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겟올라잇 쇼케스트라'를 연 가수 김범수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하고 싶은 게 많아서요..."데뷔 13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선 김범수는 잔뜩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무명을 거쳐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로 반전을 이뤘고, 대중 가수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없는 것도 아닌데 13년을 그렇게 (얼굴 없는 가수로) 살다가 얼굴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1만 번도 더 불렀다는 '보고싶다'를 오프닝 곡으로 부르다 촌스럽게 떨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여기는 세종문화회관이니까요"라고 거듭 강조하던 김범수. 이 자리에서 40인조 더블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자 이지원), 16인조 판타스틱 브라스 밴드 겟올라잇 밴드와 함께하게 된 지금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스스로 <나가수 시즌2>라고 말할 정도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펼쳐 보이는 시간이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이어 목소리만으로 등장해 '보고싶다'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애인 있어요' 'Stand by me' '사랑하기 때문에' '세월이 가면'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은 어떤 음악이든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김범수의 진가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로큰롤 풍의 신곡 'Rock Star'(록스타)을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김범수는 모험을 꾀했다. 뮤지컬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넘버를 부르기 시작한 것. "뮤지컬을 꼭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은 그는 소속사 식구인 선우와 'The Phantom of the Opera'(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를 열창하기도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Danse Mon Esmeralda'(당스 몽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앞서 나훈아의 '사랑'을 부르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던 김범수는 한 여성에게 "나중에 보자"면서 장미꽃을 줬고, "감정의 몰입을 위해 여자 주인공이 필요하다"면서 이 무대에 그 여성을 다시 불렀던 것. 하지만 그 여성이 중학생임이 밝혀지면서 화들짝 놀란 김범수는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무대 세트로 침대가 등장했고, 노래를 부르던 김범수가 여성 위로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범수는 '겟올라잇 쇼케스트라'에서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 아이유의 '좋은 날'까지 불렀다. 어느새 그를 떠올리는 곡이 된 남진의 '님과 함께'도 빠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김범수의 목소리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곡은 바로 그의 노래들이었다. "가장 싫어하는 곡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는 데뷔곡 '약속'과 '끝사랑' '하루' 등을 부를 때 그는 가장 빛났다.
스스로 "노래방 가서 마이크 안 놓는 사람 같다"고 평했지만 오케스트라와 빅밴드의 반주에 맞춰 3시간 내내 세종문화회관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27일까지 이어지는 김범수의 콘서트를 찾는 관객이라면 방송 속 그의 모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