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 현장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 현장 ⓒ 김민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라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청소년만을 위한 영화를 가리키는 걸까요. 23일 개막작 <카우보이>를 보고 청소년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영화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청소년의 청은 '푸를 청(淸)'입니다. 언 대지가 녹고, 푸른 생명이 자라나는 봄과 닮았습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공동체적인 삶의 영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마의 기운이 눅진하게 일상을 감싸는 요즘, 사색의 계절 가을이 오기 전에 봄의 싱그러운 기운을 다시 느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겠죠. 바로 이 영화제가 반가운 까닭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장한다...삶과 죽음의 치밀한 간접 경험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카우보이>의 한 장면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카우보이>의 한 장면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어린아이의 삶을 비추는 이 영화는 주인공을 우리보다 낮은 차원의 존재자로 바라보게 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도 않습니다. 성장영화이기도 한 <카우보이>에서 우리 역시 늘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성장이 그칠 때 진정한 죽음이 오는 것이겠죠. 삶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죽음이란 건 어른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생사는 우리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이를 직접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갓난아기 때를 우린 기억할 수 없고, 삶이 끝난 이후 죽음에 대해 스스로 말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통해 죽음을 간접 경험하게 됩니다.

 <카우보이> 속 한 장면

<카우보이> 속 한 장면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영화 <카우보이>의 주인공은 열 살 꼬마 요요입니다.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까마귀를 둥지에 넣어주곤 하는 친구죠. 요요는 늘 엄마와 통화하며 "아버지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여행을 떠났고, 엄마의 부재에 요요는 까마귀에게 더욱 애정을 느낍니다. 포크 가수인 엄마를 기리듯 요요는 엄마의 음반을 듣습니다. 엄마가 소년 앞에 살아나는 순간이죠.

삶과 죽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환기...<카우보이>의 미덕

까마귀가 하늘을 향해 날 때 엄마의 노래가 새의 비상을 축하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엄마와 소년을 이어주던 이 까마귀는 비상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자연 풍광을 낀 집에 사는 아이는 각박한 도시에 사는 아이와 달리 젊음의 싱그러움을 자연스럽게 표출합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영화는 삶과 죽음 사이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리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바로 '젊음'입니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다시 상기해야 하는 그런 가치죠. 대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은 어쩌면 자연의 한 순환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진짜 죽음은 바로 성장이 멈출 때라는 점을 또 기억하게 합니다.

영화에선 까마귀와 소년이 함께하는 장면도 꽤 유쾌합니다. 까마귀와 어머니를 엮어내며 삶과 죽음이 공명하는 자리를 만드는 영화 <카우보이>. 정말 심상치 않은 영화입니다.

참고로 청소년영화제는 오는 29일까지 CGV성신여대입구와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성북천 바람마당 등에서 열립니다. 폐막식은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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