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구장 중 2만5000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대형구장은 서울 잠실, 부산 사직, 인천 문학 등 3곳 밖에 없다. 이 중에서 2000년대에 완공된 구장은 인천 문학구장이 유일하다. 1980년대에 지어진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등도 지방의 노후화된 구장들에 비하면 나름 신식 구장 축에 속하게 된다.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저급한 인프라 틈바구니 속에서 그나마 야구팬들의 가슴과 시야를 시원하게 트이게 해 줄 수 있는 야구장은 그나마 잠실, 사직, 문학 이렇게 세 곳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사직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롯데자이언츠 등은 홈팬들의 충성도가 높을 뿐더러 전국적으로 높은 인기를 보유한 구단이다. 그래서 시즌 홈관중 100만을 돌파한 구단도 이들 세 구단에 불과하다. 전국적인 인기도를 따진다면 KIA 타이거즈도 해태 시절부터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지만, 홈구장인 광주구장은 1만4000명 정도밖에 동원할 수 없다.

잠실, 사직구장과 더불어 많은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문학구장은 2002년부터 SK와이번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는데, 개장 첫 해부터 4년 동안은 총 관중이 30만에서 40만명대 정도였으며, 평균관중은 6천~7천명 수준이었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 규모에 비하면 형편없는 좌석점유율이었다. 필자도 2002년 문학구장 개장 초기 당시 주말에 와이번스의 홈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황량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썰렁하던 문학구장에 2007년부터 터닝포인트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스포테인먼트'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를 모토로 야구장 문화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련한 김성근 감독과 폭넓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던 이만수 수석코치를 새로 영입하면서 와이번스는 순식간에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창단 이후 2003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SK와이번스는 2007년부터 새로운 관심영역을 형성한다.

야구장에 국내 구단으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띠 전광판을 도입했으며, 이후 해마다 단계적으로 야구장을 공원처럼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바베큐존, 마치 소풍온 것처럼 편안하게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피크닉존,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게 즐기고 놀 수 있게 조성한 와이번스 랜드, 외야 펜스 가까이에 조성한 테이블석, 단체 관람 및 기업 미팅 시 활용하기 위해 조성한 스카이 박스 등 다양한 테마의 관중석 조성 및 다양한 먹거리 유치를 통해 문학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즐길거리가 많은 야구장으로 변모하였다.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SK와이번스는 2007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게 되고, 이후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동안 우승 3회, 준우승 2회라는 위업을 달성한다. 명실상부한 2000년대 후반 최강팀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팀 성적이 수직상승하니 자연히 인천 홈관중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정근우, 김강민, 박정권, 박재상, 정상호, 최정 등은 리그에서 톱 클래스 수준의 선수로 거듭나게 되었고, 투수 부문에서 김광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와이번스는 특정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조직력을 통해 유기적으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국내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고, 수준향상을 이끌었다. 쾌적한 관람환경에 수준높은 플레이를 볼 수 있으니 관중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07년 인천구단 사상 최초로 홈관중 60만명을 돌파한 이후 매년 총관중수가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8월 18일 와이번스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이 중도에 해임되면서 문학구장 관중동원에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성난 일부 팬들은 홈구장 보이콧을 선언했고, 한동안 와이번스의 홈구장 문학구장에는 한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야구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되면서 올 시즌에도 문학구장은 많은 관중들로 메워졌고, 결국 2012년 9월 15일 인천 홈구단 사상 최초로 총관중 100만명을 돌파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끊임없는 인프라 개선과 수준높은 플레이가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꾸준히 100만명 이상의 홈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분명히 있다. 우선 개장한 지 10년째 되는 문학구장에 관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의 관리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지하주차장의 어두운 조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지하주차장 출입구 계단 및 화장실은 악취가 늘 진동하고 있어 불쾌감을 안겨준다. 특히 지하주차장 출입구 주변은 비가 오기만 하면 물이 고여 있는데 시급한 보수가 필요하다. 또한 지하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가 전혀되지 않고 있다. 한 번 화장실을 찾아갔다가 역겨운 냄새에 속이 뒤집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야구장 주변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널려져 있어 난잡하다는 인상을 준다. 야구장을 이용하는 일부 팬들의 몰지각함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한국시리즈 당시 문학구장을 찾아갔을 때만 해도 주변이 상당히 정돈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당시에는 야구장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져 있는 것같은 인상을 받았었다.

10년이 된 문학구장에 대해 클린 캠페인을 새롭게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스폰서 업체에서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런 캠페인을 시즌 내내 지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외형을 변형시키는 것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을 청결하고 쾌적하게 관리하고 조성하는 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와이번스는 기복이 심한 행보를 보이다가 9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 재임기간 동안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전력의 핵심으로 잡아왔던 형태와는 달리 올 시즌에는 투수나 야수에서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풀타임으로 자리잡은 박희수, 윤희상 등은 이미 지난 시즌 김성근 감독이 공을 들여 조련한 선수들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만수 감독이 야심차게(?) 키워보겠다고 공언한 야수 안정광은 시즌 초반 잠시 모습을 보였을 뿐 좀처럼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와이번스 주축 선수들도 30대 초반의 선수들이 꽤 많은 상황이다. 또한 예전에 보여줬던 짜임새 있는 전력이 올 시즌 들어서는 다소 헐거워진 모습이다. 팬들의 야구 보는 눈높이를 높여줬던 와이번스 특유의 고급야구를 지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이만수 감독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상 최초 인천 홈관중 100만 돌파를 기록한 SK와이번스는 창단 초기 홈팬들에게 외면받았던 설움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홈팬들의 충성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이제는 원정경기에서도 높은 관중동원력을 지닐 수 있는 전국구 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 문학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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