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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광률 작가 고광률이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오래된 뿔>1,2(은행나무)에 나오는 그 ‘뿔’은 어떤 상징을 담고 있을까
▲ 작가 고광률 작가 고광률이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오래된 뿔>1,2(은행나무)에 나오는 그 ‘뿔’은 어떤 상징을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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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쿵! 뒤에 받힌 차가 횡단보도 안쪽으로 댓 걸음가량 밀려나갔다. 놀란 송영주가 핸들에 처박힌 얼굴을 가까스로 쳐들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양손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조수석에 앉은 박윤영은 추돌 충격이 심한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송영주의 안전 여부를 먼저 살폈다.
"어이쿠…. 아가씨 덜 괜찮습니까요? 아줌씬가…."
- 9쪽, 제1장 '하늘과 땅' 몇 토막

'뿔'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낱말이다. 촛불시위 때에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도깨비뿔이 달린 머리띠를 많이 둘렀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 잘못된 정치나 경제, 사회를 비꼬는 어떤 모임을 가질 때마다 "000 뿔났다"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작가 고광률이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오래된 뿔>1,2(은행나무)에 나오는 그 '뿔'은 어떤 상징을 담고 있을까. 작가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인 김기택이 쓴 시 '소싸움'을 싣고 있다. "뿔에 매달려 씩씩거리는 커다란 뿌리를 보라. / 피의 힘으로 노려보는 눈."이라고 시작하는 시 말이다.

1980년 5·18 광주부터 유월항쟁 등 지난 30여 년 동안 겪었던 우리나라 뼈아픈 현대사를 꾹꾹 눌러담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된'과 '뿔'이란 무기를 들고 그 속내를 샅샅이 파헤친다. 여기서 말하는 '오래된'은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피에 젖은 역사를 상징한다. '뿔'은 그렇게 거꾸로 가는 역사를 바로 되돌리기 위한 저항이다.   
 
그 '뿔'은 김기택 시처럼 "끓자마자 기화된 분노를 뿜어내는 코"이자 "벌어진 입속에서도 튀어나오는 / 흰 두개골들, 공기를 짓씹는 이빨들"이다. 그 '뿔'은 "용수철처럼 튀어나가기 위해 흙을 파헤치는 뒷발"이기도 하고 "달려간다. 박는다. 민다. 밀린다. 부딪치며 민다. / 제 에너지에 감전되어 부들부들 떨리는 / 피와 근육의 / 스파크"다.

모두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장편소설은 '하늘과 땅', '남은 사람들', '총', '열쇠', '충성', '춘몽', '순리', '관계', '오래된 뿔' 속에 우리 현대사에 그려진 큰 벽화를 다시 그린다.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앤'에 연재했던 이 장편소설은 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 고광률은 지난 18일(목) 전화통화에서 "1993년 광주를 방문한 뒤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2004년 초고를 거쳐 8여 년 동안 많은 자료조사와 수정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명찰과 계급장을 뜯는다 실시!

작가 고광률 <오래된 뿔> 1980년 5.18 광주부터 유월항쟁 등 지난 30여 년 동안 겪었던 우리나라 뼈아픈 현대사를 꾹꾹 눌러담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된’과 ‘뿔’이란 무기를 들고 그 속내를 샅샅이 파헤친다
▲ 작가 고광률 <오래된 뿔> 1980년 5.18 광주부터 유월항쟁 등 지난 30여 년 동안 겪었던 우리나라 뼈아픈 현대사를 꾹꾹 눌러담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된’과 ‘뿔’이란 무기를 들고 그 속내를 샅샅이 파헤친다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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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법천지를 보호
성외동 재개발 예정지에서 雨中(우중) 기습작전
중상자까지 닭장차에 태워 경찰서로 연행

신문보도내용과 서장의 구두보고가 서로 달랐다. 서장이 말한 주민의 피해는 파악된 피해 규모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신문이 추측보도를 했거나, 서장이 축소 보고를 한 것일 텐데, 전자보다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155쪽, 제3장 '총' 몇 토막

작가 고광률 장편소설 <오래된 뿔>은 지방지 해직기자 박갑수가 어린 깡패가 휘두르는 칼에 찔려 죽는 살인사건으로 그 문을 연다. 그가 죽기 하루 앞날 밤 술자리에서 만났던 친구 양창우 기자와 살인교사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아리따운 오 마담,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검사 그리고 죽은 박갑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는 군 출신인 두 남자에 이르기까지...

