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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 440',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11일 동시에 발표한 정책 발표문의 '쪽'수다. 문 후보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안 후보는 공평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그동안 밝힌 정책과 새롭게 추가된 공약을 종합해 발표했다. 공약이 그 양으로만 평가될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다섯 가지 '문(門)'이라는 꼭지를 통해 핵심정책을 정리했고, 안 후보는 7개 비전을 제시하며 보다 자세하게 공약을 풀어썼다고 봐야 한다.

방대한 내용의 공약들은 앞으로 그 방향의 정당성과 실현가능성을 검증받게 될 것이다. 검증에 앞서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두 후보의 약점은 무엇일까? 즉각적인 반응이 있는 분야는 문 후보의 '문화 정책'과 안 후보의 '노동 정책'이다. 문 후보는 이날 발표에서 문화 분야가 아예 빠져 있었고, 안 후보의 정책은 노동 사안의 전체적인 이해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후보 캠프 측은 관련한 내용을 추후 따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일화 과정에서 누가 되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자리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노동 인식 실망"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정부의 7대 비전과 25개 정책과제에 대한 실행계획을 담은 정책약속집 '안철수의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정부의 7대 비전과 25개 정책과제에 대한 실행계획을 담은 정책약속집 '안철수의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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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노동정책은 곧 '일자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또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일자리 정책은 공약집 '안철수의 약속' 두 번째 비전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하는 경제'라는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데,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정책, 자영업자 관련 정책 등과 함께 묶여 있다.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노사정 위원회'에 영세업자와 비정규직 대표를 참여시키겠다는 공약이 가장 눈에 띈다.

안철수, '노동' '노동자' 대신 '근로', '근로자'표현

안 후보는 공약집에서 전반적으로 '노동' 대신 '근로', '노동자'라는 대신 '근로자'를 주로 썼다. 또 일반적으로 쓰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말 대신 '특수고용종사자'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근로'가 법정 용어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단순 용어 취사의 문제라고 정리하더라도, 안 후보의 현실 진단에는 노동계와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뭐라 평가해야 할지 할 말이 없을 정도"라며 "노동계의 고민이 무엇인지 이해를 전혀 못한 듯하다, 특히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현'을 언급한 부분에서 드러난 인식은 크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안 후보가 해당 공약을 발표하며 '노사 당사자의 이익충돌로 사회통합적 차원의 노사관계 미비'라고 '현실진단'한 부분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노사 관계에서 이익충돌이라고 하면 노사를 대등한 관계로 본다는 말"이라며 "현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과연 '이익집단' 사이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용의 의제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며 "일자리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가 '정리해고 남용방지'라는 공약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신속판정제도 도입'과 '정리해고 충격 완화 방안' 등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정리해고로 발생한 근복적 문제를 보지 못한 것"이라며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같은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 캠프의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나온 정책은 일자리 마련을 중심으로 준비된 것들"이라며 "노동법 개정과 같은 노동 관련 사안은 캠프에서 따로 준비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일 후보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도 캠프에서 노동 사안을 중심으로 따로 심도 있게 논의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후보들 문화감수성 떨어진다, 이벤트로 접근은 그만해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자리혁명·경제민주화·복지국가·새정치·평화와공존 등 '다섯 개의 문, 단 하나의 문'이라는 제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자리혁명·경제민주화·복지국가·새정치·평화와공존 등 '다섯 개의 문, 단 하나의 문'이라는 제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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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문화 관련 정책이 없다는 지적은 본격적인 정책발표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영화제 등 영화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독립영화와 인디 문화에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이외에는 활자로 공식화돼 나온 정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공약발표에서 이 같은 지점이 보완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결국 문화 분야는 제외됐다.

문 후보 캠프 측에서는 "따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분야의 중요성을 놓고 보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같은 날 발표된 안철수 후보의 문화정책과 비교된다. 안 후보는 공약집에서 '문화예술 교육', '표현의 자유 보장', '지역문화 경쟁력 강화', '문화예술인 노동조건 개선' 등을 골자로 한 11개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문화예술인의 표준고용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보장 등의 내용이 반영돼 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기존 대통령 선거에서 나온 문화 정책과 비교했을 때 진일보한 것이라고 본다"며 "완결성과 구체성이 높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 측의 정책 발표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양측을 모두 만나 토론을 했는데, 내용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문화의 가치가 확장된 것에 비해 각 후보들이 다루는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양 후보 모두 이전보다는 진일보했지만 문화적 감수성은 부족해 보인다, 여전히 영화제를 찾아가는 이벤트로만 문화 정책이 접근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문화정책분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와에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각자의 활동 영역에 관심이 커 다른 공약 발표와 함께 하는 것보다 별도로 발표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정책이 완성돼 있지만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노동, #대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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