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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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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이 얼마냐?"
"5000원…. 조금 넘을 것 같다."
"아니다. 4580원이다. 아르바이트 시급이라고 하지만 실상 우리나라 서민들 최저임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5000원이 안 되나?"

지난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뉴 미디어 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사회를 맡은 김현욱 전 아나운서와 '최저임금'을 두고 한 대화입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경선 후보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김 전 아나운서는 최저임금을 4580원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올해 기준입니다. 그럼 내년은 얼마일까요? 280원 오른 4860원입니다. 올해보다 6.1% 올랐습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생활보장"한다더니... 최저임금은 몰라

'국민성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이었는데,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5.2%로 최저임금제가 실시된 1988년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았습니다. 경영계는 이것도 많다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참고로 노무현 정부 때는 연평균 10.6% 인상됐습니다.

시급 4860원을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월급으로 바꾸면 101만5740원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올해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 149만5550원으로,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만약 최저임금 노동자가 4인 가구의 가장이라면 그 가정은 극빈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몰랐습니다. '고용복지'를 약속한 바 있는 사람이 말입니다.

지난 2011년 11월 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박근혜 후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서 "희망없는 개인들이 많은 사회에서 사회의 희망을 기대하는 불가능하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고용복지에 대한 5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 근로능력 있는 빈곤계층의 자활 ▲ 복지정책과 고용정책의 연계 강화 ▲ 고용 복지제도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전환 ▲ 근로능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정부 책임 ▲ 일자리에 대한 실질적 지원 따위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 생활보장을 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 앞에서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임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정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10명 중 1명... 최저임금은 헌법에 보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30여개 단체 회원들이 7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촉구 노동·학생·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밥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4860원)을 지적하며 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30여개 단체 회원들이 7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촉구 노동·학생·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밥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4860원)을 지적하며 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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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후보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몰랐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것도 "아르바이트 시급" 운운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시급을 최저임금에 준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 중에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지난 6월 5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자 실태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만자는 173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1742만1000명의 9.9%를 차지했습니다(6월 5일 <한겨레>, <노동자 10명 중 1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 참고).

특히 여성노동자와 나이가 많을수록 노동환경은 더 열악했습니다. <한겨레>는 같은 기사에서 "기혼 여성이 89만8000명으로 51.9%를 차지했고, 기혼 남성이 44만4000명(25.7%)으로 뒤를 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최저임금 미만 비중이 컸는데, 55살 이상이 72만7000명(42.0%)으로 가장 많았고, 45~54살이 35만 명(20.2%)으로 뒤를 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서를 합니다. 그런데 헌법이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1987년 개정된 헌법 제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에는 몰라도, 대통령 경선 후보자로 나섰다면 최저임금제도가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인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준비가 덜 된 것입니다. 최저임금도 잘 모르면서 국민과 서민, 어렵고 힘든 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고용복지 운운 말고 최저임금부터 배워라

청년유니온도 8일 '2012년 최저임금은 5000원? 코스프레가 아닌 진정을 보여라'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한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활동했던 박근혜 후보의 '최저임금 5000원' 발언은 박 후보가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또 "생활 이전에 생존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과 요구를 박 후보는 과연 알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포기하거나 조금이라도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피눈물 나는 삶을 박 후보는 과연 알고 있는 것일까?"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박 후보는 이들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전화도 잘 받지 않는 '불통' 후보라는 지적에 대해 '차 안에서 팔이 아플 정도로 전화를 받는다"고 답한 것에 대해서도, "팔 아프게 전화를 받는다고 소통이 아니다. 시장을 돌아다니고 상인들 만나 인사한다고 서민의 삶을 아는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코스프레가 아닌 진정으로 서민의 삶을 돌아보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는 따끔한 충고를 했습니다.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서민'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서민의 삶은 팍팍합니다. 박근혜 후보 역시 말로만 고용복지 운운하지 마시고,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기본도 모르고 집을 짓다가는 무너집니다.


태그:#박근혜,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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