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한화 류현진과 넥센 김병현의 맞대결을 직접 관전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9월 1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홈팀 SK와이번스와 두산베어스와의 맞대결이었는데, 양팀 모두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상황이었고, 양팀의 선발투수가 와이번스 김광현과 베어스 김선우의 맞대결이란 점도 더욱 흥미로웠다.

야구장을 다니면서 그 동안 주로 포수 뒤쪽 또는 내야석에서 경기를 관전했었는데, 9월 1일 경기 때는 처음으로 외야석에서 보게 되었다.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일찍 도착해서 외야 맨앞 줄에 자리를 잡았더니 공간 여유도 있어서 상당히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보너스는 바로 밑에 불펜이 있어서 TV에서나 보던 투수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좌측 외야석에 필자 일행은 자리를 잡았는데, 1회초 베어스의 공격 때부터 손시헌이 와이번스 선발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작렬하였고, 베어스 불펜에 떨어진 공을 베어스 김상현 선수가 필자 일행에게 공을 건네준 덕분에 필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홈런볼을 직접 접하는 보너스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와이번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정근우가 베어스 선발투수 김선우의 초구를 통타, 좌중간으로 넘어가는 큼지막한 동점홈런을 터뜨리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1-1이 되었다. 김선우는 2회말에서도 1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는데, 와이번스가 런앤히트 작전을 감행하면서 나온 정상호의 투수 앞 타구를 기민하게 처리, 투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긴다.

위기를 넘긴 베어스는 3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임재철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2-1로 다시 앞서나가게 된다. 와이번스 선발투수 김광현의 직구구속은 일반적으로 140km대 초반에 머무르는 등, 아직까지는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대량실점을 당할 것 같이 보이면서도 풍부한 경험을 통한 경기운영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특히 4회초 무사 1,3루의 위기상황에서 베어스 양의지를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1점 밖에 내주지 않은 이후론,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베어스 선발투수 김선우도 경기 초반 위기를 넘긴 이후부터 완급조절을 통해 와이번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였다. 6이닝 동안 와이번스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다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초반 홈런포가 난무하면서 치열한 타격전이 될 것처럼 보였던 경기는 양팀의 노련한 에이스 김광현과 김선우의 효율적인 피칭을 통해 점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8회말 와이번스 공격에서 커다란 소용돌이가 불어닥치기 시작한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베어스 김승회는 7회를 깔끔하게 막아내고 8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와이번스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큼지막한 우월 솔로홈런을 내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와이번스는 베어스 마운드를 집요하게 공략하기 시작한다.

베어스는 김승회를 내리고 마운드에 이혜천을 올린다. 좌타자 임훈을 상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다. 하지만 와이번스 임훈은 베어스 유격수 손시헌이 2루 커버로 들어간 사이 생긴 틈으로 타구를 보내면서 무사 1,3루의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베어스 김진욱 감독은 우타자 최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혜천을 고집한다. 이 대목에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8회가 시작될 때부터 필승 계투요원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은 점이나, 우타자 최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혜천을 고집한 장면등에서 김진욱 감독의 투수 운용에 대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최정의 타구는 좌익수 플라이가 되었고, 베어스 좌익수 김현수는 잡자마자 홈으로 정확하게 공을 배달하였다. 하지만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공을 끝까지 잡고 있었다면 아웃이 될 수 있던 상황에서 공을 뒤로 흘리는 바람에 결국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블로킹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3-3 동점이 된 상황에서 김진욱 감독은 미련할 정도로 이혜천을 고집했고, 결국 이혜천은 와이번스 이호준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역전 2루타를 허용하게 된다. 이혜천의 위기관리 능력은 올 시즌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포스트 시즌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이혜천은 코칭스태프에게 신뢰를 심어주는데 실패하고 역전까지 허용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된다.

4-3으로 역전당한 베어스의 9회초 마지막 공격. 와이번스는 필승 불펜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베어스는 선두타자 윤석민이 안타로 진루하면서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나 5번 최준석은 투수 앞 병살타를 작렬하면서 달아오르던 경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순식간에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고, 이제 짐을 서서히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양의지가 좌중월에 큼지막한 홈런을 터뜨리면서 극적인 동점을 일구어낸다. 8회말 아쉬운 블로킹으로 동점을 내준 자신의 실책을 확실하게 만회할 뿐더러 팀을 역전패의 수렁에서 건져낸 백만불짜리 홈런이었다.

와이번스로서는 필승 불펜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리고서도 승리를 지켜내지 못해 아쉬움이 배가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와이번스는 정우람, 이재영 등 필승 불펜을 풀가동했고, 반면에 베어스는 파이어볼러 김강률이 예상 외로 10회와 11회를 잘 막아주면서 팽팽한 경기 흐름을 유지한다. 12회초 공격에서 베어스는 1사 후 양의지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찬스를 다시 잡는다. 대주자로 정수빈이 오랫만에 모습을 보이자 베어스 응원석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 도루가 확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수빈은 예상대로 2루 도루를 감행한다. 그러나 와이번스 포수 정상호는 정확한 송구로 정수빈을 잡아내는 강견의 위력을 과시한다.

12회말 와이번스의 마지막 공격, 베어스는 필승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마운드에 올린다. 하지만 프록터는 1사 후 정근우에게 안타를 내주고 이어 임훈 타석에서 보크를 범하면서 1사 2루의 위기를 맞이한다. 2루 진루에 실패한 12회초의 베어스와 대비되면서 위기감이 느껴질 무렵, 프록터는 개의치 않은 듯 꿋꿋하게 볼을 뿌리면서 임훈을 삼진, 최정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치열했던 접전을 결국 4-4 무승부로 마무리 짓는다.

그 동안 극심한 타선침체로 고생했던 베어스는 모처럼 3방의 화력쇼를 선보이면서 타선의 리듬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고, 와이번스는 패색이 짙던 경기를 경기 종반에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앞두고 동점홈런을 내주면서 아쉬움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보너스가 제공되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문학구장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의 향연이었다. 불꽃놀이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규이닝도 모자라서 12회 연장까지 꽉꽉 채우고, 거기에 화려한 불꽃놀이로 피날레를 장식한 9월 1일 문학구장의 직관후기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문학구장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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