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강원FC 창단 후 매 경기 관중들이 몰려들어 파도타기 응원을 보여주었다

2009년 강원FC 창단 후 매 경기 관중들이 몰려들어 파도타기 응원을 보여주었다 ⓒ 이종득


강원FC 남종현 대표 사퇴는 예견된 순서 아닐까

강원FC가 6연패에 빠졌다. 21일 성남을 상대로 강릉 홈경기장에서 연패 탈출을 위하여 안간힘을 썼지만 1-0으로 패했다.

연패 탈출을 위하여 선수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남종현 대표이사의 돌연한 사퇴의사가 있었던 터라 여러모로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나마 시즌 후반기에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이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강원FC는 외관상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대표이사의 돌연한 사퇴는 그중에 작은 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잠재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이 가장 큰 문제다.

성적은 선수들의 역량에서 그 결과가 시작된다. 그런데 강원FC는 지난겨울 동안 선수 영입을 하면서 큰 문제가 노출되었다. 물론 자금이 부족하니 선수 영입에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 있는 팀은 부족한 자금으로도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선수를 발굴하여 팔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팀이다.

강원FC는 창단 첫해 최순호 감독에 의하여 선수가 구성되었다. 몇몇 실업선수와 신인급 선수들 사이에 강원도 프랜차이즈 선수인 이을용(현 코치) 선수가 있었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고 지난 시즌 초반 최순호 감독이 돌연 사퇴했다.

팀을 창단하며 3년 계약을 한 최순호 감독이 중도에 사퇴한 것이다. 최순호 감독은 창단 후 처음 참가한 시즌 초반에는 돌풍을 일으켰다. '개업발'이겠지 생각한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첫해는 중하위권에 안착하며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으로 들어가자 거듭된 연패가 이어졌다. 리그 순위 최하위로 두 번째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잔여 임기에서 마지막 시즌에 들어가자마자 연패를 당하니까 창단 감독이 사퇴한 것이다. 그것은 창단감독으로서 책임을 피하기 위함이 아닐까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프로팀에서 선수 발굴 못한다면 돈 많이 든다는 사실 몰랐을까

창단 4년째를 보내고 있는 강원FC는 사실 이렇다 할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김영후 선수가 나름대로 발굴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은 위안으로 삼을 정도이지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에는 흔한 말로 2%가 부족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스타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승률도 낮은 팀은 결국 팬들에게 외면당한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안지를 쓰지 못했고, 구단의 주인인 도민들에게 재출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겨울 김상호 감독은 대대적인 선수 물갈이를 단행했다. 강원도 출신의 서동현 선수를 제주에 보내고, 김은중 선수를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군 리그 폐지로 인한 선수단 감축도 시행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던 강원FC로서는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도민, 시민 구단에 비하여 강원FC에 선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강원FC는 현재 42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

강원FC는 선수단 감축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투자를 한 2년 차 선수 중에 강원도 출신의 기대주였던 선수 등을 내보내고 검증되지 않은 고교 졸업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 일로 세간에서 말이 많이 돌았다. 감독이 신인급인 특정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리고 지난해 입단한 고교 졸업선수는 사실 반게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확인한 결과 그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열린 2011전국 초중고리그 고등부 강원리그에 출전한 시간이 팀의 출전 시간에 절반 정도였다. 그것도 매 경기 교체선수로 출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해당 고등학교가 출전한 전국대회에서는 출전하지 못한 경기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원FC 나르샤 회원 중에 몇몇 사람은 고등학교 팀에서 베스트 멤버에 끼지 못한 고교 선수 영입에 관하여 "선수 영입에 감독의 사적인 생각이 개입했거나, 특정 고등학교 감독과의 관계로 인한 스카우트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강원FC는 도민구단으로 2008년 12월에 창단되어 2009년 리그에 처음 참가했고, 올해가 4년 차이다. 그런데도 아직 강원FC에서 발굴한 선수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는다. 강원FC하면 대표로 떠오르는 스타도 없다. 그것은 팀을 맡고있는 감독의 역량이다. 그렇다면 결국 강원FC는 그동안 감독을 잘못 썼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강원FC 대표단의 문제점

강원FC는 창단 과정부터 다소의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었다. 김진선 전 도지사(전 한나라당 소속)가 추진하여 창단된 강원FC의 초대 감독에 최순호(당시 현대미포조선 감독)씨가 선임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왜 최순호 씨가 강원FC의 감독이어야 하는지 생뚱맞다는 말이 많았다. 유명 선수 출신이기는 하지만, 강원도민 구단의 창단 감독으로는 왠지 명분이 약했다. 그렇다고 강원도 출신의 축구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창단 발표 후 강원도 출신의 축구 감독으로 물망이 오른 몇몇 사람이 있기도 했다.

