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SBS <옥탑방 왕세자>의 마지막 장면

24일 방송된 SBS <옥탑방 왕세자>의 마지막 장면 ⓒ SBS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드라마에 있어 가정은 무한한 소재를 제공해준다. SBS <옥탑방 왕세자>, tvN <인현왕후의 남자>, MBC <닥터진>에 이어 최근 SBS에서 선보인 <신의>까지. 이른바 '타임슬립'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될 수 있는 이유 역시 'if(가정)'의 힘이 크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의 시간여행은 그 설정자체가 판타지에 근거하는 까닭에 '왜'라는 질문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왜' 왕세자 이각은 300년을 거슬러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왔고, '왜' 진혁은 거꾸로 조선말기로 가게 됐을까 의문을 제기하면,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드라마니까…" 밖에 없다.

우연히 자기가 사는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로 떨어진 주인공들에게 타임슬립의 '목적'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저 우연의 연속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시간여행은 결국 극 초반 웃음코드로 활용되고 중반부나 후반부에 이르러 사실은 이런 비밀이 있었더라와 같은 공식을 취하게 된다. 기존 타임슬립 드라마가 멜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MBC 새 주말특별기획 <닥터진>(가제)에 출연하는 배우 이범수

MBC 새 주말특별기획 <닥터진>(가제)에 출연하는 배우 이범수 ⓒ MBC


그런 의미에서 MBC <닥터진>은 확실히 진일보한 타임슬립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무책임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닥터진>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와 같은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굳이 카오스이론이나 평행이론과 같은 세계관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진혁의 고민에 같이 고민하고 흥선대원군의 변화에 함께 초조해했다.

미래에서 온 진혁의 관여에도 불구하고, 과연 역사는 '기록된 역사'대로 흘러갈 것인가? 이 하나의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닥터진>은 기존 '타임슬립'의 한계를 충분히 뛰어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신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동안의 타임슬립에 없던 목적의식을 <신의>는 극 초반부에서 적극적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니까 <신의>에서 일어나는 '타임슬립'은 우연이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신의>는 '환자를 살릴 신의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매우 명쾌한 답을 내 놓는다.   

물론 <신의>에서 최영(이민호 분)은 21세기 대한민국을 그저 화타가 사는 하늘나라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배경이 과거에서 현재가 되었든, 반대로 현재에서 과거가 되었든 '타임슬립'에 목적이 더해진다면 그 상상력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진다는데 있다.

 김희선-이민호 주연의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가 13일 첫 방송됐다.

김희선-이민호 주연의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가 13일 첫 방송됐다. ⓒ SBS


가령,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사건이나 혹은 사회 변혁의 큰 계기가 되었던 일들을 이 '타임슬립'과 연계시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 반대로 지금 우리사회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과거 역사 인물을 현대로 데리고 오는 설정도 가능하다.

<신의>의 경우에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닥터진> 진혁의 경우처럼 은수(김희선 분)가 역사가 흘러가는 방향까지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닥터진>은 조선말기라는 가까운 과거였던 반면, <신의>는 고려 공민왕 시대라는 훨씬 먼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신의>가 선보인 '타임슬립'에는 그 목적과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며, 결코 여기가 '타임슬립'의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한 시간이동에서 출발하여 역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차원으로까지 '타임슬립'은 자기 발전을 꾀하고 있다. 분명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드라마에 있어 '가정'은 무한한 소재를 제공한다. '타임슬립'에 더 많은 'if'가 더해질 때, 시청자의 눈과 귀는 더 즐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자기 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을 꾀하는 더 많은 '타임슬립' 드라마가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타임슬립 신의 닥터진 인현왕후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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