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겟올라잇 쇼케스트라'를 연 가수 김범수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겟올라잇 쇼케스트라'를 연 가수 김범수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하고 싶은 게 많아서요..."

데뷔 13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선 김범수는 잔뜩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무명을 거쳐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로 반전을 이뤘고, 대중 가수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없는 것도 아닌데 13년을 그렇게 (얼굴 없는 가수로) 살다가 얼굴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1만 번도 더 불렀다는 '보고싶다'를 오프닝 곡으로 부르다 촌스럽게 떨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여기는 세종문화회관이니까요"라고 거듭 강조하던 김범수. 이 자리에서 40인조 더블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자 이지원), 16인조 판타스틱 브라스 밴드 겟올라잇 밴드와 함께하게 된 지금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스스로 <나가수 시즌2>라고 말할 정도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펼쳐 보이는 시간이었다.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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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이어 목소리만으로 등장해 '보고싶다'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애인 있어요' 'Stand by me' '사랑하기 때문에' '세월이 가면'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은 어떤 음악이든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김범수의 진가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로큰롤 풍의 신곡 'Rock Star'(록스타)을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김범수는 모험을 꾀했다. 뮤지컬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넘버를 부르기 시작한 것. "뮤지컬을 꼭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은 그는 소속사 식구인 선우와 'The Phantom of the Opera'(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를 열창하기도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Danse Mon Esmeralda'(당스 몽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앞서 나훈아의 '사랑'을 부르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던 김범수는 한 여성에게 "나중에 보자"면서 장미꽃을 줬고, "감정의 몰입을 위해 여자 주인공이 필요하다"면서 이 무대에 그 여성을 다시 불렀던 것. 하지만 그 여성이 중학생임이 밝혀지면서 화들짝 놀란 김범수는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무대 세트로 침대가 등장했고, 노래를 부르던 김범수가 여성 위로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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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는 '겟올라잇 쇼케스트라'에서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 아이유의 '좋은 날'까지 불렀다. 어느새 그를 떠올리는 곡이 된 남진의 '님과 함께'도 빠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김범수의 목소리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곡은 바로 그의 노래들이었다. "가장 싫어하는 곡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는 데뷔곡 '약속'과 '끝사랑' '하루' 등을 부를 때 그는 가장 빛났다.

스스로 "노래방 가서 마이크 안 놓는 사람 같다"고 평했지만 오케스트라와 빅밴드의 반주에 맞춰 3시간 내내 세종문화회관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27일까지 이어지는 김범수의 콘서트를 찾는 관객이라면 방송 속 그의 모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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