아무튼 2009년 10월 25일 충청북도 괴산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최순호 강원FC 감독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세간에 떠돌던 "김진선 도지사와 정몽준 대표의 작품으로 최순호감독이 선임되었다는 말이 사실에 가깝겠구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강원FC 초대 감독 임명 당시 공모제를 통하여 선출되었는데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인정하는 사람이 강원도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초대 사장으로 임명된 김원동 씨는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러나 3년 동안 김원동 사장은 창단 자금으로 도민이 마련해 준 113억이란 돈을 다 써버리고 빈 통장만 남겨두었다.

김원동 강원FC 전 사장은 취임 후 많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영면에서는 흑자구단, 성적면에서는 상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임기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해 재정 확보 마련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최근 구단들은 많은 운영비로 적자 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 구단이 무리하게 선수들을 영입하다 보니 인건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이는 구단 운영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팬 서비스 영역까지 축소시키는 악순환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용을 효과적으로 쓰는 '저비용 고효율' 구단으로 만들 것입니다."(세계일보 2009년 인터뷰)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김원동 사장은 수익 창출은커녕 대안도 마련해두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커녕 창단 2년 차와 3년 차에는 리그 꼴찌를 했다. 선수 발굴도 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돈만 쓰면서 3년을 보낸 것이다.

김원동 사장이 퇴임하는 시기가 되니 다시 세간에 떠도는 말이 생겼다. "창단 당시 구단주인 김진선 씨는 강원도지사에서 물러났고, 뒤를 봐주던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당의 대표는 물론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물러나 있으니 강원FC는 이제 길 잃은 미아가 된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그동안 강원FC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에는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도지사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가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니까 대표이사도 바뀐다는 것이었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구단주인 도지사와 강원FC 이사진의 대립이 큰 이슈가 되었다. 결국, 최문순 도지사는 강원FC 이사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남종현 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일 년여 가 지났다. 그동안 남다른 열정으로 강원FC를 이끌어가던 남종현 대표의 사퇴 발언은 배가 고파 우는 아이의 손을 놔버리는 꼴이 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종현 대표만큼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강원FC는 초대 감독도 시즌 중에 사퇴했고, 2대 감독도 시즌 중에 사퇴했다. 김원동 초대 대표이사는 임기를 마쳤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다. 그리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남종현 대표마저 다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다면 창단 4년 차인 강원FC는 이제 그 문을 닫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강원도민 마음은 이미 강원FC를 떠났다

 2011년 춘천 경기에서 관중에 5천 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강원 서포터즈 나르샤의 응원 열기는 그때까지도 식지 않았다

2011년 춘천 경기에서 관중에 5천 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강원 서포터즈 나르샤의 응원 열기는 그때까지도 식지 않았다 ⓒ 이종득


창단 첫해 경기당 1만 5천여 명이 관람했는데, 지난 22일에는 1446명의 관중이 지켜봤다. 인터넷중계로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의 눈에는 선수들보다 강원 서포터즈 '나르샤'의 응원 장면이 더 지쳐 보였다. 이날 나르샤는 '구단도 절박하지! 우리는 더 절박하다!!'는 현수막을 걸고 마치 시위라도 하는 듯했다. 2년 연속 리그 최하위라는 성적표가 가져다준 아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강원FC의 현재를 보면 올 시즌부터 시행되는 스플릿 시스템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생각만으로도 우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강원도민들의 마음은 이미 강원FC에서 멀어졌다. 심지어 강릉의 축구 명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축구를 배우는 선수마저도 강원FC를 프로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강원FC 유소년 팀으로 선정하여 운영되고 있는 k고등학교 축구부가 학부모에게 회비를 받아 감독의 월급을 충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프로팀 산하 고등학교 축구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묵인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팀을 운영할 도덕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강원FC는 7승4무21패(승점 25)로 리그 최하위인 16위다. 경기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주 상무와 경기를 제외하면 스플릿 라운드에서 10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10경기 동안 5승 이상은 해야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강등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광주와의 경기에서 이기고, 광주가 전패를 한다면 2승만 해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정말이지 희망사항이다.

끝으로 이 모든 책임은 창단 이후 강원FC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져야한다. 사퇴했으니 나는 책임질 일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강원도민을 속이는 일이다.

2008년 가을 강원FC를 창단하기 위하여 강원도 산골의 마을 이장단들도 나서 도민주 공모를 홍보하고 추천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모여진 113억이란 돈으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최하위란 결과에도 격려를 보내주겠지만, 기자 역시 강원FC 도민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속이 아프다.

강원FC 남종현대표 최문순도지사 K리그 스플릿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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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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