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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선거관리위원장을 4년 동안 맡아 공정선거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바쁜 재판 업무에도 불구하고, 직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선거운동 범위에 대해 궁금해 문의하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트위터를 통해 일일이 명쾌한 답변을 해주고 있는 것. 이 부장판사가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잠시 짬을 내 야참으로 라면을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재판하느라 저녁도 못먹어서... 라면 먹고 다시 올게요"

이정렬 부장판사(사진출처-페이스북)
 이정렬 부장판사(사진출처-페이스북)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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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참여를 권장하고 있는 이 부장판사는 유권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던 중 5일 밤 11시20분경 트위터에 "저…'라면' 하나만 먹고 다시 오겠습니다. (재판 업무) 일하다가 아직 저녁을 못 먹었어요. ㅠㅠ 죄송…"이라고 남겨 누리꾼들에게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에게 얼마나 많은 선거법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지 그의 숨은 노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해 주로 묻는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날아든 여러 질문도 눈에 띈다. 정말 구체적이고 세세한 질문이어서 법률전문가라고 해도, 아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쉽게 답할 수 없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질문도 많다.

때문에 그동안 선거법 관련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 오던 이 부장판사의 트위터를 5일 잠깐 들여다봤다. 자기 나름대로 개인의 지지 의사를 표출하고 싶은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일부만이라도 소개하고자 한다.

chaOOOOO = "후보자 얼굴 합성, 패러디 사진을 블로그나 트위터에 올리는 것도 선거법 위반인가요? 비꼼/응원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정렬 = 블로그나 트위터는 허위사실이거나 비방인 경우만 아니면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응원은 전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비꼬는 것이 비방의 정도에 이르면 안 됩니다.

customOOOOOOO = "오늘 처음으로 선거벽보 보는데, ㅂㄱㅎ만 학력, 경력 아무것도 없고 이름만 딸랑 있네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정렬 = 법률상으로는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저는 못 봐서 잘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이상하네요.

sablOOOOO = "만약에 특정 당에 관련되지 않은 일반인이 그 당을 투표하라고 선거운동해도 되나요?"
이정렬 =인터넷이나 SNS, 전자메일로는 상관없는데, 오프라인에서 하시면 안 됩니다.

kkOOOOO = "공무원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누구 찍으라고 문자 보내는 거는 공무원의 정치중립에 위배되는 건가요"
이정렬 = 가족이나 지인에게 하는 것인 의례적, 사교적 행위이니까 괜찮습니다.

calamiOOOO =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얻은 전화번호로 투표독려 문자 보내는 건 선거법에 저촉되나요? 물품게시판에 판매자가 전화번호를 적어놓거든요. 그 번호들로 투표독려문자 보내려고 하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나요?
이정렬 = 투표독려는 선거운동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무제한 허용됩니다. 맘껏 하셔요.

khOOOO = "이번 대선의 의미와 나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비전을 위해서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해달라는 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트윗에서 이러한 지지방법도 있는데 한번 해보시지 않겠느냐는 트윗을 날린다면 위 두 가지가 선거법상 문제가 있을까요? 바쁘시겠지만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정렬 = 친구나 지인에게 하는 편지는 의례적 또는 사교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셔도 되구요. SNS상으로는 제한 없이 선거운동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선거운동도 아니고, 편지를 보내라는 내용을 SNS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선거운동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 다 가능합니다.

welcomeOOOO = "해외교민 유학생 친목단체가 특정 후보지지 성명을 언론을 통해 하는 것도 선거법위반인가요?"
이정렬 = 단순 지지표명은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를 넘어서 정책을 홍보하는 등에 이르는 것은 친목단체가 할 수 없습니다.

hanlOOOO = "내 딸이 트윗을 보여주며 물어보던데 18세 이하는 선거에 대한 아무 이야기도 지지 표명조차 안 되는 게 맞나요? 그런 개 같은 법이 있는 건가요?"
이정렬 =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거든요. 하지만,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사적 대화, 견해 표명 정도는 관계없습니다.

