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의 주인공들이 마지막회를 앞두고 한 자리에 모인 19회 마지막 장면

<신사의 품격>의 주인공들이 마지막회를 앞두고 한 자리에 모인 19회 마지막 장면 ⓒ SBS


최고 시청률 24% 돌파, 실패를 모르는 김은숙 작가 ․ 신우철 PD 콤비의 건재 확인, 12년이란 시간을 잊게 만든 장동건의 성공적인 브라운관 복귀, 김정난의 재발견, 윤진이의 발굴 등 김은숙 작가의 배우 선구안, 장동건의 말버릇인 소위 '~걸로'체의 유행 등등.

마지막 방송만을 앞둔 SBS <신사의 품격>이 남긴 족적들이다. 19회 시청률 18.1%. 비록 2주간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으로 인한 결방 후유증으로 11일 방송된 19회는 시청률 폭락이란 악재를 맞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신사의 품격>에 쏟아진 열혈 시청자들의 관심은 전혀 줄지 않았다.

네 커플의 애정전선의 궤적과 이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손익계산서를 돌아보도록 하자. 마음 속 최고의 커플을 꼽는 일은 온전히 시청자 개개인의 몫이다.    

 19회 호텔 방 앞에서 박민숙을 만나 당황하는 서이수와 김도진. 짝사랑을 교환했던 둘은 이만큼 '야하게'(?) 발전했다.

19회 호텔 방 앞에서 박민숙을 만나 당황하는 서이수와 김도진. 짝사랑을 교환했던 둘은 이만큼 '야하게'(?) 발전했다. ⓒ SBS


'야하다'고 우겨댄 짝사랑 커플의 결말은? 주인공 김도진 & 서이수 커플

사실 초반엔 원성도 잦았다. '조각 미남' 장동건이 연기한 김도진이 짝사랑을 한다는 설정이나 또 41살 먹도록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해 하룻밤 사랑도 마다 않는 김도진의 사랑 방식 말이다.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40대 남자들을 모셔 놓고 맑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하면 재미없다", "진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놀랄 정도의 키스신과 스킨십이 난무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그러한 바탕에서 출발한 <신사의 품격>은 그러나 지상파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김도진이 어찌 보면 구차하고(?) 어찌 보면 귀여운 (육체적 관계의 끊임 없는 암시에 다름 아닌)구애를 김도진과 서이수(김하늘 분) 캐릭터의 개성으로 승화시키려 애를 썼다.

결국 김도진의 극심한 노력에 짝사랑은 역전됐고, 김도진에 앞서 임태산(김수로 분)을 짝사랑했던 서이수는 뒤늦게 나타난 19살 짜리 김도진의 아들을 제자로 맞아들이며 일찌감치 해피엔딩을 맞았다. (무려 장동건이 연기한) 김도진의 '구강섹시액션'을 탑재한 순애보와 짝사랑의 역전이라는 울퉁불퉁한 자갈밭 같던 사랑을 <신사의 품격>은 중년의 김도진이 겪을 법한 사랑과 성장이라 역설했다. 그리고 본인입으로 "야해졌다"고 말하는 서이수를 통해 "사랑은 맞춰가는 것"이란 닳고 닳은 명제를 구현해냈다.

사실 이 모든 게 장동건에서 비롯된 오해와 질투,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극 초반 운명과도 같았던 김도진의 짝사랑을 납득했던 시청자가 몇이나 있을까. 하물며 그 장동건이 아닌가. 우리 '동건느님'이 어찌 (극중에서라도) '원나잇 스탠드'를 즐길 수 있으랴. 그런면에서 어쩌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피해자는 1978년생인 상대 여배우 김하늘일지도.

 17살 차이를 극복한 임메아리, 최윤 커플

17살 차이를 극복한 임메아리, 최윤 커플 ⓒ SBS


<신사의 품격> 최대의 수혜자들, 최윤 & 임메아리 커플.

드디어 무릎을 꿇었다. 17살 차이의 임메아리(윤진이 분)를 결국 받아들인 최윤(김민종 분) 말이다. "메아리 나한테 주라"라는 최윤에게 임태산은 정해진 수순대로 "질 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지는 걸 선택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이 반듯한 사내가 '절친'의 동생을 마음속에 품기까지 <신사의 품격>은 둘의 줄다리기를 아주 절묘한 서브플롯으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는 최윤에게 19회에 명대사 하나를 안겼다.

