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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면 아프지 않다> 표지
 <통하면 아프지 않다> 표지
ⓒ 북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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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식욕이 왕성하다. 돌도 씹어 삼킬 정도로 소화력이 강하다. 청춘은 힘이 펄펄 끓는다. 갖가지 운동을 해도 지치는 법이 없다. 달밤에 체조를 해도 다음날 또 할 수 있다. 청춘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다. 자기에게 필이 꽂히면 그 일에 365일 쉬지 않고 빠져들 수 있다.

그런 청춘들이 요즘 딴판이란다. 대체 무슨 소릴까?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은 강한데 여러 생각들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운동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데 사회를 바꿀 운동은 금방 지쳐버린단다. 일도 몇 년이고 빠져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생각의 틀을 고정화시키는 까닭이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사고와 행동보다는 파편화된 개인주의에 익숙한 까닭에. 더욱이 배고픈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탓에 있다. 굶주림은 개인만 아니라 공동체의 영성까지도 새롭게 할 수 있는데 아직 그걸 겪어보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청춘에 대한 특별한 모델라인이 없는 것도 큰 이유다.

김남훈 외 8인 쓴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그런 뜻에서 청춘에 관한 한 정말 좋은 지침서다. 정해진 틀에서 승진이나 진급이나 사회적 안녕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굴곡진 청춘을 보낸 다양한 인사들이 멘토를 자처한 까닭이다. 과연 그들이 누구인가?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프로레슬러에 격투기 해설가인 김남훈씨를 비롯해, 연기인이면서도 소셜테이너로 잘 알려진 김여진씨, <오마이뉴스>의 대표기자인 오연호씨, 그리고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맡았던 김영경씨 등이 그들이다.

굴곡진 청춘을 보낸 8인의 멘토, 그들이 우리 시대 청춘에게

"지상파의 흥미로운 프로그램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격투기 콘텐츠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즐거운 콘텐츠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일부러 막 웃기기도 하고, 선수들의 경기 이야기를 하면서 뒷 이야기도 공개하고 좀 다양하게 접근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 'UFC 대한민국 성인 남심 사로잡아'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25쪽)

타이틀을 빼앗기긴 했지만 DDT 일본 프로레슬링 14대 챔피언이기도 한 김남훈씨의 이야기다. 그는 UFC 해설자로 발탁되기까지 무려 5년 동안을 떨어졌다고 한다. 이유는 그것이었다. 학벌이나 남다른 멋진 마스크를 드러낼 스펙이 그에겐 없었던 것. 그런데 그것 때문에라도 그는 격투기에 대한 동영상 UCC를 따로 만들어 홍보했고, 그것이 먹혀들었던지 2007년 정식으로 UFC 해설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그만의 '우회로'를 뚫었던 셈이다.

물론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작가로도 활동하는데, 일본어에 문외한인 그는 <엽기 일본어>를 펴냈고, <PDA 때려잡기>라는 책도 펴냈다. 앞선 책은 그가 일본어로 된 오토바이 잡지를 읽고 싶은 욕구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고, 뒤의 책은 격투기 할 때 쓰는 흉기 같은 것들을 예로 들어서 코믹하게 접근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PDA 때려잡기>는 <월간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정한 절판되기에 아까운 책 1위에 뽑히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롤 케이크' 사업을 한다는데, 무엇이 그를 다양성의 바다로 몰고 가는 것일까? 단순한 프로레슬러의 기질 때문일까? 아니다. 그는 오로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불확실성의 바다에 기꺼이 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VAT', Value(가치), Action(행동), Time(시간)이다. 이른바 가치를 찾고, 행동 계획을 세우고,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 말이다. 바로 그것이 그가 말하는 청춘이란 뜻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원하는 대로 살라는 것 말이다.

구조의 벽에 갇힌 청춘... 함께 아파하면 '돌파구'가 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워싱턴으로 갔습니다. 당시에 워싱턴으로 특파원을 내보내는 월간지는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명목상으로는 월간 <말>의 특파원이지만, 워싱턴에 머무는 2년 8개월 내내 MBC 라디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당시 <세계는 지금>이라는 저녁 방송이 있었어요. 그 방송에서 제가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하면서 일주일에 세 번 리포터 일을 했습니다. 아내는 식당에서 일했고요."(116쪽)

사실 나도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글을 쓰지만, 그 대표인 오연호씨가 누군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군사정권 시절 관공서의 출입 기자실에서 잡상인 취급을 받던 월간 <말>지의 기자로 일했다는 것, 1994년 세계화 바람이 불던 그때에 7항에 달하는 계약서를 들고 워싱턴 특파원으로 파견해달라고 협박을 했다는 것, 그리고 워싱턴에서 온갖 악조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저버리지 않고 저널리즘의 새로운 변혁의 꿈을 키웠다는 것, 만일 그때 주류 언론에 입사할 생각을 품었다면 오늘날의 <오마이뉴스>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그의 갖가지 도전정신은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우리 시대의 B급 좌파로 불리는 김규항씨를 비롯해,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맡았던 김영경씨, 연예인 김여진씨와 함께 또 다른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김제동씨의 강연도 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귀담아 들으면, 책 제목처럼, '통하면 아프지 않다'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청춘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의 벽에 갇혀 있고, 그 아픔을 홀로 아파하기에 더욱 아프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아파하면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그들이 통(通)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어쩌면 스티븐 잡스처럼 새로운 상상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안정과 숙명에 안주하기보다 뭔가 변혁의 바람을 주도할지도, 파편화된 개인보다 공동체적인 사고와 행동의 물결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9명의 멘토들은 바로 그런 힘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들의 '우회로'가 우리 역사에 새로운 길을 내듯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통하면 아프지 않다> 김남훈 외, 김창남 엮음, 북스코프 펴냄, 2012년 4월, 254쪽, 1만3000원



통하면 아프지 않다 - 우리 시대 소통 멘토에게 듣는 고군분투 청춘 고백

김창남 엮음, 북스코프(아카넷)(2012)


태그:#김남훈 외 8인 쓴 〈통하면 아프지 않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김여진,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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