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정(왼)과 이효빈(오른)이 2012 전국남녀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공상정(왼)과 이효빈(오른)이 2012 전국남녀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 정인영


지난 10월 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를 시작으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종목별로 다양한 메달을 획득하며 순항 중이다.

이들 중 올 시즌 1500m 월드컵 랭킹 1위에 빛나는 노진규(21, 한국체대)와 심석희(16, 오륜중)는 각각 2010, 2012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자 출신이다. 이외에도 현 국가대표팀에는 세계주니어 무대를 주름잡은 우승자 출신이 많은데, 노진규와 같은 해 여자부 종합우승을 거머쥔 최지현(19, 청주여고)과 2008 우승자 김윤재(23, 고려대)가 바로 이들이다.

이처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는 단순 주니어선수들의 경쟁을 넘어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발돋움이 되는 무대로, 다음 해 국가대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대회이다.

2013 세계주니어선수권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 2012 전국남녀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이효빈(19, 과천고)과 공상정(17, 유봉여고)이 그 주인공으로 뽑혔다.

8일과 9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각각 3관왕을 차지하며 주니어대표팀 에이스를 넘어 소치 예비스타로 도장을 찍은 이효빈과 공상정은 합계 107점과 105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 3위 내에만 들자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탔다는 이효빈은 대회직후 인터뷰에서 종합 우승을 하게 돼 얼떨떨하지만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상위 3위 안에 들어 주전선수로만 뽑히고 싶었다는 공상정 역시 1등 보다는 전 종목 결승진출에 주력했다며, "1500m 우승에 이어 종합 우승을 차지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대회직후 입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상정, 이효빈, 김병준, 노도희, 박세영, 김아랑

대회직후 입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상정, 이효빈, 김병준, 노도희, 박세영, 김아랑 ⓒ 정인영


이들이 주니어 대표로 뽑힌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효빈은 2011년도 주니어선발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2012 세계주니어선수권에 참가했으나 박세영(20, 단국대)에 밀려 종합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효빈은 이보다 앞선 2011 세계주니어선수권에도 참가해 1500m 3위에 오르는 등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500m 예선 중 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전 중 기권을 해야만 했다.

공상정 역시 주니어선수권에 대한 아픔이 있긴 마찬가지다. 2010년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어 2011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있었으나, 국적이 발목을 잡았다. 화교 3세인 공상정은 국제대회 출전에 앞서 국적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출전을 포기해야 했고,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특별 귀화 조치를 받았다. 당시 속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던 공상정은 "국적문제가 해결 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이효빈 역시 "오늘 끝난 대회 우승에 도취되기보다 세계무대에서 우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세계주니어선수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이효빈에게 2011 세계주니어선수권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는 2013 세계선수권에서는 반드시 종합우승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이효빈에게 2011 세계주니어선수권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는 2013 세계선수권에서는 반드시 종합우승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 정인영


3관왕,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의 눈물뿐만 아니라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 또한 이들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이효빈은 500m, 1000m, 1500m 슈퍼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공상정 역시 1500m, 500m,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전 종목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단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잘 탄 것은 아니다.

공상정이 단거리 전문 선수였던 데 반해, 이효빈은 장거리 선수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고, 이번 대회에서 그 결실을 맺게 됐다. 단거리 선수인 공상정이 1500m에서 우승을, 장거리 선수인 이효빈이 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단거리와 장거리 중 어느 것이 더 편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효빈은 "둘 다 편하다"고 대답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단거리 연습도 많이 했어요. 주니어선수권은 500m, 1000m, 1500m 모두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잘 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작년까지는 장거리가 더 편했다면, 골고루 연습한 덕분에 이제는 단거리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공상정 역시 "매 대회 때마다 1500m를 타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면서 "이번 1500m 우승으로 인해 모든 종목을 다 잘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단거리 선수로 주목받았던 공상정은 이번 대회 15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단거리 선수로 주목받았던 공상정은 이번 대회 15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 정인영


이제 막, 주니어 선발전을 마쳤다.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주니어 전지훈련과 내년 2월에 열릴 세계주니어선수권. 그리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가대표선발전까지. 험난한 여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효빈과 공상정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후회가 안 남도록 뭐든 다 열심히 할 거예요. 특히, 내년 대표선발전은 소치올림픽 출전권이 걸렸기 때문에 꼭 선발되고 싶어요."

이효빈에게 국가대표 계획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노력만이 살 길이라는 당찬 이효빈은 롤모델로 곽윤기를 꼽으며, 그의 테크닉과 노련미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상정에게도 롤모델에 대해 묻자 그녀는 쇼트트랙의 여왕 진선유를 꼽으며, "체력과 파워가 부족한데, 선유 언니는 그 점이 무척 좋아서 부럽다"고 답했다. 아직은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현 국가대표 막내인 심석희의 나이가 이제 16살인만큼, 공상정에게도 올림픽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년 4월까지 잘 보완해서 언니들과 당당히 겨루고 싶어요. 평창올림픽도, 소치올림픽도 꼭 출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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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정호형기자님께서 찍어주셨습니다.
공상정 이효빈 쇼트트랙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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