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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이 할머니께 인사한다. 차에 탄다. 아이들 한 번 더 보시려 창문으로 오신다. 연신 '잘가라~ 또 오너라" 하신다. 듣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은 이미 집에 가 좋아하는 TV 프로 볼 생각뿐이다.

혼을 낸다. 아이들이 창문 열고 할머니께 손을 흔든다. 아직 어린 막내 녀석, 할머니께 뽀뽀 한다. 엄마는 못내 아쉬운 듯 잡은 손자 손 놓지 못한다. 아버지가 얼른 가라 손짓한다.

후진한다. 마당 벗어나 길 위로 차가 올라선다. 엄마가 또 창문으로 오신다. 아버지는 그대로 마당에 계신다. 문을 연다. 엄마 머리가 바람에 날린다. 꼬부랑 파마 다 풀렸다. 다리 아파 장에 못 가니 머리도 못하신다.

"엄마 들어가. 또 오께요."
"그려. 조심혀서 가고. 가면 꼭 전화하고. 엄마 궁금헝께."
"알았어. 들어가, 바람 불어."

나는 어서 들어가라 손짓한다. 엄마가 먼저 가라 손짓한다. 엑셀에 걸쳐 있는 내 발은 2~3초간 그대로다. 바람 분다며 들어가라 말한다. 엄마가 뒤돌아선다. 차가 움직인다.

엄마는 1년 365일 아프시다. 하루도 빠짐 없이 파스 붙이시고, 허리에는 압박붕대 감고 사신다.
▲ 엄마는 늘 아프다. 엄마는 1년 365일 아프시다. 하루도 빠짐 없이 파스 붙이시고, 허리에는 압박붕대 감고 사신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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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분다며 엄마 들어가라던 말, 진심이었을까?'

짧은 순간 알 수 없는 마음이 자리한다. 하지만 차는 속도를 낸다. 우회전 하니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다시 길 위에 서 있었다. 속도를 잠시 늦춘다. 그때 알았다. 그 마음이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다는 것을.

차는 천천히 움직였다. 아이들 보고 할머니한테 손짓하라 했다. 아이들이 뒤로 돌아 손짓한다. 엄마에게 보일 리 없다. 난 그렇게 내 마음 가볍고 하고 있었다. 엄마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을 입구 다리 건너자 더 이상 엄마 집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차가 속도를 낸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다. 나는 엄마가 안 보였지만, 엄마는 내 차가 보인다는 것을. 형 차가 떠날 때, 다리 건넌 후에도 한참이나 차가 보인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 알았다.

꽤 먼 거리이니 속도를 줄였는지, 냈는지 엄마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안다. 한동안 그 사실이 날 콕콕 찔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내 차 속도는 줄지 않았다. 잊었다. 엄마 집을 떠나 차가 속도를 내면서, 그 속도만큼이나 난 엄마를 잊었다. 매번 잊었다. 그래서 차 속도는 아직도 줄지 않았다.

잊었던 엄마가, 떠나는 차 바라보던 엄마가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난다. 그리고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내가 가면 행복해 하신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 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 한 달에 한 번 가도 1년에 12번 밖에 안 되는데... 엄마는 내가 가면 행복해 하신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 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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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서운했을까?'

바보다. 엄마는 서운했다. 차가 빨라서가 아니라, 엄마는 떠나는 그 사실 자체가 서운했다. 안다. 아직은 어린 아이, 하지만 자기 딴에 컸다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는 딸과 아들 보며 난 서운했다.

갑자기 찾아오는 텅 빈 마음. 서운함이고, 그 서운함이 주는 쓸쓸함이었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 기다린다. 아이들 기다린다. 아이들 목소리 들리면 저절로 웃음이 가득해진다. 서운함과 쓸쓸함, 그리고 기다림 뒤에 오는 행복함이다.

엄마 올해 80이다. 떠나는 내 차 바라보며 계속 서운했으면 좋겠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태그:#엄마,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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