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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운차게 출발했건만...
 이렇게 기운차게 출발했건만...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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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을 시작한 것 세 가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국비지원, 화성 땅의 1/4에 걸려 있는 화성호 해수유통,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 문제다. 화성의 미래를 위해 이 중 어느 것 하나 안 중요한 것이 없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지역별로 시민들의 생각이 달랐다. 들어오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고 나와 특별히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는 화성의 발전은 없다. 과감히 해결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걸었더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문제를 해쳐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화성시민들의 단합된 의지다. 그걸 모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걸(국토대장정)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활용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오로지 우리 화성의 미래를 위해서 걷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걷자. 우리 화성시민들의 힘이 모아지고 보태지만 우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

드디어 경기도... 고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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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16일차인 오늘(9월 9일)은 직산역에서 출발, 송탄역까지 28km를 걸을 예정이다. 직산역에는 오늘도 화성시민들이 오전 8시를 전후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늘 채 시장과 함께 국토대장정에 나선 사람들은 100여 명. 출발에 앞서 채 시장은 다른 때와 달리 비장한 표정으로 출발인사를 했다.

오늘 드디어 경기도로 들어서기 때문에 그만큼 결기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화성시 파이팅을 외치는 채 시장의 목은 쉬어 있었다. 걸으면서 수시로 화성시 파이팅을 외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국토대장정의 이유와 목적을 수시로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으니 목에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하다. 

정각 9시, 국토대장정 깃발이 바람에 힘차게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잿빛으로 흐리고, 부는 바람은 선선했다. 이런 날은 덥지 않아서 정말로 걷기 좋다. 남부지방에는 비소식이 있던데, 이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이 말갛게 갠다. 직산역을 출발한 이들은 1호선 국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채 시장과 국토대장정에 함께 나선 이들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채 시장의 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복사뼈 윗부분은 상태가 아주 양호하지만, 발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게 채 시장의 설명. 어제에 이어 오늘, 발가락 물집 상태가 더 나빠졌단다. 그래도 걸음을 멈출 수 없다.

522km의 국토대장정이 이제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115km가 남았을 뿐이다. 오늘 28km를 걸으면 87km가 남는다. 고지가 저기 보이는데 예서 말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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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가까워질수록 2차선 도로 대신 4차선 도로가 늘어난다. 그만큼 차량들이 늘었고, 달리는 차량의 속도 또한 빠르다. 위험요소가 그만큼 많아졌다. 안전, 안전이 제일이다. 특히 걷는 인원이 많아지면 더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오전 11시 20분경, 충청남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을 넘었다. 경기도 평택시 유천동 표지판이 보였다. 드디어 경기도에 들어선 것이다. 국토대장정 16일만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경기도에 도착했다.

채 시장은 경기도 표지판 아래 걸음을 멈췄다.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지. 모여서 포즈를 취했다. 이때만은 발의 통증을 잊고, 환하게 웃었다. 채 시장뿐만 아니라 박승권 회장도, 한진안씨도. 이들 세 사람의 522km 완주는 점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북돋워주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다. 앞으로도 남은 거리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같이 걷는 동안 이들 세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뿐만 아니다. 이번 대장정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한 이들은 서로에게 끈끈한 정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24시간을 부대끼면서 같이 지내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되겠구나...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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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들어서니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긴다. 힘을 내야겠다."

경기도에 들어선 채 시장의 소감이다.

낮 12시에 임박해서 채 시장 일행은 평택시청에 도착했다. 일요일의 평택시청 주차장은 아주 한가했다. 이곳까지 15.5km를 걸었다. 나머지 13.5km는 오후 2시반부터 다시 걸을 예정이다.

채 시장은 평택시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지원차량을 타고 평택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오늘도 평택역과 오산역에서 화성시 반월동과 동탄2동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곳에 전부 들러 이들을 만난 채 시장은 오후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별로 없어 지원차량 안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오늘 국토대장정에는 평소와 달리 아버지와 함께 청소년들 몇이 참가, 눈길을 끌었다. 일요일이라 가족과 함께 온 것이다. 아버지 유수봉씨와 함께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병점중학교 1학년 유희훈 학생은 오전에 15.5km를 걸어서 평택시청에 도착했다.

희훈 학생은 "힘들지 않고 재미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따라왔던 동생이 힘들다고 어머니와 돌아가 동생이 타던 자전거를 타고 오후 일정을 함께할 예정이란다.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유수봉씨와 유희훈 학생과 포즈를 취한 채인석 시장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유수봉씨와 유희훈 학생과 포즈를 취한 채인석 시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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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봉씨는 "시장님이 화성시를 위해 국토대장정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같이 동참해보고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는데 직접 걸어보니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놈의 물집... 끝내 말썽을 부리다

"에휴, 남은 12.5km를 어떻게 걷죠? 졸려 죽겠네."

오후 2시 15분경, 평택시청 주차장 바닥에 털썩 앉아 있는 채 시장에게 발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였으면 좋을 텐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단다. 곧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채 시장은 다른 일행과 함께 출발하지 못하고 뒤로 처졌다. 물집을 터뜨리고 밴드로 싸맨 발가락들이 불편해서 걷기 힘들어 다시 싸매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 채 시장의 발톱 두어 개에 피멍이 들었다. 발이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고 푸념하겠다, 는 내 말에 채 시장은 씩 웃었다. 발이 부어서 신발이 작아진 것 같다면서 채 시장은 신발 끈을 조인 뒤 일어섰다.

발가락과 발바닥을 싸매느라 다른 이들보다 10분은 늦게 출발한 채 시장과 박승권 회장은 앞서 나간 일행을 따라가느라 걸음을 재게 놀려야 했다.

결국 채 시장은 오늘 예정했던 28km를 다 걷지 못한 채 일정을 접어야 했다. 그 놈의 물집이 끝내 말썽을 부린 것이다. 4km를 남겨두고 채 시장은 도저히 못 걷겠다면서 주저앉았다. 밴드로, 압박붕대로 발과 발가락을 꽁꽁 싸맸지만 통증만은 싸맬 수 없었나 보다. 그 아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렇게 단단히 감쌌건만 결국 4km를 남겨두고 포기해야 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단단히 감쌌건만 결국 4km를 남겨두고 포기해야 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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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시장은 인근 송탄의 혜인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병원에서 만난 의사는 채 시장을 단박에 알아봤단다.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봐서 잘 알고 있다면서 의사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국토대장정을 무사히 완주하기를 기대하겠다는 지지와 격려도 받았다.

이런 귀한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발이 너무 아파 진통제에 항생제 주사까지 맞았지만 채 시장은 마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고 말했다.

채 시장은 내일 오늘 걷지 못한 4km를 혼자 걸은 뒤 일행과 합류, 같이 걸을 예정이다. 한 걸음도 건너뛸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 걸어야 하는 거리는 31km. 여기에다 오늘 남겨놓은 4km를 보태면 채 시장은 35km를 걸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 35km를 걸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태그:#채인석, #화성시장, #경기도, #자연사박물관, #국토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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