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 포스터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누구나 한 번 쯤 겪는 죽음이라고 하나, 어른이 되어도 소중한 이와의 이별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다. 하물며 어릴 때 겪은 상처는 오죽할까.

여기, 사랑하는 애완동물이자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벗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어이 살려낸 괴짜 소년이 있다. 분명 그 소년이 저지른 행동은 이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교란 행위다.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생명체를 살려낸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될 뿐 더러, 만약 그런 식으로 죽은 자가 되돌아온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유일한 친구인 '스파키'를 살린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행위는 오싹하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동안 죽음으로 사라진 나의 소중했던 존재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어느새 안구에 촉촉한 습기가 가득 고인다.

<프랑켄위니>는 팀 버튼이 자신의 단편 영화를 3D 스톱모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30년 전 디즈니 애니메이터였던 팀 버튼은 당시 동명의 실사 단편을 발표했었다.

팀 버튼 감독의 전작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개'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라는 특정 생명체를 떠나서 <프랑켄위니>는 한 소년이 '죽음'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소년은 여타 성장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온전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의 천재적인 머리로 부활시킨다. 그렇게 재탄생한 '스파키'는 많은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삶을 보여준다.

부활한 강아지, 현대 사회의 양면을 보여주다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 스틸사진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 스틸사진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과연 죽은 생명체 부활을 통해 <프랑켄위니>가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 우선 <프랑켄위니>는 소년이 과학으로 죽은 애완견을 살려내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미 뇌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한 번 죽은 이는 다시 살려내지 못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터득한 '사실' 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주입식'으로 일깨워주는 진리 터득에 한층 자유로웠던 소년은 과학 시간에 배웠던 기술을 응용, 무덤 속의 스파키에 생명을 부여한다.

빅터는 스파키의 부활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죽은 스파키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따라서 선한 동기에서 비롯된 스파키의 부활은 비록 외형은 전과 달리 상처투성이지만 여전히 빅터 만을 따르는 충직한 애완견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빅터를 제치고 과학 대회에서 1등하고 싶은 욕심만 앞섰던 짓궂은 소년들에 손에 다시 태어난 생명체들은 '괴물'이 되어 소년들은 물론 마을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다.

빅터에게 죽은 이를 다시 살려내는 비법을 전수해주었던 라즈크루스키 선생님의 말씀대로 과학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과학은 우리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파멸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 과학과 기술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과학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었던 라즈크루스키 선생님은 과학이 주는 안락함만 추구하였던 보수적인 어른들에 의해 마을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은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목적 하에 엄청난 괴물을 만들어낸다. 반면 빅터의 진심어린 마음에 의해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스파키는 괴물로 엉망진창이 된 마을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

과학으로 인류의 질서를 바꿔놓을 만한 엄청난 역사를 만들고 싶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책임도 수반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심에서 비롯된 선한 행위라 해도 죽은 개를 되살려낸다는 것은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괴물의 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프랑켄위니>의 팀 버튼은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에 발칙하게 도전장을 던지면서도 동시에 현대 사회의 양날의 검이 된 과학 기술의 무시무시함을 일깨워준다.

빅터 만한 어린이들보단, 이미 달고 닿은 어른들이 더 공감할 만한 <프랑켄위니>. 역시나 팀 버튼 감독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철학은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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