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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기획단(담쟁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기획단(담쟁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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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장자방이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장량'(張良)을 두고 한 말이다. 자가 '자방'이라 '장자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장자방은 소하(蕭何), 한신(韓信)과 함께 한나라 3대 건국공신이다. 우리나라 정치 전략가 중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장자방'으로 불린다. 그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대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게 됐다.

윤 전 장관이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유는 윤 전 장관의 정치 이력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1977년 주일대사관 공보관, 그리고 1984년 대통령공보비서관, 1988년 대통령정무비서관, 1990년 정무1장관실 보좌관(차관급)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 1994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1997년 환경부 장관 1998년 한나라당 총재 정무특보,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 2003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2000년~2004년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경력이 화려하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 한국 보수 정치 핵심을 두루 거쳤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도와 '창(昌)의 장자방'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에 앞서 2000년 총선 때는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 한나라당 계파 수장과 중진들을 물갈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회창을 대통령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지만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겼다. 쉽게 말해 윤여준은 유방을 황제로 등극시킨 장자방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대한민국 '보수브레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당연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대선기획단 박영선 기획위원은 "계층적으로 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아서 국민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참여정부 시절의 분열의 상처를 완전히 씻고 하나로 통합하는 일, 극복하지 못한 지역주의와 지역구도에 입각한 분열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만들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문재인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핵심 당직자가 "내무반 침상에 떨어진 수류탄"이라며 "문 후보의 한 핵심 지지자가 전화를 해와 윤 전 장관의 영입 사실을 확인하더니 오늘부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비판 목소리도 크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트위터에 "윤여준씨는 2006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선거를 총괄한 사람이고 지금 대선은 새누리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명분과 전향의 과정 없이 민주당이 그를 덜컥 끌어들였다"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참고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였다.  

고종석 "윤여준 영입,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어"...

언론인 고종석씨(@kohjongsok)는 "문재인만이 아니라, 박영선을 비롯해 지금 문재인 캠프에 있는 자들도 용서 못한다"며 "정치가 아무리 개싸움이라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은, 적어도 JS의 감성적 윤리적 기준에서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거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위터리안 @kbsmuc*****은 "안철수의 이헌재에 이어 문재인의 윤여준이라...통합도 좋긴 하지만 안이나 문 둘 다 박근혜가 먼저 친 프레임에 끌려가는 느낌이다. 더구나 5공 시절부터의 윤여준의 경력을 보면 기가 찬다"고 탄식했다.

@pyei****처럼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은 결국 이해찬의 안철수 길들이기 공작의 일환으로 봐야죠. 이런 공작정치에 국민통합 이란 이름을 붙이는 친노종북이들의 두꺼운 낯짝은 예술이네요"라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이들도 있었다.

"정치는 타협", "윤여준 영입은 성과"

하지만 윤 전 정관 영입을 지지하거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sonk****는 "적어도 소장파 경제학자들이 안철수의 이헌재를 공격한 것처럼 정치학자들이 문재인의 윤여준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제는 노선으로 승부하는 게 맞지만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라며 옹호했다. 경제는 진보와 보수가 국민들 삶과 직결될 수 있지만 정치을 협상과 타협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윤 정관 영입을 비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csj20****도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은 분명 성과. 사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 그렇지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을 그렇게 치열하게 치렀으면서도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이탈 없이 당을 이끌어온 정치력은 기적에 가까웠다"고해 문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ostwri****는 "문재인-윤여준의 선택에 대해 전략적, 정치공학적 입장을 떠나, 왜 두 사람은 쏟아질 비난을 예상하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했을"까라고 물은 후, "그만큼 우리사회의 극단적 대립이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깊은 고민 없이는 내릴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며 깊은 고뇌의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나 역시 윤 전 장관을 영입한 문재인 후보와 캠프 선택에 대해 마냥 지지할 수는 없다. 이유는 앞에서도 제시했듯이 윤 전 장관은 누가봐도 보수 브레인이다. 이회창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2002년은 노무현과 이회창 대결이었다. 당시 문 후보는 노무현 후보를 위해 뛰었던 사람이다.

4대강 비판했던 윤여준...

하지만 윤 전 정관은 새누리당 김종인, 이상돈처럼 '꼴통', '수구'라는 비아냥은 듣지 않는 '합리적 보수'로 평가 받는 몇 안 되는 보수 정치인이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 하나가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불도저처럼 물이 붙일 때인 지난 2010년 10월 2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그런 개인의 확신이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은 누구나 자기의 확신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4대강 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는 또 박근혜 후보에게 "(박 전 대표는)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이니까 그런 분이라면 (4대강 사업이)국가적 아젠다잖아요. 지금 4대강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이고요. 그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기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며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 이해에 민감하게 하면 그거 잘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박 전 대표에게 4대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같은 입장은 그가 환경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윤여준 "시장과 경쟁만 얘기하는 것, 강자 논리"

윤 전 장관은 지난 2011년 4월 <경향신문> '이상돈·김호기의 대화에 출연해,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다. 이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보수주의자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늘 헌법적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헌법 119조2항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이다. 소득의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헌법적 가치인데도 왜 시장과 경쟁만 얘기하나. 그건 강자의 논리다"고 주장했다. - 2011.04.10 <경향신문> '이상돈·김호기의 대화'(8)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후기에서 "윤 전 장관은 양극화와 사회 통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보수 세력에게 일종의 '진화'를 요구했다"며 "날카로운 현실인식에 더하여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는 윤 전 장관의 보수적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지난 17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신교·불교·천주교·천도교·원불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로 구성된 '33인 원탁회의'에 참석해 "인간을 생명이 아닌 생산수단으로 봐온 경제 제일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여 이유를 밝히기도 했었다. - 18일 <한겨레>"해고노동자들 죽음의 행렬 더는 안돼" 종교계 '쌍용차 비극' 해결 팔걷는다.

문재인의 윤여준 영입, 전적으로 환영할 수 없지만...

물론 이런 입장이 윤 전 장관이 다른 삶을 살아온 문재인 후보와 세상을 보는 철학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윤 전 장관의 문 후보 캠프 참여는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윤여준(윤여준은 합리적보수주의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을 통해 문재인 후보보다는 조금은 오른쪽에 있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평가는 유권자가 할 것이다.


태그:#윤여준,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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