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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에는 2011년의 고용증가세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2년 1월에서 5월까지 매달 지난해 동월대비 40만 명 이상의 취업자가 증가했으며, 고용률 역시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계속 상승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2012년의 취업자 수 증가세는 2010년과 2011년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의 취업자 수 증가, 고용률 상승세를 이끈 것이 제조업에서의 취업자 수 증가였다면, 2011년 하반기부터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산업에서의 취업자 수 증가였다. 이 부분이 눈에 띈다.

2010년과 2011년 상반기 한 때 415만 명이 넘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서 405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출호황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취업자 증가세를 보이며 고용지표를 개선시켰던 제조업이 2012년 들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이 주도한 상반기 일자리 증가

이런 제조업의 공백을 매운 것은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과 같은 전통적 서비스산업이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계속해서 취업자 수 감소세를 보이던 도매 및 소매업의 취업자 수가 2011년 하반기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감소세를 보이던 숙박 및 음식점업 역시 2012년부터는 지난해 동월대비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사회서비스 산업 역시 2012년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에 일조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금융위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취업자 수 증대를 보인 산업으로 2012년에도 계속해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는 늘었지만, 일자리 질은 저하

우려와 달리 지표만 보자면, 금융위기 이후 양호한 수준의 일자리 증가가 진행됐다. 하지만 양적 개선이 질적 개선을 동반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산업의 경우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의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희망근로·청년인턴과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증가시켜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12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조업 일자리에서의 취업자가 줄어들고,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의 비중이 큰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전통적 서비스산업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고용의 질적 수준에 대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상반기 자영업자 약 16만 명 늘어나

통계청의 2012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각각 182만3천 원, 118만9천 원으로 제조업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232만5천 원인데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도매 및 소매업 57.6%, 숙박 및 음식점 87.2%로 27.8%인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이다. 2011년 상반기의 경우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대비 8만4천 명 감소했다. 하지만 2012년 상반기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대비 15만9천 명이나 증가했다.

2011년 상반기의 경우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8만 4천 명 감소했다. 허나 2012년 상반기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5만 9천 명이나 증가했다.
▲ 자영업자 지위별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수 (단위 : 천 명) 2011년 상반기의 경우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8만 4천 명 감소했다. 허나 2012년 상반기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5만 9천 명이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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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됐던 청년고용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20대 청년층의 고용률은 조금 상승했으며, 취업자 수 감소 추세는 예전보다 완화됐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고용문제가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년고용은 이미 상당히 나빠진 상태에 있고, 2012년 상반기에 실질적으로 청년층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청년 고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 및 고용률 (단위 : 천 명, %) 2000년 들어 청년 고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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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일자리 증가, 상반기에 못 미칠 것

2012년 하반기에도 고용 상황은 어떨까. 월평균 40만 명 이상의 상반기 수준의 취업자 수 증가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전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과 관련된 경제적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1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 12월 3.7%에서 3.5%로 낮췄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이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유럽·미국·중국의 제조업 구매력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유럽·미국·중국의 제조업 구매력 하락과 무역량 감소는 수출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제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은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은 생산량의 하락을 가져와 직접적으로 고용량을 줄이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예상만으로도 투자감소를 가져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많은 방안들을 찾고 있지만, 위기가 부각되고 있으며, 오히려 불안감이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제적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신규고용 규모를 감소시켜 고용규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고용규모를 유지하는 대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증가시켜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세계경제 불안, 제조업 고용 증가 둔화가 요인

제조업에서의 고용성장 둔화추세도 하반기 고용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서비스 산업의 고용은 제조업으로부터의 유출효과에 영향을 받는다. 즉, 제조업의 고용둔화가 계속될 경우 전통적 서비스업의 고용증가에 대한 기여도 역시 줄어든다.

이상의 요인들은 상대적으로 2012년 하반기 상반기와 같은 수준의 고용증가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한다. 하지만 고용의 질적 수준이 하락할 경우 고용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 정규직 고용 대신 비정규직 고용을, 상용직 대신 임시직을,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을 통해 현재 수준의 취업자 수 증가를 이어갈 수 있으며, 기업으로부터 고용되지 않아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이 증가한다면 이는 지표상 취업자 수 증가로 나타난다.

이처럼 하반기에는 고용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므로 고용의 양적 측면 개선과 함께 질적 측면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고용문제·여성고용문제·양극화 문제 등 기존에 노동시장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고용둔화 국면에서 청년층과 여성은 더욱 심각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와 차별에 직면할 수 있고,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빈곤문제, 근로빈곤문제가 더욱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여성,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필요

나아가 노동시장 내 차별과 배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양극화 문제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 임금과 사회보험제공 등 고용조건의 차이는 과도하게 크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은 물론이며 사회보험젬공 등 고용 조건의 차이가 과도하게 크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격차 (단위 : 만 원, %)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은 물론이며 사회보험젬공 등 고용 조건의 차이가 과도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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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러한 정책들은 유연한 노동시장정책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재정이 투입돼야 하고, 단기적으로 성과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의 양적 지표 진작과 함께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의 개선을 추진하고,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청년고용의 증가, 50%에도 못 미치는 여성고용률의 진작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와 같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내수진작을 통해 소비를 확대시키고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안정적인 경제체제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상반기 고용증가에서 드러난 자영업자의 증가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월대비 월평균 15만9천 명의 자영업자가 증가했다. 그리고 이 중 고용원이 없는 독립자영업자가 8만1000명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자영업 취업자가 고용의 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구 소비가 위축된 지금 상당수 영세자영업자들이 저소득과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독립, 영세자영업자를 찾고, 이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스스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 방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태그:#노동시장, #고용, #일자리, #하반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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