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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강정마을회장님과 밀양을 지키는 주민분들이 만났다
▲ 밀양과 강정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님과 밀양을 지키는 주민분들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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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생명평화대행진이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시작해 전국 각지의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전라남도 목포, 순천, 광주, 보성, 벌교를 지나 공주, 대전, 창원, 마산을 거쳐 12일 밀양에 당도했다.

전라도 일정을 마치고 경상도로 이동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산의 모양이었다. 둥글둥글했던 산들이 뾰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찔하게 펼쳐진 산들을 바라보며 밀양에 들어섰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두 분이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서 생명평화대행진단을 반겨 주신다. 나뭇가지는 가늘었지만 탄력적이어서 가녀린 할머니들의 몸을 잘 지탱해 주었다. 할머니들은 담담히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공사현장'으로 우리들은 안내했다. 공사현장 앞에는 작은 농성장이 차려져 있었다.

할머니들은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아득하게 솟은 산을 매일같이 오르며 한전의 막무가내 공사를 막아 왔다. 한전과 시공업체의 새파란 젊은이들은 할머니들의 나무지팡이를 부러뜨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들은 비료포대를 의자삼아 험준한 산을 엉덩이로 기어 내려와야 했다. 지금은 헬기로 옮기는 자재들을 막기 위해 헬기가 이착륙하는 지점에서 맨손으로 헬기를 잡는다. "산에 올라가지 않으니 이게 쉽지…" 하신다.

여성들이 태풍을 뚫고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낸 현장. 공사는 중단됐지만 그 사이에 농성천막은 9곳에 지어졌다
▲ 공사가 중단된 현장 여성들이 태풍을 뚫고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낸 현장. 공사는 중단됐지만 그 사이에 농성천막은 9곳에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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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은 바드리로 향했다. 온통 돌로 이뤄진 산을 올라가는 길은 꼬불꼬불 이어졌다. 차로도 한참을 올라서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곳은 태풍도 마다하고 힘차게 싸운 여성들의 힘으로 지켜진 곳이었다. 공사를 하다가 중단되어 아무곳에나 세워 놓고 간 포클레인은 급경사지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님은 함께 싸워서 반드시 이겨내자고 힘차게 외쳤다. 하지만 그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마을을 지키는 강정마을의 어머니들 생각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그 어디에서든 고향 땅을 지키고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들을 생각했고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다시 찾은 농성장엔 희미한 촛불만이 켜져 있었다. 낮에 만났던 할머니 두 분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농성장에 촛불을 켜고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 불을 붙였다는 난로에선 온기가 흘러나오고 할머니들은 실타래처럼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공사현장에서 밀양의 투쟁상황을 이야기 해 주신 순진댁 할머니와 덕촌댁 할머니
▲ 밀양을 지키는 용감한 할머니들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공사현장에서 밀양의 투쟁상황을 이야기 해 주신 순진댁 할머니와 덕촌댁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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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안와. 우리는 사진도 찍을 줄 모르고 그냥 당하는 거지…. 그때 의원이랑 스님도 막 당했잖아. 말도 못한다. 처음엔 욕도 못하고 말도 잘 못했는데. 지금은 안 그러지. 막 소리 지르고 그러지. "

"우리는 이치우어르신 돌아가시고 알려졌지 그 전에는 아무도 몰랐어. 우리도 휘발유 한통씩 다 준비 해 놓고 있어. 송전탑 세우기만하면 송전탑 끌어 안고 죽으려고. 그냥은 안 죽는다. 나 혼자는 안 죽어."

"근데… 강정은 참 좋겠어. 이렇게 젊은 사람들도 많고…. 우리는 나이든 사람 뿐이니까."

한참을 이어지던 대화를 마치고 어느새 천막에도 깊은 어둠이 밀려 왔다. 온기가득한 할머니들품에서 자고 일어나니 할머니들이 손수 냄비에 밥을 하시고 된장국을 끓여주셨다. 할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된장국 한 그릇을 맛나게 먹고 농성장을 나선다. 상쾌한 새벽공기가 개운하다.

"우리 싸움 이기고 소 한 마리 잡을테니까 연락하면 꼭 와라~."

산중에 둘러쌓인 밀양에서 맞이하는 아침햇살이 개운하다
▲ 밀양에서 맞는 새벽 산중에 둘러쌓인 밀양에서 맞이하는 아침햇살이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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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의 건설로 추가 증설되는 것이다. 이 전기들은 모두 수도권을 향해서 송전된다.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송전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밀양의 할머니들은 더 빨리, 더 편리하게 살려고 하는 우리들의 욕심 때문에 투쟁의 현장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삶을 정돈하고 조금은 편하게 살아도 될 작은 손은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는 운명이 되었다.

"고마 요데로 살고싶데이."

밀양을 지나 생명평화행진단은 오늘도 달려가고 있다. 구미(15일), 대구(16일), 부산(17일), 전주(18일)로 향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cafe.daum.net/walk4peace도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


태그:#2012생명평화대행진, #밀양, #송전탑, #765K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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