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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 뛰어든 시인과 소설가들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작가 공지영 정치판에 뛰어든 시인과 소설가들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공지영 트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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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불안하고 독재적으로 변할수록 모든 예술가들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제 꿈은 사실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동화를 쓰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도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쓰게 됐다. 제가 소위 정치활동을 하는 이유는 정치를 외면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것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2월 19일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들썩들썩 어지럽고 시끄럽다. 정치판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고, 대선후보직을 내려놓은 안철수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판만 그런 게 아니다. 정치판에 뛰어든 시인과 소설가들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윗글은 소설가 공지영(49)이 지난 10월 15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앤솔러지(선집)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폴라북스)를 펴낸 것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뱉은 말이다. 문재인 대선후보 문인 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지영은 스스로 정치활동을 하는 까닭에 대해 "정치가 불안하고 독재적으로 변할수록 예술가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과연 그럴까. "문재인 후보 당선과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기원하며" 지난 1일(토)부터 12일(수)까지 단식기도에 들어간 공지영 말이 맞을까. 그동안 정치판에 뛰어든 문인들은 또 누구누구일까. 문학과 정치, 문인과 정치인, 그 사이를 이어주는 가늠자는 무엇이며, 그 사이를 떼어놓는 잣대는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문인으로는 시인 김춘수, 양성우, 소설가 김홍신, 다산연구가 박석무 등이 그들이다. 지금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문인들도 있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인 시인 김영환과 도종환이 그들이다. 그밖에 배지는 달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치활동을 깊숙이 하고 있는 문인들도 수두룩하다.  

시인 김지하는 지난 11월 26일(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325개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시국간담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11월 29일(목) 불교방송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술 한 잔 마시고 할 때 '타는 목마름으로(김 시인의 저항시)'를 저는 못 부를 것 같다"고 시인 김지하를 꼬집은 시인 안도현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인 신경림(동국대 석좌교수)과 소설가 현기영, 문학평론가 염무용(영남대 명예교수), 구중서(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시인 정희성(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소설가 유시춘 소설가(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시인 김진경(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등 30여 명이 넘는 문인들도 공지영과 함께 문재인 대선후보 문인 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선후보직을 내려놓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쓴 작가 조정래가 후원회장으로 있었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유권자연대운동'에도 소설가 황석영 등 50여 명에 이르는 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정치인과 언론, 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지영, 정치 끼어들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요즘 소설가 공지영씨께서 문재인 후보 당선을 기원하는 단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지영씨의 대표적 소설 중 이런 것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정말 민주당이 무소의 뿔처럼 본인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민주당답게 혼자서 가기를 바라고 있다.

먼저 정치권 반응부터 살펴보자. 새누리당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12월 2일(일)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당선을 기원하며 단식에 들어간 작가 공지영을 향해 '소설가 공지영 씨의 문재인 후보 당선 기원 단식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공지영을 비꼬았다. 정치에 끼어들지 말고 작가가 쓴 소설 제목 그대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시인 안도현에 대해서도 11월 30일(금) "정치가 무엇이길래 사람을 이리 변질시키는가. 아니면 원래 그랬던 분이 '아름다운 시어(時語)' 뒤로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것인가"라며 "안 위원장은 막말로 인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욕되게 하고 시인으로서의 그의 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 데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시인 안도현 문재인 공동선대위원장은 11월 29일(목) 낮 3시 10분, 공지영 작가 단식기도 브리핑에서 "공지영 작가가 단식기도에 돌입했다"며 "공지영 작가는 50만이 넘는 팔로어가 있는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작가는 단식기간 중에도 SNS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공지영씨가 정권교체를 위해 단식기도를 결심한데 대하여 문재인캠프는 그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어떠할까. <조선일보> 11월 30일자에 김광일 논설위원이 쓴 <[만물상] '정치인' 안도현>에서는 "안도현은 참 다정한 시인. 안도현의 시구는 연탄난로보다 따뜻했다"라고 추켜세운 뒤 곧바로 허를 찔렀다. 그는 "정치판에서 시인은 대개 선거 현수막 같은 역할을 한다"며 "안도현은 손에 파스를 붙인 박근혜 후보에게 '연민을 자극하는 상처 마케팅'이라고 했다. '그녀, 잘 가꾼 악(惡)의 얼굴이여'라고도 했다. 안도현은 자신의 글짓기 솜씨에 정치적 감각을 버무려서 한 방 날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할퀴었다.

