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네째날인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열린 영화 <도둑들>야외무대인사에서 배우 임달화, 김해숙, 김윤석, 증국상, 전지현과 최동훈 감독이 포토타임을 가지며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네째날인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열린 영화 <도둑들>야외무대인사에서 배우 임달화, 김해숙, 김윤석, 증국상, 전지현과 최동훈 감독이 포토타임을 가지며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이제 부산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상 관계입니다. 남포동 시대에서 영화의 전당의 시대가 된지 2년째인 이번 축제를 무사히 끝마친 부산국제영화제 측과 열정적이었던 부산 시민 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쩌면 제2의 도약기를 꿈꾸고 있을 부산국제영화제입니다. 17회째가 되기까지 전반적으로 잘해왔다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건 사실. 영화제 주최 측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 성하훈


① 소통의 다변화가 필요, 의견 교환 이후 수렴도 중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을 위한 많은 행사가 있고 또한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 마련된 온갖 공연 무대에선 감독 이하 배우들의 무대 인사 자리가 마련이 됐고, 오픈토크 같은 관객들과 대화의 장도 있었습니다. 극장에서는 출연배우들과 감독 그리고 관객 사이에서 활발한 질의응답(GV)도 이어졌죠.

사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기원인 만큼 자랑을 좀 해도 되겠습니다. 부산을 찾는 관객들의 열정에 부응해 올해 GV가 전년도 대비 13%나 늘었다고 하니 관객과 소통하려는 영화제 측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죠.

그 자체만으로 좋은 일이고 지향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미미했던 1회에서 지금까지 영화제의 성장속도는 상당했습니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라 자부할 만큼 말이죠. 동시에 진행과정에서 여러 불편함도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온갖 파티와 해변 포차에선 이와 관련한 영화 관계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시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제안하고 싶은 건 옴부즈 제도입니다. 질적 성장과 함께 그에 걸 맞는 수렴 및 개선에 대한 논의를 위해 공식적인 루트를 마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죠. 해마다 반복되는 티켓 예매 전쟁에서 축제 진행 과정까지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공식 창구를 마련하는 겁니다. 

영화제에 참여하는 게스트에 대한 의전 문제에 대한 의견, 일반 관객들이 바라는 개선점 등을 적극적으로 받는 모습은 이후를 기약하는 영화제 측의 입장에서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자체적으로 평가회를 하고 분석을 한다 하지만 더욱 다양하고 폭 넓은 의견 수렴의 장이 마련된다는 건 행사 주최로서 적극성과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화 <지슬>을 연출한 오멸 감독과 관계자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화 <지슬>을 연출한 오멸 감독과 관계자들 ⓒ 부산국제영화제


② 영화제 찾는 언론, 스타 쫓기 방식의 취재 지양하자

많은 관객들이 호응을 한다는 점에서 나아가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점에서 스타 배우 취재는 어쩌면 언론에겐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반복되는 스타배우 꽁무니를 쫓는 취재는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피로감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죠. 지면, 온라인 매체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까지도 주요 상업 영화의 배우들을 찾아다니기 바쁩니다.

TV를 켜면 리포터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알만한 배우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는 것 이상의 뉴스는 찾기 어려웠다죠. 여러 매체에 노출된 만큼 등장하는 배우들의 발언 역시 틀에 박힐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반면 부산영화제가 자랑하는 아시아 필름 마켓, 각종 포럼을 비롯해 세계 신인 감독들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뉴 커런츠,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대한 취재는 해가 갈수록 소원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부산영화제가 주목하는 전 세계 신인 감독과 영화들이 시간이 지나 세계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한국 언론이 너무 근시안적인 취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죠.

언론 종사자로서 함께 반성해야할 부분입니다. 매체는 늘어나지만 그만큼 뉴스가 다양해지는 게 아닌 똑같은 소재의 소식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언론 스스로가 책임을 방기하는 부분이죠. 독자들이 원한다며 책임을 피할 일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새로운 소식을 발굴하는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8일부터 11일 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Asian Film Market), 아시아프로젝트마켓(Asian Project Market), 부산국제필림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 등의 부산국제영화제 부대 행사가 열린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필름마켓(Asian Film Market), 아시아프로젝트마켓(Asian Project Market), 부산국제필림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랑하는 부대행사다. ⓒ 정민규


③ 부산국제영화제 이젠 경쟁 부문을 논해야 할 때

부산영화제의 메인행사 중 하나이며 그만큼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갖는 부문이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입니다. 개막작과 폐막작 다음으로 권위를 싣는 부문으로 국내외 거장들의 신작을 초청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죠. 세계 유수 영화제의 경쟁 부문과 같은 위치라고 불 수 있습니다.

다른 영화제들과 달리 부산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은 비경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오면서 세계 유수의 인재를 불러 모으고, 보다 다양한 작품들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경쟁 전략은 유효했습니다.

동시에 비경쟁 영화제의 고수는 부산영화제의 제 2의 도약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니스, 칸, 베를린 영화제가 60여 년을 거듭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갖게 된 건 오랜 역사 탓도 있지만 경쟁 부문 출품작에 대한 철저한 권위 부여 역시 큰 몫을 했죠.

부분 경쟁의 형태에서 부산영화제도 경쟁영화제로 전환을 이야기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영화 선정 과정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고민이 많아져야 할 겁니다. 아시아와 한국의 영화제를 넘어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한 제언입니다.

많은 분들의 노고가 담긴 부산국제영화제는 주최 측만의 축제도 아니고 관객과 언론, 그리고 영화인 모두가 함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축제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베니스영화제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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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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