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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 최효종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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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난 나라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살아갈 나라를 선택할 수는 있어요."

어떤 야당 지도자가 했던 말일까? 혹시 도올이 했던 말인가? 아니다. 지난 일요일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 개그맨이 했던 말이다. 개그콘서트가 마치 시사 프로그램처럼, 최효종이 시사프로그램 사회자처럼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느낌일까? 방송이 난리가 나고 나라도 시끄럽고, 엉망이다 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는 심정이다.

MBC와 KBS 파업이 계속되고 양사의 뉴스는 창사 이래 가장 편파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판이 너무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며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나온다. 예컨대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자신의 저서에서 현대 서구사회를 문명의 화산 위에서 살아가는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위험'은 우리 주위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위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위험은 위협과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사람은 이미 통계적으로 예측되고 있는 비행기 추락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위험'으로 안고 있다. 반면 이 추락하는 비행기의 파편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은 '위협'의 좋은 예다. 그래서 위험은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것이지만, 위협은 예측될 수 없고 통제될 수 없다.

위험이 외부에서 인간에게 가해진 '운명적인 충격'이라고 한다면, 위협이란 정책 결정 과정에 그 기원을 둠으로써 '책임성'이 동반되는 충격적인 행위다. 벡은 과학기술의 과도한 발전이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요소가 증가함을 위험사회의 원인으로 꼽았다. 1990년대까지 한국사회를 괴롭힌 주된 재난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묵인된 변칙과 탈법에 기인한 비정상적인 사고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필두로 5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나 같은해 대구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로 101명이 사망한 사건 등은 전형적인 인재였다.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들을 무시하고, 그 불법을 눈감아주도록 관리들을 뇌물로 매수한 범죄 행위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러한 산업사회의 구조화로 인한 위험보다 의지가 담긴 위협에 의한 위협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사건도 구조화된 산업사회가 원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그동안 제3세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저질렀던 행위의 인과관계가 불러온 '위협'적 사건이었다.

벡이 말한 위험사회는 1980년대의 근대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필두로 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인 21세기에도 벡이 말한 '위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이 위험은 인위적으로 조장되기까지 한다. MB 정부가 그렇다. 이들은 4대강 사업같은 국가적 행위를 통해 국민들에게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것은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국가폭력과 불법행위들이 그것이다.

MB 정부 들어서자마자 생겨난 용산참사, 무리한 경찰공권력의 투입으로 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국민들이 6명이나 사망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전기록 등을 재판기록에서 모두 숨기고 왜 누가 어떻게 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해 덮었다.

새누리당이 아직 한나라당이던 작년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작년 10.26보궐선거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선관위의 홈페이지 공격해 마비시킨 혐의로 구속되었다. 선거란 절차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질서이다. 최구식 의원이나 피의자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누구에게 이해득실이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그 전후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투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어 절차적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 자체를 방해할 목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이 전대미문의 놀라운 사건을 한나라당 의원의 9급비서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덮어버렸다. 수없이 제기된 그 많던 의혹들은 모두 덮었다. 대단한 능력이다. 

바로 엊그제 수원에서는 한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되었다. 112로 신고하고도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는데 경찰들은 헛발질했고 신고전화 통화기록, 녹취록을 숨기고 사건시간을 조작하다가 틀켰다. 이번엔 덮는데 실패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MB정부의 공권력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그것뿐인가? 닉슨의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의 한국판인 MB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보라. 한국의 민간인 사찰사건은 닉슨이 MB를 사부님이라고 불러도 시원찮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지만 MB는 사과는 커녕 해명을 위한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도 이영호를 앞세운 '꼬리자르기'로 덮을 것인가? 

이러한 모든 사건들이 예측 불가능했던 우연히 발생한 '위험'이었을까? 아니다. 분명 그것은 행위자의 의지가 담긴 '위협'이다. 그리고 그 위협은 자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넘어, 이 사회의 기본 질서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자멸적 '위협'으로 치달았다.  대한민국을 위험사회로 몰아가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대한민국의 '적'들이 아닌 현재의 '집권세력'이라는 사실은 비애를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투표해야 한다. 국민을 사찰하고 국가의 폭력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준 MB정부와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본 정신을 스스로 포기했던 새누리당의 온갖 천박한 음모와 말속임에 넘어가지 말고 투표해야 한다. 우리가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의지로 택한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가 살아갈 나라는 의지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당신 동네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출마한 '놈'은 '그 놈'이 아닐 수도 있다.

구조화된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보수적인 결정을 한다. 그러나 미래는 기성세대의 것이 아니다. 미래사회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사람들이 기획하고 선택해야 한다. 당신의 마음 속에 지금처럼 망가진 대한민국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투표해야 한다. 투표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2030세대가 나서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 칼럼에 실었던 글과 일부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태그:#투표, #2030, #4.11총선, #위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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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학 박사. 대학과 연구소에서 문화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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