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이대훈의 패기로 이루지 못한 '금빛 발차기'를 누나 황경선의 노련한 경험으로 만들어 냈다.

황경선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제1 사우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런던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이하급 결승에서 터키의 누르 타타르를 12-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경선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13개)과 타이를 이뤘다. 한국은 아직 태권도 2체급을 더 남겨 두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 점점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만 26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올림픽 요정(?)'

유도 남자 -91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송대남은 유도 선수로는 황혼기에 해당하는 만 33세의 늦은 나이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물론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이에 비해 1986년에 태어난 황경선은 만 26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올림픽 무대만 세 번을 경험했다. 물론 황경선의 실력이 가장 우선이었지만 올림픽의 여신이 황경선을 어여삐 여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황경선과 올림픽의 인연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체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황경선은 국제무대에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던 대표팀의 비밀 병기였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의 압박감은 고3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컸고 황경선은 동메달을 목에 거는 것으로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황경선은 이듬해 한국 체육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2005,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67kg 이하급의 최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황경선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왼쪽 무릎의 연골판과 인대에 부상을 당한 몸으로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심했지만 금메달을 향한 황경선의 투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많은 올림픽 챔피언이 그런 것처럼 황경선도 올림픽 이후 부상 후유증과 후배들의 약진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2009 세계 선수권대회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은커녕 대표 선발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미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석권)을 달성했지만 황경선에게는 올림픽 2연패라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황경선은 작년부터 극적으로 부활해  대표팀에서 가장 먼저 런던행 티켓을 따냈다. 태권도 종목에서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황경선이 유일하다.

격투종목 사상 최초로 동일 체급 올림픽 2연패 달성

태권도는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종목을 석권하면서 자연스럽게 런던 올림픽의 목표도 전종목석권이 됐다. 하지만 세계 태권도의 발전속도는 한국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첫 주자였던 이대훈이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이대훈이 1회전부터 4강까지 매 경기 1점차 승부를 벌이며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지만, 역시 경험이 풍부한 황경선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착실하게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1회전에서 만난 코트디부아르의 복별 루스 그바그비에게만 4-1로 승리하며 다소 고전했을 뿐, 8강에서는 독일의 헬레나 프롬을 8-4, 4강에서는 슬로베니아의 프랑카 아니치를 7-0으로 꺾으며 가볍게 결승에 안착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부터 도입된 전자호구의 특성을 잘 파악해 적극적인 머리 공격으로 고득점을 취하는 전술이 돋보였다. 황경선은 16강부터 준결승까지 3경기에서 모두 5번의 머리 공격을 성공시켰다.

결승 상대는 올해 유럽 선수권을 제패한 터키의 만 20세 신예 누르 타타르. 경험은 황경선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16강에서 4강까지 17점을 얻는 동안 단 2점만 내줬을 정도로 당일 컨디션이 좋은 상대다.

시작부터 경쾌한 움직임을 보인 황경선과 타타르는 20초 만에 머리 공격을 주고 받으며 3-3으로 팽팽한 경기를 펼쳐 나갔다. 하지만 황경선은 주먹공격과 돌려차기로 곧바로 2점을 따내며 5-3으로 1회전을 마쳤다.

황경선은 2회전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머리 공격을 성공시켰고 이어진 연속 발차기로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고 3회전에서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점수차를 유지하면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흔히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4년에 한 번씩 방어전 기회가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받는 부담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황경선은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올림픽 2연패를 이뤄 냈다.

이제 황경선은 대한민국 태권도를 넘어 대한민국 격투 종목(유도,레슬링, 태권도, 복싱 등)의 위대한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격투 종목서 체급을 옮기지 않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태권도 황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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