이때부터 살인사건 범인과 원인을 둘러싼 인물들끼리 벌이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다른 한편에선 대선과 총선을 코앞에 두고 7년 앞 행악을 추적 받게 된 광주 진압군 출신 국회의원 장상구는 죽은 박갑수가 숨겨둔 비밀스런 보따리를 찾아 없애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음모를 꾸미는데...

역사미스터리를 주춧돌로 삼은 이 소설은 개인이 지닌 복수심과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가로 세로로 촘촘하게 엮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현대사회가 지닌 질곡이 개인이 지닌 삶을 어떻게 폭력으로 낙인찍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렇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안과 밖에서 공룡 같은 권력 아래 치솟는 뿔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오래된 뿔'이 가슴을 뚫고 이 세상 밖으로 치솟는 날, 그날이 제2의 4·19혁명이 이루어지는 날이 아니겠는가. 은행나무 출판사는 이 소설에 대해 "작가는 5.18이니, 6·29니 하는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추리소설 기법을 접목했다"라며 "등장인물들의 기억을 끼워 맞춰 나감으로써 점차 사건의 비밀이 풀리도록 설정했다"고 귀띔했다.

"죽어야 할 자리에서는 고민하지 말고, 떨지 말고, 그냥 죽어라. 그놈이 오리지날 군인이다. 알겠나?"
다시 부대원의 머리 위에서 대검이 번뜩였다. 알았다는 뜻이었다.
"작전 중에는 서로 관등성명을 부르지 마라."
군기를 잡는 대대장이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다.
"지금부터 명찰과 계급장을 뜯는다. 실시!"
"실시!" - 265쪽, 제4장 '열쇠' 몇 토막

뿔은 억울한 시대 살아온 사람들 가슴 뚫고 나오는 민중혁명

창우의 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바싹 뒤따르던 차량들이 추돌하며 뒤엉켰다. 빠아아앙..... 하는 경적음이 달려오는 전경들의 군홧발 소리와 뒤섞였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민우였다. 어느새 달려온 민우가 창우를 힘껏 감싸 안으며 물었다.
"……."
검은 하늘에서 아주 오래된 별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별이 진 하늘이 뿌옇게 탈색된 것 같았다. 그는 민우의 품에서 또다시 갑수를 느꼈다. - 384쪽, '에필로그' 몇 토막  

작가 고광률 장편소설 <오래된 뿔>은 그동안 부아를 꾹꾹 눌러가며 가슴 깊숙이 오래 묵혀두었던, 그 뿌리가 단단하면서도 날카로운 뿔이다. 그 뿔은 우리 역사를 제멋대로 주무른 삐딱한 양심과 잘못된 권력과 시민들을 짓밟는 악을 단번에 들이박아 숨통을 짓누른다. 그 뿔은 억울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모든 가슴을 뚫고 나오는 민중혁명이다.   

문학평론가 김이구는 "세상은 권력과 악의 손아귀에 농락당하고 역사는 무심하게 흘러가는가? 한 기자의 의문의 살해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는 이 소설은 뜨겁고도 급박한 호흡으로 5월 광주와 6월항쟁의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재현한다"고 말한다. 그는 "권력의 얼굴을 한 야만을 집요하게 해부하며 역사의 알리바이를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작가의 치열한 필치는 어느새 불꽃놀이인양 아름답고도 황홀하다"고 적었다.

작가 조용호(세계일보 기자)는 "누구나 뿔 하나씩 감추고 산다. 행여 돋을까봐 조아리고 두리번거리며 낮은 자세로 살아갈 뿐"이라며 "뿔들이 솟구치는 그날이 오면 전쟁이 시작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을 위한 싸움이다. 황금빛 뿔을 선연히 세우고 역사의 중심을 향해 달려갈 때, 그리하여 그들이 거대한 무리가 될 때, 비로소 피 흘리는 역사는 한 뼘쯤 진실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는 "문학을 문약(文弱)과 동일시하는 곤란한 버릇이 한국문학에는 있는 듯하다. <오래된 뿔>은 오랜만에 만나는 남성적 소설"이라고 말문을 연다. 그는 "고광률의 힘 있는 문장은 80년 5월 광주 이후 우리 현대사를 대결의 상대로 삼는다. 감상적이며 쇄말주의적이라는 이유로 한국 소설을 멀리해 왔던 독자들에게 특별히 권한다"고 평했다. 

작가 고광률은 1961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87년 <호서문학>에 최상규, 박범신 추천으로 단편소설 '어둠의 끝'을, 1991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에 단편소설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2002),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2010)가 있다. 2012년 장편소설 <오래된 뿔>로 제17회 호서문학상을 받았다. 지금 대학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오래된 뿔 1

고광률 지음, 은행나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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