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불만제로>의 홈페이지 화면

MBC <불만제로>의 홈페이지 화면 ⓒ MBC


"잊지 말아주세요. 수없이 많아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가운데 그 시작은 MBC가 만들어 낸 불만제로라는 작품이었음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진 <불만제로>의 진행자 MBC 허일후 아나운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침통한 심경을 고백했다.

MBC의 파업 종료 후 사측으로부터 미래전략실로 발령을 받은 허일후 아나운서는 26일 같은 포맷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블랙박스>가 방영된 다음날인 27일 통한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겼다.

허 아나운서는 "불만제로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시초입니다. 타 방송사에서 한 고위간부가 너희는 왜 MBC처럼 못 만드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프로그램입니다. 최고의 스텝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MBC 시사교양국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허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의 네임밸류는 얻기 정말 어렵습니다.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가운데 불만제로는 많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과 제보로 그 시간들을 이겨내 왔습니다. 제작비가 줄고 외압도 많았지만 꿋꿋하게 버텨왔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고 덧붙였다. 

허 아나운서는 이어 "그런 불만제로가 사라집니다. 무력한 저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 첫사랑같은 프로그램, 제 아나운서로서의 출발을 함께한 프로그램이, 너무도 어이없게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네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허 아나운서는 "5천만 소비자의 불만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함께하자던 약속. 그 약속을 결정권자는 기억하지 못하시나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수없이 많아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가운데 그 시작은 MBC가 만들어 낸 불만제로라는 작품이었음을"이라며 장문의 글을 끝맺었다.

MBC 노동조합 "부당하게 폐지당한 <불만제로> 후속 <블랙박스>는 졸속프로그램"

앞서 MBC의 대표적인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인 <불만제로>는 지난 2월 MBC 노조의 파업과 함께 재방송을 거듭하다 4월부터 잠정적으로 방송이 중단됐다. 파업이 종료된 직후, MBC 측은 <불만제로>와 비슷한 콘셉트의 <블랙박스>를 제작, 박은지 아나운서를 내세워 홍보해왔다.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 측은 27일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은 불만제로를 폐지하고 블랙박스로 대체 하겠다고 밝혔다"며 "PD수첩에 이어 대표적 비판 프로그램을 손본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성역 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프로그램을 특별한 이유없이 폐지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라고 비판했다. .

노조는 또 "김철진이라는 무능력 부역자가 편성하고자하는 블랙박스라는 프로그램은 '외주사'가 기획기간 1주일 제작기간 3주 들인 졸속프로그램입니다. 방송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MBC는 쓰레기매립지가 아닙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MBC의 이러한 행보는 < PD수첩 >의 작가 전원 교체와 함께 시사프로그램 길들이기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MBC 노조는 지난 24일 총파업 특보를 통해 "궁금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실험과 검증으로 밝혀온 불만제로는 전문가들에게 공영방송의 새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MBC 대표 공익프로그램이다"며 "이러한 공영성을 지닌 프로그램까지 사장시키겠다는 것은 '시사프로그램 말살의도'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25일 특보를 통해 <불만제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불만제로 폐지 수순'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파일럿 프로그램은 교양제작국 모든 피디들이 파업 중인 6월 중순 기획되고 제작에 들어갔다. 노조가 주장과 달리, 김철진 국장은 외주 제작사에 불만제로를 넘기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다"고 대응했다.

한편 탐사고발에 치중했던 <불만제로>와 달리 비판과 정보성 아이템을 동시에 담은 <블랙박스>는 전국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10%대를 기록하기도 했던 <불만제로>와 비교해 반의 반토막이 난 수치다.

불만제로 허일후 불랙박스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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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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