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V리그 5시즌 연속 우승을 해냈다.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011-2012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를 세트스코어 3-0(25-22 25-21 25-17)으로 누르고 3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주 공격수인 가빈 슈미트는 37득점에 63.63%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박철우 또한 13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시즌 초반 독주 체제를 이뤄냈지만 대한항공을 상대로 2연승 후 4연패를 당했고, 특히 대한항공의 강서브가 가빈과 박철우를 주 타겟으로 삼아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팀 내부적으로도 박철우의 부진과 함께 유광우의 발목 부상 후유증,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한 홍정표의 이탈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화재는 이것을 극복해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배구를 두고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다.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배구 명문으로 우뚝 섰지만 안젤코 추크를 영입했던 2007~2008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은 공격 비중을 두고 국내 선수들이 수비에 집중하는 배구 스타일로 일명 '몰빵배구' 라는 좋지 않은 수식어가 붙기 때문이다.

국내 배구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우승을 통해 만들어진 삼성화재만의 강력한 수비와 조직력, 팀 문화는 계속해서 견고해져 갔다. 단순히 '몰빵배구' 라는 수식만으로 삼성화재의 배구를 말할 수는 없다.

신치용 감독은 강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배구를 몸에 익게 만든다. 기본이 되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를 강조하며 강력한 조직력을 완성했다. 삼성화재의 배구에 있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가빈이지만 기본이 되는 시스템의 중심에는 석진욱과 여오현이 있다.

리베로 여오현의 수비는 국내 정상급이지만 그 옆에 석진욱이라는 정상급의 수비형 레프트가 버티고 있다. 지난 시즌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석진욱 없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석진욱은 팀에 돌아와 우승을 견인했다.

가빈의 진화와 석진욱의 가세...'몰빵배구'를 넘어서다

특히 올 시즌에 눈에 띈 것은 가빈이 강타 위주의 공격이 아닌 연타를 비롯한 기교 있는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완급조절과 호흡조절을 이뤄냈다는 것에 있다. 블로커들에게 막힐 때도 있었지만 가빈은 한국에 들어온 지 3시즌 만에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진화했다. 강타만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빈 공간에 연타 공격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된 것이다.

삼성화재의 올 시즌 우승은 석진욱의 가세와 가빈의 진화, 센터 지태환의 성장과 유광우의 부상 투혼 등 팀의 발전적인 요소가 합쳐졌고, 신치용 감독이 강조하는 팀 문화가 견고하게 정착되며 이루어진 우승이었다. 특히 3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뛰지 못할 위기를 맞았던 유광우가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한 것이 가장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삼성화재의 배구를 단순하게 '몰빵배구'만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를 넘는 데 실패했지만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며 다른 팀들 또한 자극을 받아 삼성화재의 배구를 넘어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삼성화재가 30대 이상의 고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뒤를 이을 백업 선수들의 기량 성장이 이루어지고 유광우를 보좌할 수 있는 백업 세터를 키워내지 못할 경우 다음 시즌부터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삼성화재의 엠블럼 위에 또 하나의 별이 추가되게 되었다. 단순히 '몰빵배구'만으로 넘길 것이 아닌 그들의 배구를 넘어서기 위해 각 팀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삼성화재는 챔피언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삼성화재의 우승으로 2011-2012시즌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덧붙이는 글 삼성화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두 시즌동안 정규리그 1위와 삼성화재를 상대로 정규리그에서 앞선 성적을 보이며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성화재에게 리빌딩이라는 과제가 내려진 가운데, 다른 팀들의 도전과 삼성화재의 수성이 치열하게 부딪칠 다음 시즌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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