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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사복경찰에 밀려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사복경찰에 밀려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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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 로비. 장내는 소란스러웠다. "왜, 건국대 학생이 건국대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데 못하게 막습니까?"라고 소리치는 대학생. 이에 삿대질하며 맞선 사람들.

"헛소리하지 마! 빨갱이 짓하고 있어!"

직후 "채증(증거를 수집)해!"라는 소리가 들리고, 로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한국 대학생 포럼'이 주최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토크 콘서트'가 건국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 주변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건국대 모임 학생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기습 피케팅을 벌인 것. 이에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시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산발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박근혜 후보는 시위대가 없는 반대편 입구로 입장했으나 행사장 로비에서 쌍용자동차 노조 측이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고, 전국 대학생 행진 학생들도 가세했다. 시위대가 사복경찰과 박 후보 지지자에 의해 건물 밖으로 밀려나면서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박근혜 후보에게 우리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건국대 제2학생회관의 한 동아리방을 방문했다. 그곳에 모인 세 명의 대학생들은 저마다 구호가 적힌 피켓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방 한편엔 '박근혜의 건국대 방문을 반대한다'고 적힌 인쇄물이 놓여 있었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건국대 모임 소속 김무석(수의학과·03) 씨를 만났다.

- 오늘 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박 후보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그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노동정책이 부재하다. 또한 우리 현실의 민주주의 가치와 언론자유가 너무나 훼손되어 있다. 소통을 강조한 박 후보가 비판적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 교내외 학생들과 이 사안에 대해 소통한 바 있는가?
"본래 유인물을 배포하고 대자보를 게시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 측에서 후보자 실명이 언급된 문서의 배포나 게시는 금한다고 해서 회수했다. 그 대안으로 페이스북에서 홍보했다. 사실 선거법이 공정해야 하지만, 문제가 많다. 특정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들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 학생들 반응은 어땠는가?
"교내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격렬한 행동을 요구하는 학우들도 있었지만, 공감도 높은 평화로운 집회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처럼 적극 의견이 오갔다. 직접 쓴 대자보를 전달하며 참여는 못하지만 응원하겠다는 말을 남긴 학우도 있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한 전국 대학생 행진 측에서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이 박근혜 후보의 건국대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에 사용해달라며 익명을 요구한 건국대 학생이 개인적으로 작성하여 건네준 대자보를 소개하고 있다.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이 박근혜 후보의 건국대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에 사용해달라며 익명을 요구한 건국대 학생이 개인적으로 작성하여 건네준 대자보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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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도 건국대 찾아

오후 5시 20분경, 준비를 마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은 시위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여섯 명이 건국대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과 만나 건국대를 찾은 이유를 물었다.

김남섭 사무국장은 "박 후보에게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쌍용차 회계조작과 고의부도,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기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원내대표 면담조차 갖지 못했다"며, "여당의 실세인 박 후보에겐 국정조사를 실시할 책임과 능력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시위장소로 향했다.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 행사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이 박 후보의 건국대 방문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 행사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이 박 후보의 건국대 방문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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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를 넘어서자, 행사장 인근에 자리를 잡은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별다른 제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박 후보 지지자들이 시위대 주위로 몰려들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니들이 유신을 알아?"라며 항의했으나 시위대는 이를 무시한 채 계속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박 후보 지지자들이 피켓을 부러뜨리고 멱살을 잡으며 삽시간에 충돌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 중인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의 건국대 03학번 재학생과 건국대 58학번 동문인 박 후보 지지자 간에 고성이 오가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 중인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의 건국대 03학번 재학생과 건국대 58학번 동문인 박 후보 지지자 간에 고성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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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이 박 후보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의 토크콘서트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이 박 후보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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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중인 박 후보 지지자에게 시위대에 대해 묻자, 그는 "유신을 겪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왜 과거지사를 지금 끄집어내느냐. 과거는 중요치 않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를 지켜본 건국대 학생 김건우씨는 "시위대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반대의견을 억압하려는 어르신들의 폭력적인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행사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과 지지자들의 충돌이 있던 시각, 행사장 로비에서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행사장 인근에서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과 지지자들의 충돌이 있던 시각, 행사장 로비에서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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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행사장 로비에서 2차 충돌

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로비에 남은 김남섭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무국장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로비에 남은 김남섭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무국장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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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예정시각을 1시간 넘긴 오후 7시 30분, 지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박 후보가 입장했다. 이때 쌍용차 해고노동자 여섯 명이 쌍용차사태 국정조사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인근에 있던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건국대 대학생들과 전국 대학생 행진 소속 대학생들도 가세했다.

사복경찰이 빠르게 시위대를 막아섰고 그 사이 박근혜 후보는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로비는 시위대와 박 후보 지지자, 사복경찰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구호를 외치며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스크럼을 짜 밀어내려는 사복경찰 간 몸싸움이 이어졌다. 한동안의 소동 끝에 시위대는 출입구 밖으로 밀려났다.

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로비에 남은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건국대 모임 소속 학생이 박 후보 지지자에 의해 찢겨진 피켓을 들고 "건국대 학생이 건국대에서 자기 의사표현도 못하는 것이 소통이냐"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입장한 뒤 로비에 남은 <노동자 연대 대학생 그룹> 건국대 모임 소속 학생이 박 후보 지지자에 의해 찢겨진 피켓을 들고 "건국대 학생이 건국대에서 자기 의사표현도 못하는 것이 소통이냐"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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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경찰에 의해 건물 밖으로 밀려난 <노동자 연합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유리문을 통해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복경찰에 의해 건물 밖으로 밀려난 <노동자 연합 대학생 그룹> 소속 학생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유리문을 통해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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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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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 토크콘서트와는 달리 시위대 관련 질문에는 묵묵부답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박 후보는 박수갈채 속에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학생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박 후보와 수행원들은 말없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시위대가 밀려난 로비에는 고성 대신 지지자들의 환호만 가득했다. 국민과의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박 후보, 시위대는 그와 소통하지 못한 채 허탈하게 교정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도 국민이었다.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을 빠져나가는 박근혜 후보에게 본 기자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답없이 웃으며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을 빠져나가는 박근혜 후보에게 본 기자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답없이 웃으며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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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토크콘서트, #건국대학교, #노동자연대대학생그룹,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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