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종영한 <신의>는 은수가 고려에 남는 '해피엔딩'을 선보였다.

30일 종영한 <신의>는 은수가 고려에 남는 '해피엔딩'을 선보였다. ⓒ sbs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게 아닌,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경우라면, 사실 그 드라마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미 MBC <닥터진>에서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듯이 그 인물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끊임없이 역사에 개입하게 될 터이고, 알게 모르게 역사는 그가 알고 있던 '기록된 역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 여행자'는 우연에 의해 현재로 돌아오게 돼 있다. 제아무리 '판타지 사극'이라 이름 붙여도 시청자는 익히 알고 있는 역사를 바꾸는 드라마적 설정을 용납하지 못한다. SBS <신의> 속에서 숱한 위기에도 불구, 공민왕(류덕환 분)이 폐위되거나 최영(이민호 분)이 죽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의>는 유은수(김희선 분)를 고려시대에 남겨 두었다. 현대로 돌아온 그가 자발적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제작진이 강조했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임이 분명해진 순간이다.

한 가지 설정이 있기는 했다. 최영 장군 부인의 성씨인 '유'씨를 은수의 이름 앞에 붙여 유은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은수가 고려에 남아 최영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게 어느 정도 개연성을 갖는다. 비록 그의 역사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은수와 최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 놓은 만큼 모든 게 '멜로'로 용서되고 남는다. 

<신의>의 아쉬움 바탕으로 더 완결성 갖춘 타임슬립 드라마 나와야

 또 하나의 타임슬립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던 sbs <신의>. 아쉬움 속에 30일 종영을 맞이했다.

또 하나의 타임슬립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던 sbs <신의>. 아쉬움 속에 30일 종영을 맞이했다. ⓒ sbs


하지만 어찌되었든 현대의 사람이 과거에 남기로 결심한 순간, 그리고 그것을 드라마가 그려낸 순간, 이 타입슬립 드라마는 '무책임성'이라는 한계를 갖게 된다. 그것은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안일함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신의> 제작진은 은수가 몇 번의 시간 여행 끝에 다시 최영을 만나는 것으로 결말을 선보였다. 해피엔딩을 위한 설정이자,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드라마의 방점이 '멜로'에 찍힌 만큼 어느 정도의 '시적 허용'은 용인해 달라는 취지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대부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시대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읽힌다. 역사와 멜로라는 애매한 줄타기가 계속돼 왔고, 끝내는 이도저도 아닌 결말이 엔딩을 장식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살았으니 모든 게 만사 OK 랄까?   

차라리 멜로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나 추리극이나 정치 사극과 같은 분야로 '타임슬립'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타임슬립의 시작은 '만약'이다. 역사에 대한 가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왜 굳이 멜로라는 틀 안에 가둬 그 역동성과 상상력을 제한하는지 모르겠다. <신의>가 남긴 성과와 아쉬움을 바탕으로 더 완결성을 갖춘 타임슬립 드라마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신의 김희선 이민호 닥터진 타임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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