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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창 너머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나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겠죠.  
이 삭막한 도시에도 봄비가 내려 그 자태만으로도 슬픈 회색빛 우울함을 여린 동정의 눈물로 잠시 바꿔 놓은 듯하지만 제 아무리 고향만 하겠습니까? 고향은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곳입니다.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추억 속의 정거장 같은 곳이어서 언제라도 길을 나설 때면 꼭 들러야 할 것 같은 곳입니다.

그 고향엔 이 세상에서 제일 그리운 사람, 팔순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
늘 함께 다가와 그리움을 주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뭔가 미안하고 죄스러운 그런 슬픈 감정들....

나의 어머닌 150cm에 50kg가 채 되지 않은 여성으로서도 너무도 가냘픈 모습입니다. 그러나 전 여태껏 단 한 번도 어머니가 약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꿋꿋히 우릴 지켜주었습니다.

제가 태어나던 해가 1965년이니 제가 기억하는 때로 거슬러가면 1970년대입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저 남쪽 시골마을은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조차도 버거운, 배불리 먹는 것이 유일한 소원일 정도로 전쟁과도 같은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웠는데 유별나게 왜 그러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특히나 우리집은 지금도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여기에  2남 4녀의 자식들과 밖으로만 떠도는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

작고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버텨내기엔 그 어느 것 하나도 버겁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애시당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짐을 당신에게 준 세상이 너무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현실을 온 몸으로 맞으며 보란 듯이 2남 4녀의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키운 자식은 당신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로 고향을 지키며 홀로 버거운 삶을 살고 계시는데도 애써 모른 채 살고 있습니다. 바쁘고 멀다는 핑계로 1년에 두세 번 찾아뵙고, 가끔 용돈이나 드리는 일로 마치 제 할 도리를 다 했다는 듯이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은 답답해서 싫으니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고향에 남겠다고, 먼 길 왔다 가려면 돈도 많이 들고 고생하는데 자주 내려올 필요 없다고, 돈 쓸 일도 없는데 빨리 돈 모아서 집 사고 아이들 잘 키워야지 용돈은 뭐 하러 이렇게 많이 주느냐고, 엄마는 몸 건강하게 처자식 데리고 탈 없이 사는 게 최고지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고....

진심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인 양 받아들이고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게 못난 아들의 현실입니다.

어머니께선 가끔, 네 아들(손자)이 대학갈 때까지 살고 싶다고, 좋은 대학 가는 것까지만 보고 싶다고, 그리곤 더 이상은 욕심이라고 말합니다. 한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으로 살아오신 당신은 너무도 작은 소망을 두고도 욕심이라고 말하는 그런 분입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당신께서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 버릇없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그래서 당신의 작은 소망이 기쁨으로 가득하도록...

어머니!
유별난 아들이었습니다. 직장을 세 번이나 그만두었을 정도로 매번 쉬운 길을 놔두고 위태로운 길만을 찾아다녀 아버지께서 생전에 네 엄마 속병은 '다 너 때문에 생겼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유난히도 속을 썩였던 저에게 단 한 번도 기대를 접을 수 없었던 당신, 여태껏 몰랐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꼭 닮았다고,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당신의 손자를 키워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최송하고 미안하고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그건 제가 느끼는 가장 소중한 감정, 사랑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당신이 하는 걱정들은 오직 자식들에 대한 것입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진 자식들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키운 자식들인데 꿈속에서나마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자식들 걱정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것이 슬픔이 아닌 기쁨의 시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렇게 되도록 늘 어머니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제가 아무 생각없이 다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잔소리를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고, 칭찬을 들으면 두 배 세 배로 기분 좋고, 맛있는것 좋은 것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고....

혹시 우리부부가 싸우기라도 하면,  아들에게 잘못 할까봐 언제나 며느리 편이 되어주는 사람, 항상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 작은 보잘것 없는 자식의 성과마저도 동네 자랑거리로 만들어주는 사람, 어쩌다 들러오는 길에는 차가 멀어질 때까지 한없이 바라보면서 눈물을 훔쳐 미안하게 하는 사람, 이 세상에 오직 한 분, 어머니 당신뿐입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나의 어머니' 응모글입니다.



태그:#봉봉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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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보여주는 즐거움도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합니다. 재주가 없으니 그냥 느낀대로 생각나는대로 쓸 겁니다. 언제까지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무모하지만 덤벼들기로 했습니다. 첫글을 기다리는 설레임. 쓰릴있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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