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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통계를 전하는 영진위 통합전산망을 보면 '스크린 점유율'이라는 항목이 있다. 쉽게 말해 전국의 스크린 중에서 특정 영화가 걸리고 있는 비율이다. 11월 30일 기준으로 상위 10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86.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개봉중인 영화는 수십 편인데, 이 10개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이 13.4%의 스크린 수를 나눠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영화의 작품성이나 재미는 스크린 수와 비례하는 것일까. 작품성이나 재미로만 따디자면 스크린 점유율 2% 이내의 이른바 '작은 영화'들도 결코 수백개의 스크린 수를 가지는 영화에 못지 않다. 다만 그들은 현 시장 상황 때문에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작지만 강한 영화 네 편을 소개합니다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와 <개들의 전쟁>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와 <개들의 전쟁> ⓒ 프레인/인디플러그


먼저 <아워 이디엇 브라더> (스크린 점유율: 1.7%)다. 201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작이었던 이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는,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5배에 가까운 흥행수익을 올렸다. 제작비가 5백만 달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60억원. 한국의 상업 영화의 평균 제작비를 조금 웃도는 금액이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는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하지만 충분히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제작비보다 훨씬 많은 수익도 올리고, 미국 현지에서 좋은 평도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워 이디엇 브라더>를 일단 보기도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분명 새롭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미디 영화인 <아워 이디엇 브라더>가 마니아들만이 알고 지내는 작품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는 점은 아쉽다.

두 번째로 <개들의 전쟁> (스크린 점유율: 1.4%)은 <은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뒤 군입대한 김무열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비록 어린 양아치들 사이의 충돌과 부침을 다룬 영화라 크고 거창한 규모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액션과 그 완성도에서 만큼은 대작 못지않은 새로움과 재미가 있다.

중화요리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번 돈을 아껴 어려운 아이들을 돕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우수 씨의 위대한 삶을 그린 <철가방 우수씨> (스크린 점유율: 0.9%)도 빼놓을 수 없다. 김우수 씨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영화에 재능을 기부했고, 극장에 개봉하게 되었다.

물론 <철가방 우수씨>가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감동이 있고, 위대한 삶을 더 많은 관객들이 보며 가슴으로 무언가 느낀다면, 박스오피스 순위나 관객수와는 별개로 또다른 가치가 이 영화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밤의 이야기> (스크린 점유율: 0.5%)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로 우리에게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참신한 즐거움을 알게 해준 미셸 오슬로 감독의 근작이다. 배경은 색칠되어 있고, 움직이는 피사체들은 검은 그림자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 독특함을 인정받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분명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재밌는 설화가 만나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작품인데도 국내에서는 고작 17개의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다. 

 영화 <철가방 우수씨>와 <밤의 이야기> 포스터

영화 <철가방 우수씨>와 <밤의 이야기> 포스터 ⓒ (주)대길ES/데이지엔터테인먼트




이 밖에도 '작지만 강한 영화'들은 많다. 베니스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엽덕한이 믿을수 없는 호연을 해준 <심플 라이프>(스크린 점유율: 0.4%),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SNS상에서 추천한 바 있는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다큐 <엔딩 노트>(스크린 점유율: 0.3%), 관객과 평단에게서 찬사를 받고 있는 <범죄소년>(스크린 점유율: 0.3%),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스크린 점유율: 0.2%), 한국 옴니버스 영화로서 지금 우리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줘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가족시네마>(스크린 점유율: 0.1%) 등이다.

'힘' 가진 거대 배급사, 생색 말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이렇게 너무나도 괜찮은 작품들이 2%는 커녕 1%도 안되는 스크린 점유율을 보이며 상영중이다. 보통 스크린 점유율 0.1%면 스크린 수가 2개에서 5개 사이라고 한다. 그런 0.1% 점유율의 개봉영화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이다. 사실 이런 현실은 전하기 부끄럽기까지 하다. 배급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지금, 원론적인 말이지만 '상생'의 길을 찾는게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 

대기업 계열의 배급사와 복합상영관이 상당수 영화의 배급과 스크린 수를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힘을 갖고 있는 대기업에서 '스크린 수 양극화' 문제에 전향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다. 배급사끼리 기간을 정해 다양성 영화를 좀 더 틀어주는 방법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국내 영화계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다양한 작품들에게 개방한다면, 현실은 더욱 좋아질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 극장에서도 적어도 평일 좋은 시간대에는 비상업적인 영화에 스크린을 배정하는 구체적인 행동도 요구된다. 첫 회와 마지막회만 이러한 영화들을 배정해 놓고, '개봉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지난 30일 열렸던 제 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민식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상생'이었다.

아워 이디엇 브라더 개들의 전쟁 철가방 우수씨 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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