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 MBC


콜라병을 들고 신기해했을 정도로 문명과 먼 곳에 있었던 '부시맨'(정식 명칭은 '부시먼'이라고 한다)은 이제 관광객들 앞에서 사냥 장면을 재현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들 중 몇몇은 아직도 과거의 전통을 지키며 사냥으로 먹을 것을 구한다. 본연의 모습을 버리거나 지키는 것 모두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다.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지구의 눈물' 시리즈로 생태계에 집중했던 MBC가 이번에는 그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바로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이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 기획을 맡은 최삼규 CP는 "우리 눈에 특이하게 생활하는 것 같은 그들도 우리들과 같다"며 "제 3자의 눈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찍으면서 '생존'해야 했던 제작진들의 고충은?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 제작진들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 제작진들 ⓒ MBC


총 5부작인 <생존>은 프롤로그 격의 1부, 그리고 알래스카 최북단 해안의 작은 마을을 조명한 2·3부, 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을 다룬 4·5부로 나뉜다. 이를 위해 제작진도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약 3개월(알래스카), 5개월(나미비아)간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극한 지역을 찾는 다큐멘터리가 으레 그렇듯, <생존> 팀 역시 크고 작은 생존의 위협을 겪었다. 나미비아를 찾았던 최삼규 CP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힘들다'고 하면 제작 못한다"면서도 "밤에는 오리털 침낭이 필수였고 낮에는 물이 필수였다"며 "또 먹을 것보다 중요한 게 물이어서, (촬영 나갈 때) 배낭 속에는 전부 물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나미비아 팀이 물과 일교차에 고생했다면 알래스카 팀은 무엇보다 추위가 관건이었다. 알래스카 팀을 총지휘한 박상환 PD는 "사냥을 따라가다 보면 5분만 가도 눈과 입가에 고드름이 언다"며 "또 같이 간 여자 조연출은 아직까지도 얼굴과 귀에 동상 흔적이 남았고, 카메라맨은 '손가락이 시리다 못해 끊어질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고생했다"고 전했다. 또 "블리자드(눈보라)도 시속 40km가 보통이고 세게 불 땐 시속 70~80km까지 된다"며 "촬영을 해야 하긴 하는데 우리도 날아갈 지경이라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마을까지 올라온 북극곰을 촬영하는 것도 알래스카 팀에겐 추억을 남겼다. 박상환 PD는 "촬영할 틈도 없이 (북극곰이 쫓아와) 카메라만 들고 도망친 적도 많았다"며 "북극곰이 한두 마리씩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선 무리지어 다녀서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랐다. 그 때문에 한 사람은 (북극곰을) 찍고 나머지는 경계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관광객 앞에서 '배우'된 부시먼도 함께 담은 이유는"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 MBC


하지만 극한 지역의 사람들을 촬영하며 느끼는 재미는 이들을 견디게 했다. 현지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제작진도 갖은 방법을 썼다고. 나미비아 팀은 그들의 말을 익히고 이름을 외우면서 친밀감을 높였다.

최삼규 CP는 "가기 전에 스태프들과 수첩을 나눠 갖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다 적고, 시간 날 때마다 (부족) 말을 같이 공부하고 서로 물어봤다"며 "특히 카메라 감독(김만태 감독)은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촬영해야 했는데, 지금 (부족 말을) 전공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그 말을 잘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부족 말을 가장 잘 하는 사람'으로 지목된 김만태 감독도 나름의 방법을 전했다. 말을 익히는 것도 방법이지만, 먹을 것을 나누며 다가섰다는 것. 김만태 감독은 "조리 과정을 자세히 보고 있자니 이것저것 불순물이 많이 섞이더라"면서도 "주면 안 먹을 수도 없어서 먹었고, 가끔은 내가 먼저 '맛있겠다'며 집어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팀 역시 '먹는 것'으로 현지인들과 하나가 됐다. 박상환 PD는 "몇 달간 김치를 안 먹을 수는 없어서 한국에서 공수해 가져갔다"며 "현지에서 받은 고래 고기와 그 김치로 제육볶음을 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대접했는데, '이렇게 달콤하고 매운 맛은 처음'이라며 반응이 좋았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렇게 <생존>이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작진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입을 모아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다'고 답했다. 김만태 감독은 "제목 때문에 생존에 대한 치열함을 기대한다면 그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고,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삼규 CP 역시 "우리가 봤을 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모두에게 물어봐도 다 '만족한다, 행복한다'는 답을 하더라"며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의 한 장면 ⓒ MBC


특히 나미비아 힘바족의 부시먼들이 살아남기 위해 관광객들 앞에서 '배우'가 된 모습은 더욱 상징적이다. 이를 두고 최삼규 CP는 "절반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몇몇 부족만이 부시먼의 사냥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며 "우리가 흔히 '부시맨'으로 알고 있는 그들의 실상과 허상을 모두 보여주고 싶어 가리지 않고 모두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생존' 하면 삶과 죽음 사이의 치열함을 생각하는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도 생존이라 생각했어요. 또 '지구의 눈물' 시리즈로 환경 문제를 다뤘는데, 그 지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문명의 혜택도 받았지만, 나름대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을 선택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최삼규 CP)

한편 <생존> 시리즈는 오는 12월 26일 오후 8시 50분에 프롤로그를 방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1월 16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50분에 나머지 네 편을 방송할 예정이다.

생존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M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