hooraOOOOO = "판사님 전 워싱턴에서 민박을 운영중인데, 투표 인증하고 저희 민박오시면 숙박비 할인해 드릴게요-라고 하면 선거법 위반인가요? 가진 게 없어서 이렇게라도 투표독려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정렬 = 엄밀하게 말하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 위법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법으로 문제 삼으면 너무나 야박할 것 같습니다.

eireOOOOO = "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전 다른 정당의 진성당원인데, 이번 대선에서만 문 캠프에서 지원활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투표 독려가 아닌 유세활동이 참여(버스나 각종 집기에서 민통당 재산을 이용)하려면 민통당(민주통합당) 당원이어야 한다는데 맞는 건가요?"
이정렬 = 당원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선거운동원이나 자봉으로 신고하셔야 합니다.

이런 유권자의 질문도 있어 재미를 더했다. smhOOOO는 "그냥 문재인 후보(기호없음) 사진 제 차에 붙이고다님 안돼요?"라며 자신의 차량에 문재인 후보의 사진을 걸어 논 것이다.  이를 본 이정렬 부장판사는 화들짝 놀라며 "아이구… 선생님. 안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심오한 푸념을 털어놓은 유권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몇몇 팔로워들은 "(선거)법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과 자기검열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인 것 같네요 ㅠㅠ"라고 씁쓸해 하자, 이 부장판사는 "동감입니다. 자고로 법은 간단하고 쉬워야 한다고 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제가 아는 게 법밖에 없으니, 딴지 걸지 마세요"

이 부장판사가 바쁜 재판 업무에도 불구하고 밥도 못 먹으면서까지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도록 선관위 업무 일부를 전담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이 부장판사 본인이 해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판사가 왜 선거법 안내하냐구요? 선량한 사람이 단지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아는 게 법밖에 없으니 그런 도움이라도 드려야죠. 이건 제 의무라구요. 그러니까 딴지 좀 걸지 마세요."

지난 4일 이 부장판사가 올린 트윗부터 소개한다. 한 마디로 요즘 사회가 말하는 '재능기부'라 할 수 있겠다. 선거에는 관심이 많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범위를 잘 모르는 유권자들을 위한 판사의 세심한 배려로 보인다. 선관위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꽤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이 부장판사가 현직 대법관이 맡아야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퇴임 이후에도 하고 있는 김능환 위원장에 대해 '무자격자'라고 규정했기 때문.

한편, 이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트위터에 선관위를 비판하며 당부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다음은 그 중 일부다.

"많은 트친님들께서 저한테 멘션을 보내십니다. 투표함 재질이 철제가 아니고 왜 이리 허술 하냐, 부재자선거 믿을 수 있냐, 내 투표용지가 제대로 개표장까지 가는 것이냐, 투표함에 왜 자물쇠가 없냐. 개표장 도착 전에 투표함 바꿔치기 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말씀까지도 하십니다. 처음에는 '선관위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는데, 이제는 솔직히 그런 답변하기도 지칩니다. 

지금 이 순간 선관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제가 왜 그런 해명까지 해야 합니까? 선관위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관위가 해명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이죠. 피상적이고, 추상적으로 설명하면 안 됩니다. 선관위가 공명선거를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해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중요시 되어야 하는 점입니다. 

선관위 쪽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억울해 하기 전에 왜 국민들이 선관위에 대해 의혹과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쓴소리 한 사람한테 듣기 싫다고 선거불신을 조장한다느니 하는 그런 모략은 그만 하시구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고생하고 계신 일선 선관위 직원분들의 노고가 아깝지 않게 정말로 국민을 위해 일하십시오."

6일 새벽 1시쯤 기사를 마무리하며 이 부장판사의 트위터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는 아직도 유권자들의 다양하고 수많은 질문에 답변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정렬,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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