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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검증 공세가 자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을 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안 원장의 과거 들추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박 의원의 과거 '친재벌' 행보가 드러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새누리당은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지자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진 안 원장의 '재벌 인터넷 전용 은행' 설립 참여 논란에 대해서도 "안 원장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금산분리(원칙 강화)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본격화된 '안철수 때리기'... "포스코 시절 경제민주화 반하는 행동"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은 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돈을 많이 가진 대기업들의 은행 만들기는 여러 특혜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안 원장 측에서 (제기된 비판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치가 없다'고 묵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안 원장이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하면서 문어발식 자회사 확장을 용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포스코가 대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문어발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안 원장이 한마디도 반대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안 원장이 지금 이야기하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민주화에 완전히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안 원장이 기업에 몸 담았을 때와 대권 행보를 시작한 후 대기업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안 원장이 가진 신뢰의 이미지에 타격을 줘, 책 출간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다시 시작된 안 원장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포문은 안 원장을 조준했지만 유탄은 박근혜 의원에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안 원장에 대한 공격이 과거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의원이 쏟아냈던 재벌 옹호 발언들이 다시 조명 받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과거 들춰내자 박근혜 친재벌 행보 부각

 

박 의원은 지난 2004년 12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유예기간을 늘려달라는 경제단체들의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박용성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법이 발효되면 멀쩡한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할 시간이 없어 망하게 생겼다"며 유예기간 연장에 힘 써줄 것을 당부했다.

 

박 의원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어려운 경제를 위해서 경제인들이 이런 데까지 오시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잘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과거 기업의 투명성을 해친 고질적인 병폐였던 재벌들의 분식회계에 대해 적극적인 '봐주기'에 나선 셈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안 원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는 것 아니겠느냐,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안 원장의 탄원서는 개별 재벌총수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박 의원의 발언은 분식회계를 한 재벌들에 대한 포괄적 사면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박 의원의 안 원장 비판은 본인에게는 관용을 보이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 자세"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한 과거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과 횡령, 분식회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IOC 위원)의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과거 재벌 사면 적극적... 지금은 "선진국 가는 데 안될 일"

 

<강원일보> 2006년 12월 21일자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평창 알펜시아 사업예정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용성 IOC 위원의 사면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고 보도된 내용이 이날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은 2004년 박 의원을 만나 분식회계 유예를 주장하면서 "기간을 주면 과거의 분식회계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듬해인 2005년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의 2800억 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났다. 분식회계에 대한 기업의 자정 의지가 의심 받는 상황이었지만 박 의원은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해 '적극 노력'을 약속했다. 박 전 회장은 결국 2007년 2월 참여정부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사면됐다.

 

하지만 박 의원은 지난 달 10일 대선출마를 선언을 하면서 재벌 회장 사면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 의원은 "(대기업 총수의) 사면과 관련해 법으로 선고를 받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이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원장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는 새누리당의 잣대가 고스란히 박 의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때문에 박 의원이 2007년 대선 때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기업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사 등 이른바 '줄푸세'로 알려진 친재벌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안철수 때리기'의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안철수 검증'이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호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안 원장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안철수연구소의 전환사채 저가인수 의혹에 대해 안 원장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공격했다. 또 김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수장학회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이 아직 납득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태그:#박근혜, #안철수,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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