<동아일보>도 11월 30일자 <[기자의 눈/장원재] '뻘짓… 찌질이… ' 詩心(시심) 잃은 시인 안도현>이라는 글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재 시인' 안도현. 이렇게 따뜻한 시를 썼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180도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안도현의 시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그의 이런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고 썼다.

문인들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정치와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돈관계 같은 것 아닌가. 시인 김지하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이나 시인 안도현과 작가 공지영, 시인 신경림 등 문단 어르신들이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는 것이나 모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박정희 군사독재정권과 온몸으로 투쟁한 김지하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 작가회의 소속 한 문인

문인들은 어떠할까. 문재인 캠프에 회원들이 많이 참여한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 홈피 게시판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다. '현계'라는 익명과 시인 김희정이 김지하 시인에 대한 비판과 작가회의에게 바라는 글을 올린 것을 빼고는 말이다. 다만 김희정 시인이 올린 '가치관과 정체성을 잃은 일부 작가회의 회원들'이란 제목 아래 유종 시인이 올린 덧글이 하나 까치밥처럼 매달려 있다.

유종 시인은 이 덧글에서 "현실과 괴리되어 뜬구름 잡기하던 노 작가의 말로가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것이지요"라며 "김희정 시인 그리 분기탱천하지 말기를. 어디 한둘이어야지"라고 꼬집었다. 작가회의 홈피가 이처럼 들썩거리지 않는 것은 문인들 대부분이 정치판에 뛰어든 문인들을 스스로 이름을 내걸고 공개 비판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작가회의 소속 한 소설가는 "대선을 맞아 문인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아니겠느냐"라며 "일부에서는 '문인이 글이나 쓰고 앉아 있어야지,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은 웃긴다'는 말도 떠돌기도 하지만 이는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서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작가회의를 비롯한 민예총 등에 지원하던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끊긴 것에 대한 일종의 반항 같은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작가회의 소속 또 다른 한 시인은 "문재인 캠프에 있는 시인 안도현이 같은 당 안에 있는 정대철, 이부영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개콘(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찌질이'라 하고, 민주당에 실망을 표시한 시인 김영환 의원게 '뻘짓 그만하시고 차라리 쥐구멍에 들어가라'고 막말을 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이는 현실정치가 문인의 순수함을 어떻게 잃게 하는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소설가 공지영이 "집과 성당만 오가며 기도하겠지만 SNS 활동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당선을 기원하는 단식에 들어간 것에 대해 누리꾼 반응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단식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단식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글들도 꽤 있다.

누리꾼 kj****는 "9시간 전 공지영 작가가 단식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로 성당에 매주 나갔다. 이길려고. 대림이다. 난 단주를 걸겠다. 내가 대선까지 술 마시면 나 때문에 졌다. 홍어 좃 같은 새누리야 사라져라. 19일 날 봉하에서 봉하막걸리를 마실 것이다. 난 단주를 걸겠다"는 글을, 누리꾼 sun***는 "공지영 작가가 단식한다는데 그보단 발바닥 불나게 엉덩이에 불나게 뛰어야 하는 게 안 맞나 모르겠네"라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 bik***는 "공지영아. 단식기도는 잘하고 있나? 안철수 사퇴하니 '시민들의 승리'라고 지껄이더니 무엇이 구려서 단식기도를 하는가?"라며 "뭐 지금 민주화투쟁하는가? 차라리 작두를 타는 게 어떤가? 어찌 노빠들은 저리 웃길까? 저런 같잖은 행동을 찬양하는 문캠도 웃기네"라는 글을, 누리꾼 ziz***는 "대선 때까지 단식하고 트위터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밥은 먹되 트위터를 끊는 편이 원하는 후보 당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태그:#작가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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