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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이도남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김소라(가명, 21세)입니다. 요즘 세상이 달리 보여요.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거든요. 한 살 연하인 남친과 뜨겁게 열애 중입니다. 둘 다 처음으로 연애하는 거라 서툴지만 함께 있기만 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아저씨도 젊었을 때 그런 기분이었나요?

그런데 최근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요. 엄마가 교제를 반대해서요. 남친이 저와 동성동본이더라고요. 같은 김해 김씨예요. 엄마에게 무심코 얘기했더니 글쎄, 막무가내로 헤어지라네요. 동성동본끼리는 어차피 결혼도 못한다고요. 그런 게 어딨냐고 따져봐도 엄마는 아예 사귀지도 말라는데, 정말로 동성동본끼리는 결혼 못하나요. 제 상식으론 사촌처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도남이 명쾌하게 답변을 내려주세요.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최근 드라마를 보니 겹사돈을 맺는 것도 어렵다고 하는데 법적으로 겹사돈이 가능한 건지 알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남친이 이제 겨우 20살이 넘긴 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면 결혼을 못하는 건가요. 아님 결혼이 가능한 나이가 있는지, 그것도 알려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매번 이혼 이야기만 하다가 오늘 드디어 결혼 얘기를 하게 되는군요. 제 인생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저는 23살, 제 인생의 황금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멋진 연애를 시작해보고 싶군요. 상대는, 비밀입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지만 대한민국 결혼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동성동본 결혼에 대해 좀 따져보겠습니다.

김해 김씨만 400만 명... 동성동본 금혼은 행복추구권 침해

1996년 6월 13일 성균관 및 유교회 총본부 회원 5백여명이 헌법재판소앞에서 동성동본 금혼법 개정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996년 6월 13일 성균관 및 유교회 총본부 회원 5백여명이 헌법재판소앞에서 동성동본 금혼법 개정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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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이란 '김해 김씨' '밀양 박씨'처럼 같은 성(姓)에 같은 본관을 가진 경우를 말합니다. 조선시대를 떠올려보면 친척들끼리 집성촌을 이루어 한마을에 모여 사는 일이 많았지요. 따라서 한동네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근친이거나 최소한 먼 친척이 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에 대개 다른 마을에서 배우자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동성동본 결혼이라 하면 근친혼처럼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통이 오늘날에도 적용되어야 할까요. 불행하게도 아주 최근까지 법은 동성동본의 결혼을 막았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국가는 임시방편으로 이미 결혼한 동성동본 부부들을 위해 몇 차례에 걸쳐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는 했습니다.

1995년, 그동안 관청에서 혼인신고를 거부당해 왔던 동성동본 부부들이 드디어 헌법재판소(헌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 조항 때문에 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거칠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김해 김씨, 전주 이씨, 밀양 박씨만 해도 전국에 수백만 명에 달한다. 지금은 씨족이 모여사는 봉건사회가 아니다. 그런데도 법은 촌수도 따지지 않은 채 무조건 동성동본 결혼은 안 된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 배우자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우리도 결혼하게 해달라!"

1997년 헌재는 드디어 위헌 선언을 합니다. 결혼할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촌수와 관계없이, 또 별다른 합리적 이유도 없이 '동성동본=친척'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법이 결혼을 가로막아왔기 때문입니다. 또 동성동본은 부계(父系)를 기준으로 할 개념일 뿐이므로 모계 혈족 사이의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사실 김해 김씨 인구만 보더라도 자그마치 4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이 조상이 같다는 이유로(이것도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결혼을 못하게 막는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겠지요.

헌재의 위헌결정이 난 뒤에도 미풍양속을 수호하겠다는 분들의 강력한 반발이 무서웠던지 200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민법은 개정이 됩니다. 개정된 법은 동성동본의 결혼을 허용하는 대신, '근친혼'을 금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법에서 금지하는 근친혼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현재의 법조항을 보겠습니다.

[용어해설] 친족, 혈족, 인척

[친족]
배우자,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을 친족이라고 한다. 

[혈족]
부모, 형제처럼 같은 조상에서 나온 친족을 말한다. 단, 입양으로 맺어진 친족도 법정혈족이라고 하여 혈족으로 본다.

혈족 중에서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과 직계비속(자녀와 손자녀)을 직계혈족이라고 하고, 형제자매,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조카), 직계존속의 형제자매(큰아버지, 외삼촌, 이모, 고모)과 그들의 직계비속(사촌, 외사촌 등)을 방계혈족이라고 한다. 