"세상에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이 있어. 임태산이라고. 그 산에 세상에서 가장 이쁜 야호가 살지. (메아리) 너."

손발이 오글거려도 어쩔 수 없다. 연예인이나 가능할 법한 극강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이 커플은 어차피 김은숙 작가가 창조해낸, 희소성으로 점철된 커플일 수밖에 없으니. 고령자(?)가 다수 분포된 네 커플 중 특히 임메아리는 평균 연령을 낮추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 유일한 결혼식의 주인공이 됐다.

하나 더, 김민종과 윤진이야말로 <신사의 품격>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드라마 OST를 위해 2012년 버전 '아름다운 아픔'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김민종은 90년대 '오빠'의 성숙한 귀환을 제대로 보여줬고, 오디션을 통해 김은숙 작가에게 직접 간택됐다는 윤진이는 <신사의 품격>의 신데렐라였다.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신사의 품격>의 이정록, 박민숙 커플

<신사의 품격>의 이정록, 박민숙 커플 ⓒ SBS


통통 튀는 캐릭터는 '신품'에도 살고 있다, 이정록 & 박민숙 커플

한 블록 전체의 빌딩들을 소유한 '청담마녀'와 그에 빌붙어 사는 철없는 바람둥이. 누가 봐도 양념 캐릭터일 수밖에 없었던 이정록(이종혁 분)과 박민숙(김정난 분). 유일한 기혼자들인 이  연상연하 커플은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박민숙의 의부증 의심과 함께 찾아온 이혼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좀 더 극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에 앞서 박민숙은 시크하고 당당한 '부자의 품격'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어쩌면 바람둥이 연하남이 돈 많은 부인을 피해 여성들에게 껄떡대는 모습이야말로 모든 남성들의 수컷 본성을 희화화시킨 대목일 터. 사실 본질은 순하고 착한 드라마인 <신사의 품격>은 서이수의 목소리를 통해 갑자기 이정록의 사랑을 받은 '짝사랑 종결자' 박민숙이 그 사랑을 의심했을 뿐이며, 이제야 이정록의 사랑을 받을 기회가 찾아 왔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정록의 진심어린 고백.
 
"나같은 놈 사랑하느라 고생많았어. 사는 동안 미안했다."

철없는 이정록이 이혼에 진심으로 전전긍긍대는 모습이나 그런 이정록을 귀여워하면서도 속앓이를 하는 박민숙 캐릭터 모두 이종혁과 김정난의 안정된 연기를 발판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마지막회 역시 (성사될 가능성은 없지만)둘의 이혼여부에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신사의 품격>의 홍세아, 임태산 커플

<신사의 품격>의 홍세아, 임태산 커플 ⓒ SBS


초반엔 4각 관계, 후반엔 메아리 오빠와 주인공 친구, 임태산 & 홍세라

사실 <신사의 품격>의 비운의 커플을 꼽으라면 이 두 사람일 것이다. 초반부 서이수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김수로는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로부터 "도대체 장동건을 마다하고 왜?"란 원성을 들어야 했고, 홍세라는 그런 서이수에게서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표독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주인공을 둘러싼 4각 관계 캐릭터의 정해진 운명이었다.

잠시 결혼 문제로 갈등을 겪긴 했지만, 가장 순탄한 커플은 사실 둘이었다. 그러다보니 불행히도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임태산은 최윤, 임메아리 커플이 넘어야할 산으로서만 존재했고, 그나마 홍세라는 19회에선 존재마저 거의 없었다. 가장 보통의 남자다운 임태산과 (당당한 여성을 대변하듯한)여성성 강한 골프선수 홍세라의 존재감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과는 다른 로맨틱코미디의 불편한 진실.

다행히 코믹한 이미지를 거의 벗어던져 버린 김수로의 연기는 딱히 나무랄 데 없었고, <프라하의 연인>이후 오랜만에 김은숙 작가의 부름을 받은 윤세아 역시 제몫을 다해냈다. 비주얼로도 살짝 밀리고, 드라마틱한 사연도 적었던 캐릭터의 비애를 담담히 이겨낸 두 사람에게 박수를.

====아듀! <신사의 품격> 드라마 리뷰 관련 기사====

[아듀! 리뷰①]<신사의 품격>...강남스타일을 뛰어넘은 성장 판타지
[아듀! 리뷰②]아듀! <신사의 품격>, 최고의 커플을 뽑습니다
[아듀! 리뷰③]<신사의 품격> 끝, 이제 현실로 돌아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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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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