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 간담회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 간담회 ⓒ 성하훈


영화계를 향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진영의 구애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영화계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후보 역시 영화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7일 '영화의 날'을 맞아 서울 강남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영화인들과 대선 후보의 만남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영화인들과 만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재인 후보가 40여 명의 영화인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 안 후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100여 명이 넘는 영화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영화계 주요 현안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조광수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광해 : 왕이 된 남자>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와 <깔깔깔 희망버스> 이수정 감독이 대표로 나와 영화계 현안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 모인 영화인들은 안 후보의 영화산업 정책에 대해 관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영화 제작자·감독·국내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간담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안 후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일부에서는 스태프 처우 개선 방안 등이 담긴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독립영화 지원 공감... 스태프, 생활인으로서 삶 보장돼야"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의 간담회. 안철수 후보가 영화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의 간담회. 안철수 후보가 영화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안철수 진심캠프


안철수 후보는 "개봉된 영화를 즐겨보고 있고, 많은 영화들을 DVD 등으로 소장하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화계 현안에 대해 몇 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독립 저예산 영화 지원'에 대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라나려면 커다란 나무와 작은 화초 등이 잘 갖춰져야 한다"며 대학의 기초 학문 육성을 예로 들며 공감을 표했다.

또한 '대기업 수직 계열화'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를 감시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제조업 문제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하며 "중소기업이나 지식산업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열악한 환경의 스태프 처우에 대한 개선을 공약에 넣어달라'는 영화인들의 요구에 "월 100만 원 정도의 임금에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활인으로서 살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답해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 후보는 또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라며 현 정권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제도가 있어도 안 되면 사람 탓이라고 하는데 제도가 미비한 경우도 많다, 사람이 바뀌어도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권력보다는 자본에 의한 '표현의 자유 제약'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이날 간담회는 영화계 현안에 대해 비록 총론입장을 밝히는데 그쳤으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후보와 차이를 나타냈다. 문 후보는 영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당시 논란을 빚었던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영화산업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보이며 영화계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 대해 "영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에 앞서 영화인들과 접촉을 갖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평했다. 조 비서실장은 최근까지 '영화사 봄'의 대표를 지낸 영화인으로 안철수 후보와 영화계를 연결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정책이나 공약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다른 분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 지지 양분하는 문재인·안철수... 박근혜는 없다 

 지난 10월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열린 영화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인사를 나누는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와 정지영 감독

지난 10월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열린 영화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인사를 나누는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와 정지영 감독 ⓒ 문재인 캠프


 지난 10월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문재인 후보

지난 10월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문재인 후보 ⓒ 문재인 캠프


지난 27일 안 후보의 간담회는 영화계 다수의 인사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후보 측을 돕는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안 후보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영화계는 보수:진보의 비율이 1:9'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진보 색채가 강하고 수구·보수정치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영화인들이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박근혜 후보가 보수원로영화인들 외에는 영화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영화계가 군사독재정권 시절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비교할 때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호감보다는 반감이 더 많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박찬욱·봉준호 감독 등의 사례 처럼 영화계는 진보정당 당원이었거나 그 정당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 대선후보의 존재감이 미약한 탓에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 현재까지는 문재인 후보 진영이 영화계의 세를 더 얻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이창동 감독과 문성근 민주통합당 고문, 배우 명계남,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등이 문재인 후보를 직접적으로 돕고 있고,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도 문 후보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에 비해 안 후보 측에는 조광희 변호사 외에는 딱히 눈에 드러나는 영화계 인사가 없다는 평이다. 하지만, 영화계의 문재인 지지 현상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은 "영화계 다수가 문재인 후보 쪽이라고 누가 그러느냐"라며 "노무현은 용서해도 친노 및 열린우리당 세력은 아직 용서치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FTA와 스크린쿼터 때문에 영화계와 국민들에게 '엿을 먹인' 게 누구냐"며 "배우 최민식은 한미FTA 반대집회에 참석하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찍혀' 몇 년 동안 영화 출연도 못했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 후보가 사과 입장을 내놨다고는 해도 스크린쿼터 축소와 함께 시작된 참여정부의 한미FTA 협상은 여전히 영화인들에게는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안철수 지지하지만, 문재인도 애정... 야권단일후보 지지"

 27일 오후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의 간담회. 왼쪽부터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이수정 감독, 안철수 후보, 김조광수 감독

27일 오후 신사동 브로드웨이 시네마에서 열린 안철수 후보와 영화인들의 간담회. 왼쪽부터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이수정 감독, 안철수 후보, 김조광수 감독 ⓒ 안철수 진심캠프


지난 27일 간담회가 끝난 직후, 영화인들은 안철수 후보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표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혜준 부천문화재단 대표는 "'문화 산업을 경제적 논리, 경제적 성과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며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생활인으로서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말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궁 제왕의 첩>을 제작한 황윤정 PD는 "안철수 후보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솔직담백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며 "앞으로 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과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안 후보가 정책의 기본 방향성을 제시했다고는 해도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각론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의례적인 자리였을 뿐"이라며 "앞으로 어떤 공약을 제시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부 영화인들은 안철수 후보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문재인·안철수 후보 둘 중 누가 후보가 되든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황윤정 PD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후보도 애정하고 있지만 기존 정당제도와 민주당이 싫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며 "그럼에도 정당한 방법으로 야권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누가 되든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김조광수 감독은 "사람들이 '안철수 지지자세요?'라고 묻는데, 아니다"라며 "심상정씨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오면 좋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후보로 나서든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덧붙이는 글 성하훈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안철수 문재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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