[인척]
결혼으로 맺어진 친족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혈족의 배우자(매형, 외숙모, 고모부, 작은어머니 등), 배우자의 혈족(장인, 장모, 시부모, 처남 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처남댁)가 인척에 포함된다. 결혼으로 만들어진 관계인 만큼 이혼하게 되면 인척간의 친족관계는 없어진다.
민법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③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조항만으로 보자니 좀 어렵다고요? (자세한 용어설명은 상자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①항을 보겠습니다. 쉽게 설명해서, 기본적으로 8촌 이내의 혈족(같은 조상에서 나온 친족)이라면 일단 결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4촌을 넘어서면 알아보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8촌까지는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촌수 계산하는 방법
촌(寸)은 친족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세대'로 이해할 수도 있다. 부모 자식 사이와 같이 직계혈족 사이에서 촌수를 계산하려면 몇 세대를 거치는지를 따지면 된다. 즉 아버지와 아들은 1촌이 되고, 손자와 할머니는 2촌이 되며, 증조부와 증손자는 3촌이 된다. 그외 방계혈족 사이에서는 양쪽 모두 같은 선조(공동시조)로 거슬러 올라가는 숫자와 내려오는 숫자를 더한다. 예를 들어 형제간은 2촌(위로 아버지까지 1촌, 다시 내려오면서 1촌)이 되며 '나'와 작은아버지의 '아들'은 공동시조인 할아버지로 2세대를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2세대를 내려오게 되므로 4촌이 된다. 
양자로 맺어진 관계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때는 양자로 간 집안과 양자로 가기 전 집안 모두 해당이 됩니다. 법적으로 부모인 양부모계의 가까운 친척과 결혼을 하는 것이 사회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③항도 비슷한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양자로 들어갔다가 입양이 취소되어 양부모와 다시 남남이 되었더라도 그 양부모쪽의 가까운 친척과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넝쿨당' 차세광과 방말숙, 겹사돈 결혼 가능할까

②항은 무슨 뜻일까요. 이건 겹사돈 문제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겠네요. 최근에 끝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보셨나요. 저는 차세광(강민혁 분)과 방말숙(오연서 분)의 톡톡 튀는 사랑이 눈에 띄었는데요. 두 사람은 나중에 자신들이 겹사돈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신세대답게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겹사돈은 가능할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1990년 이후로는 가능합니다. ②항에 답이 있습니다.

②항은 인척(결혼으로 맺어진 친족) 중에서 가까운 사이끼리는 결혼이 금지된다는 뜻입니다. 인척이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말합니다. 예컨대 형수(형의 아내), 이모부(이모의 남편), 고모부는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처제, 시동생은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이기 때문에, 처고모나 남편의 사촌매제는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말이 어렵다고요? 저도 정리를 하느라 머리가 깨지는 것 같습니다. 법이 원래 이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시댁이나 처가쪽의 가까운 인척과는 결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넝쿨당의 차세광과 방말숙은 어떻게 될까요. 차세광에게 박말숙은 누나의 남편의 여동생입니다. 박말숙에게 차세광은 오빠의 부인의 남동생입니다. 법적으로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②항을 보면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예전 민법에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도 인척에 포함되었다가 1990년 법 개정으로 인척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결혼에 법률적 제약은 없는 셈입니다.   

겹사돈이 법적으론 가능하지만 도덕적으로 혹은 미풍양속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고대에도 형사취수제도(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제도)가 있었던 걸 보면 꼭 그리 볼 일만도 아닌 듯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겹사돈이 되는 데 법적인 장애는 없습니다.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올케의 남동생이나 형수의 여동생과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집안의 반대라는 장벽에 과감히 맞서 싸울 자신이 있어야겠지요.   

결혼 가능한 나이는? 18세 이상 부모 동의있으면 가능

만 18세, 만 19세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고, 만 20세 이상은 자유의사에 따라 결혼할 수 있습니다.
 만 18세, 만 19세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고, 만 20세 이상은 자유의사에 따라 결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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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결혼이 가능한 나이는 몇 살일까요. 현행 민법에 나와 있는 혼인 적령은 만 18세입니다. 만 18살이 넘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단, 미성년자가 결혼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성년, 즉 만 20세가 넘으면 부모의 동의없이도 결혼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만 18세, 만 19세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고, 만 20세 이상은 자유의사에 따라 결혼할 수 있습니다(참고로 2013년 7월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만 19세부터 성년이 됩니다). 단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시작부터 그만큼 어려울 수 있으니 그 점은 당연히 감수해야겠지요.

결혼하는 방법, 간단합니다. 둘이서 혼인신고서 달랑 한 장만 적어서 구청에 내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엄청나게 책임이 뒤따르는 행동이니 심사숙고해야겠지요. 

김소라씨, 만족할 만한 답변이 되었나요? 20대 청춘이 부럽습니다. 아직 결혼을 얘기하기엔 조금 이른 나이이니 일단 지금의 남친과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결혼은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의 첫사랑을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이도남은 다음주부터 다시 이혼 부부의 얘기들로 채워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 <생활법률상식사전>과 <생활법률해법사전>을 썼습니다.



태그:#이도남, #동성동본, #겹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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