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사이 3명의 감독이 영화촬영 현장에서 하차하거나 하차 압박을 받았습니다. 신인감독이 아닌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온 중견 감독들이었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등 한국 영화의 위상은 나아지고 있지만, 제작 환경을 비롯한 기본적인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오마이스타>는 제작자 중심에서 이젠 자본 중심이 된 한국영화현장이 간과하고 있는 시스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감독,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함께 만족하는 합리적인 영화제작시스템 마련을 기원합니다. 현상 진단을 넘어 대안까지 기사로 함께합니다. - <편집자 말>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충무로에 감독 교체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오마이스타>에서는 제작사, 감독, 투자사의 입장을 심층 취재했다. 이들이 감독 교체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으로 내놓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충분히 가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에 반해 다수의 제작 관계자들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충분히 가지면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돈'이 드는 시간이라는 것. 충무로 제작 과정의 안정된 해법으로 내놓은 '프리프로덕션'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충분히 갖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오마이스타>에서는 충무로에서 안정적으로 10여 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한 JK필름의 길영민 대표를 만나 프리프로덕션 문제의 해법을 들어봤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① "투자사에서 프리프로덕션 중요성 알고 투자 결정 일찍 내려줬으면" 

길영민 대표는 프리프로덕션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중요한 단계임을 설명했다. 이 프리프로덕션의 기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서는 투자사에서 투자 결정을 일찍 내려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까지는 촬영 2, 3주 전에야 투자사에서 돈이 들어옵니다. 1차에 30% 정도 투자금이 들어오면 부랴부랴 주요 배우들과 메인 스태프에게 1차 개런티를 내줘야 해요. 촬영을 시작하면서는 총 7회차 정도에 나눠서 돈을 줍니다.

프리프로덕션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사에서 좀 더 일찍 투자결정을 내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투자 결정을 투자사에서 내려주지 않고서는 제작사에서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기 힘들어요. 미술, 의상, 무술 콘셉트를 다 협의해서 하려면 대규모 인원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완전히 투자결정이 안 난 상태에서 진행하면 그 모든 책임, 돈은 제작사에서 떠안아야 하거든요.

안정적으로 재정상황이 탄탄해 있지 않은 충무로의 대다수 제작사에서는 투자도 되기 전에 그렇게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영화에 프리프로덕션을 제대로 진행하기가 당연히 어렵습니다." 

길영민 대표는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3, 4개월 전에라도 프리프로덕션 자금을 위한 투자금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는 "3, 4개월 전에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가는 비용만 먼저 줘도 좋을 것 같다. <댄싱퀸>은 총 35억의 순제작비가 들었고, 프리프로덕션 비용으로 1, 2억 정도가 들었다. 최소한의 스태프와 배우들을 꾸려서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는데, 최소한의 비용을 먼저 주면 그 이후의 시행착오를 훨씬 더 줄이고 더 탄탄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올해 개봉되었던 영화 <댄싱퀸>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올해 개봉되었던 영화 <댄싱퀸>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이정민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JK필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 포스터들이 벽에 장식되어 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JK필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 포스터들이 벽에 장식되어 있다. ⓒ 이정민


② 제작사와 감독 '감독계약서'...디테일한 부분까지 명시해야   

JK필름은 2012년 초 영화 <협상종결자>의 이명세 감독의 하차로 내부적으로 큰 진통을 겪었다. 이명세 감독이 하차하면서 그가 고쳐나갔던 수정고, 초반 촬영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이런 진통을 겪었던 길영민 대표는 무엇보다 '감독계약서'에 형식적으로 돈을 얼마 지급하겠다는 것을 넘어서 세세하게 명기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요즘은 예전 스타일과 요즘 스타일의 과도기인 것 같아요. 나이가 많다, 중견감독이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충무로가 산업화되어 가는 과정의 문제인 듯합니다. 그런 변화하는 중심에 있는 것 같아요.

JK필름에서 과거 10여 편의 작품을 감독과 계약할 때, '감독계약서'는 돈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감독 업무에 대한 부분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명확하게 보완되어야 한다고 느꼈고, 계약서가 너무나 형식적이고 기능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길영민 대표는 '감독계약서'에 감독의 역할, 제작사의 역할, 편집권 등에 대해 갑(계약서 상: 제작사)이 해야 하는 일, 을(계약서 상: 감독)이 해야 하는 일을 명확하게 게재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길영민 대표는 "감독의 역할과 창의성을 제안하는 부분에 관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JK필름이 제작한 영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JK필름이 제작한 영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③ 스태프 급여 시스템, '월급제'로 

길영민 대표는 스태프들의 급여 시스템에 있어서 다음 작품부터는 '월급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에서 스태프들 4대 보험을 다 들게 하고 월급제로 주라고 발의되어서 관련 자료를 제작사에 통보하고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JK필름에서도 다음 작품부터는 월급제로 하려고 합니다.

스태프의 생활 기반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한국영화의 장기적인 발전과 미래도 없습니다. <해운대>를 할 때도 통으로 계약해서 돈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시급'으로 급여를 내보냈습니다.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임금에 대한 예측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보통 통으로 한 작품 계약하는 것 같이 기존의 관례대로 내보내는 것보다 10~20% 정도 임금이 상승했습니다. 전체 제작기간이 길어지면서 끝까지 남아 있는 스태프 같은 경우는 총 30% 넘게 임금을 더 받았습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차한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다만 길영민 대표는 선의를 가지고 임금제를 시급제로 체계적으로 지급하려고 했을 당시, 스태프도 변경된 시스템으로 불편해하기도 했었고 주는 입장에서도 주휴일, 오버되는 시간 등을 일일이 다 체크해서 챙기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정도로만 나눠서 주면 됐기 때문. 하지만 스태프의 안정된 수익을 위해서 과도기적인 과정도 철저히 지키고 더 배워나가면서 실천해 나갈 뜻을 전했다. 

"이전에 스태프들은 비정규직이었고 계약직이어서 4대 보험을 들어주는 게 없었어요. 스태프 보험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에 실업 수당을 받을 수가 없었죠. 그걸 받게 하려고 노조단체에서 급여제를 제안했고 제작가 협회에서도 적극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 JK필름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길영민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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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민 JK필름 윤제균 협상종결자 감독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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