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개그맨+가수를 뜻하는 신조어인 '개가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말 그대로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한 사례인 '8집 가수' 박명수가 그 원조격이라면, 이제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 음반을 내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현재 누구보다 주목받는 이들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정형돈과 데프콘. 중독성 있는 추임새와 생활 밀착형 가사,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멜로디 덕에 "매니저가 섭외 전화 때문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많은 행사의 섭외 대상에도 오르는 등 그 인기가 뜨겁다.

그러나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녹화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게임으로 따지면 레어 아이템이 된 정형돈 때문에 행사 참석이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데프콘이 "정형돈의 일이 많아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렵다"고 하자 이내 정형돈은 "하지만 우리는 모든 행사 (섭외)를 열어놓고 있다, 민관을 가리지 않고 (출연료) 할인이 가능한 그룹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해 폭소를 불러 일으켰다.

"개가수 열풍 의식한 것 아냐...많은 분들이 즐길 만한 음악이 좋다"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어쩌다 음악 방송에도 나오고, 원더걸스가 '라이벌'이라 표현할 정도가 됐지만 이들은 그저 '즐거운 것'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정형돈은 '형돈이와 대준이'를 두고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매일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나. 가끔은 짜장면도 먹을 수 있고…"라며 "오래 전부터 이야기 해왔던 것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구체화됐고, 그게 결과물로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수많은 개가수들 중 '라이벌'을 꼽으려 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데프콘은 "'개가수'라는 호칭이 ('형돈이와 대준이' 활동의) 동기부여가 된 건 아니다"라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가수'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갖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을 갖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의 방향도 확고하다. 정형돈은 "데프콘이 늘 '우리 음악은 철저한 대중음악'이라고 한다"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즐길 만한 음악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평소 예능에서의 유쾌한 모습과는 달리 묵직한 음악을 주로 해왔던 데프콘은 '형돈이와 대준이' 활동을 자신이 가진 또 하나의 캐릭터를 내보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형돈이와 대준이는) 음악적인 고집이 작용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좋은 색깔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진지한 음악을 하는 것도, 유쾌한 음악을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색깔 중 하나라는 것. 데프콘은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고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정형돈은 "저와 데프콘이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 갈래 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 MC이자 '형돈이와 대준이'로 활동하고 있는 정형돈과 데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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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들은 앞으로 '형돈이와 대준이'로서의 활동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데프콘은 "지금도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웃겨 죽을 만한 것들이 많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거 리쌍의 길과 함께 '뚱스'를 결성하기도 했던 정형돈은 "데프콘은 저에게 올인해 주는데 길은 리쌍도 해야 해서 개인적으론 '형돈이와 대준이'가 더 좋다"며 길을 향해 "가사 저장된 것 있으니 이 기사를 보면 곡 좀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