박은 상황이다. 그러나 <NBC>는 대통령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공격용 살상무기판매를 금지 시키고, 모든 총기 구매자들의 이력(정신병력 및 범죄기록 등)을 강제적으로 조사하며, 미국 전역의 총기 소유자 데이타 베이스 구축 등의 내용을 모두 법제화 할 경우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모든 총기 구매자의 이력(정신병력 및 범죄기록 등)을 점검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경우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대신 총기 규제자들은 결코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와 바이든 모두 2004년에 만료된 공격용 살상무기판매금지법(바이든은 이 법을 만든 장본인이기도하다.: 기자 주)을 부활시키고자 하지만, 최근 바이든은 현재 의회에서 그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지적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또한 군용 스타일의 공격용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일이 의회에서 통과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태그:#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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