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김구라 ⓒ KBS


"제게 인터넷 방송은요, 정치인으로 말하자면 박정희의 유신이나 김대중의 전라도, 전두환의 5공, 이런 거예요."

김구라는 결국 과거에 발목을 잡힐 것인가? 지난 2009년 김구라는 한 영화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터넷 방송 시절의 막말과 독설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절친노트>를 통해 '사과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뒤였다.

씻을 수 없는 과오라는 점을 인정한 김구라는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사과를 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15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한 김구라는 '독설의 전설'로 소개받자 "독설이란 공감대가 있어야 하거든요. 재미가 없었다면 벌써 그만 했겠죠"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지상파에 진출한 뒤 성공한 방송인으로 변모한 김구라의 이미지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일 터.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 아닌 정치에서 터져 버렸다. 그에 대한 공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여기서 비롯된다.

인터넷 방송이 '전두환의 5공'이라던 김구라의 사과

"다시 강조하지만, 김구라의 무명 시절에 한갖 치기 어린 막말이 아니에요. 당시 집권세력인 친노진영에서 저런 막말을 높이 사서, KBS가 키운 어용 개그맨입니다. 정연주 전 사장부터 사과해야 되는 사안이에요."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씨가 신이 났다. 지속적으로 김구라의 막말을 기사화하겠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예고까지 해놓았다. 김구라는 4.11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를 지지하는 동영상 인터뷰를 했다 '김용민 막말 동영상'으로 비화되는 의도치 못한 사건을 겪었다. 한 마디로, 인터넷 방송 시절의 인연이 나쁜 쪽으로 풀려나가고 있달까.

김구라의 발언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나 성 노동자 여성을 위안부 할머니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동정을 받을 여지도 적다. 그럼에도 전체적 맥락에서 판단할 수 없는 음성 파일 속 김구라의 과거 인터넷 방송 시절의 막말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건 과연 온당할까. 선정적인 막말에 가려 그 발언의 비유가 '버스 동원'을 향한 것이었음을 받아들일 대중들은 또 몇이나 될까.

특히 이번에 폭로된 김구라의 음성 파일은 과거 <딴지일보>에서 진행한 인터넷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이 <딴지일보>의 '사주'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6일 선거관리위원회는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주진우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김구라의 흔들기 역시 '정치' 영역에서 비롯됐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의도적인' 김구라 죽이기, 이제는 그만해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김구라 사태는 정치 쪽에서 꼼수부리는 것 같다. 김구라씨가 인터넷 방송 한 거 안 지가 언제 적인데 이제서야 화제가 된 거지? 잘못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뜬금없다."(@ingye***)

"먹고 살 길 없던 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김구라의 막말!! 사과하고, 사회봉사를 통해 빚을 갚아야죠. 돈도 많고 먹고 살 것도 많은 새누리당의 막말. 정신 출장 나간 XX들 사과 좀 해라~~"(@grunningb***)

"언론이 김용민과 김구라 죽이기 프로젝트에라도 돌입한 건가요. 무명 시절 때 인터넷방송 발언한 것 샅샅이 다 찾아서 보도하는데. 대체 이들이 몇 번을 더 사과해야 그만할 겁니까. 사과 안 하고 버티는 분들도 아니고 말이죠."(@weloveh***)

"왜 갑자기 김구라가 막말로 쓰레기 언론사들이 XX이지? 10년 전 어떻게 한번 떠볼라고 발버둥치던 애들 괴롭히지 말고 현재 벌어진 일들 좀 챙겨라." (@ms***)

 김구라

ⓒ MBC


변희재의 바람과 달리 SNS 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김구라 퇴출 요구는 실제로 형성된 일부 여론이기도 하다. 다소 보수적인 시청자의 경우 그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 영역에서 비롯된 공격을 보수언론이 받아쓰고, 그것을 연예매체가 다시 기사화하며 여론이 형성되는 작금의 작동방식은 부당해 보인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거의 발언, 그것도 성인 인터넷 방송 시절의 발언을 끄집어내 한 연예인을 죽이기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마녀사냥에 가까워 보인다. '5공'의 전두환은 파렴치하게 생을 연명하고 있지만, 김구라는 수 차례 사과했다. 만약 그 과정이 없었다면 그가 지금과 같은 방송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김구라에 대한 불순한 몰아가기와 의도적인 죽이기는 이제 중단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구라 막말논란 퇴출요구 의도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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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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