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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총국으로부터 '탈북자로서 반북 활동가인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를 암살하라'는 지령과 함께 독침을 받고 실행에 옮기려다 국가정보원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탈북자 출신 50대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55)씨는 지난 1995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으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남북경협'의 무역담당 이사로 재직하면서 남북경협 사업가로 활동하며 몽골을 왕래하게 됐다.

그러던 중 북한 정찰총국 소속 K국장을 알게 됐고, 작년 7월엔 K국장으로부터 탈북자 출신으로 적극적으로 반북 활동을 펼치는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후 치밀하게 범행계획을 짠 A씨는 박 대표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 기다리다 사전에 범행시도를 포착한 국가정보원에 의해 체포됐다. A씨는 체포 당시 만년필형 독총 1개, 손전등형 독총 1개, 독약이 담긴 화장품 샘플통 등 박 대표를 암살할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는 북한 정찰총국 K국장으로부터 이들 무기와 함께 활동자금으로 1277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A씨는 K국장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당초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모임인 모 단체 K회장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사실과 향후 북한 수뇌부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입수해 오겠다고 국정원 직원에게 알렸다. 그런데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K국장을 또 만나면 납치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수 있으니 K국장과의 접촉은 물론 몽골 출국도 자제할 것을 경고 받았다.

A씨는 국정원으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경고를 받게 되고, K국장과의 접촉은 물론 몽골 출국마저 만류 당하는 처지에 놓이자 강한 불만을 품게 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결국 A씨는 국가보안법(특수잠입·탈출, 목적수행, 자진지원·금품수수)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몽골을 왕래해 북한 정찰총국의 K국장으로부터 탈북자로 무역업을 하던 K(북한이탈자모임 회장)씨를 암살하라는 지령과 함께 살해도구인 독총·독침 등을 받아 한국에 잠입한 후 암살대상이 탈북자인 박상학 대표로 변경된 후 K국장으로부터 활동자금 명목으로 1277만원을 수수하는 한편 그 목적수행을 위해 박 대표 살해를 예비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쇼였고, 형량도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지난 9월 박상학 대표를 암살하려한 혐의 등으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A씨는 "북측의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K국장으로부터 독침을 건네받은 후 국정원에 북측 지령을 수행하는 것처럼 쇼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국정원이 거부하며 신원이 노출된 나를 버렸다. 그 상황에서 나와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쇼를 할 수밖에 없었고, 박상학을 살해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쇼를 하는 것이라면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박상학에게 직접 접촉할 게 아니라 박상학을 만나는 듯한 외양을 만들 다른 방법들을 사용할 수도 있었음에도 직접적인 만남을 구체적으로 계획했고, 만일 쇼에 불과하다면 범행장소 등에 대한 사전답사와 예약 등 굳이 취할 필요가 없는 행동들로 볼 때 쇼라는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테러 대상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고, 독총이나 독침 등의 범행수단에 비춰 위험성도 높은 점, 박상학 대표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도 박상한 자유북한연합 대표에게 독침 테러를 기도하다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 대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 살펴보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탈북자, #독침, #암살,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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