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의 마지막 작품 'SOS(Save Our School)'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의 마지막 작품 'SOS(Save Our School)'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KBS


학교 폭력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개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다. 때로는 '멋있는 것'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린 여중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KBS 2TV의 마지막 드라마 스페셜 2부작 'SOS(Save Our School)'는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메시지를 주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서신애·정인서·박소영·노태엽·이병준 등 중학생 또래의 청소년 연기자들이 주요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정웅인·김애란·김도현 등이 어른들의 입장을 대표한다.

서울 여의도의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18일 오후 열린 'SOS' 기자간담회에 출연 배우들과 김영조 PD가 참석했다. 청소년 배우들은 앳된 모습 그대로 천진난만하게만 보였지만, 그들이 전하는 학교 폭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서신애 "요즘에는 때리지 않고 담뱃불로 지진다"

 'SOS'에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방시연 역의 서신애

'SOS'에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방시연 역의 서신애 ⓒ KBS


김영조 PD는 "신애에게 드라마처럼 학교 폭력이 있냐고 물었더니, '현실이랑 똑같다'고 하더라"라며 "대본에 나온 욕보다 훨씬 심한 욕을 가르쳐줬다"고 말해 서신애를 당황케 했다.

중학교 2학년생인 서신애는 극 중 '친을 맺는다'는 표현을 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자, "학교에도 '○○파' 등의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에 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신애는 "선배들에게 밟히는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실제 학교보다 수위가 낮더라"며 "요즘에는 때리지 않고 담뱃불로 지진다"고 덧붙여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중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의 폭력도 만만치 않은 현실은 'SOS'의 배경이 됐다. 김영조 PD는 "고등학교 남학생으로 설정해 촬영하면 쉽겠지만, 이 설정이 더 리얼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SOS'를 만들기 위해 학교 폭력을 다룬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보다가 많이 힘들었다는 김 PD는 "그 정도로 아이들이 맞는다는 것은 다루기 힘든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가해자 역할 박소영 "때리느니 맞고 싶었다"

 'SOS'에서 피해자 김청나를 연기한 정인서(왼쪽)와 가해자 장민성을 연기한 박소영

'SOS'에서 피해자 김청나를 연기한 정인서(왼쪽)와 가해자 장민성을 연기한 박소영 ⓒ KBS


그럼에도 'SOS'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역시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서다. 가해자를 연기하는 박소영(장민성 역),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서신애(방시연 역), 피해자인 정인서(김청나 역), 가해자에서 회개하는 노태엽(오지만 역), 방관자인 이병준(진현도 역)까지 역할은 다 달랐지만, 아이들은 모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로서 주로 다른 연기자들을 때려야했던 박소영은 "때리느니 차라리 맞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박소영은 유일한 초등학생인 정인서를 때리는 신을 위해, 성인 액션배우들이 하는 것처럼 '합'을 맞추기도 했단다. 장애인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에서도 피해자를 연기했던 정인서는 "이런 역할만 해서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아 부담스럽다"면서도 "이 작품을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서신애는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진지희로부터 '빵꾸똥꾸'라 불리는 신신애 역할을 한 것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 받았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서신애는 "아이들이 '연예인 가신다, 비켜라'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며, 진지희 네 집에 얹혀사는 역할 때문에 "거지가 아닌데 거지라고 하기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셋째 딸 얻은 정웅인·임신한 김애란, 쉽지 않았던 역할

 'SOS'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 김청나(정인서 분)의 부모 역을 맡은 정웅인과 김애란

'SOS'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 김청나(정인서 분)의 부모 역을 맡은 정웅인과 김애란 ⓒ KBS


정웅인, 김애란 등의 성인 배우들은 학교 폭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어른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두 사람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친구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이하는 청나의 부모 역을 맡았다. 지난 16일 셋째 딸을 얻은 정웅인과 결혼 11년 만에 임신한 김애란에게는 흔쾌히 수락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정웅인은 "다른 부모들이 꼭 한 번 보고, 학교 폭력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의 아버지 역할이라면 나한테도 좋을 것 같았다"고 캐스팅 제의에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김애란 역시 "딸이 죽는 이야기라 불길한 것 아닌가 걱정했다"면서도 "작품을 하며 학교 폭력이 이 정도까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SOS'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도 그들의 부모와 사실상 가장 흔한 방관자까지 두루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폭력 앞에서 고개 숙이고 눈 감는 대다수의 방관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S의 마지막 드라마 스페셜 'SOS'는 20일 밤 11시 4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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