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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곳곳에서 쟁쟁한 선수들이 피 튀기는 경기를 벌이기 시작했는데요, 시작부터 너무 많은 피를 흘리는 안쓰러운 후보들도 몇몇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인지도는 껑충 올라갔겠지만, 경기 결과는 점점 '컴컴해'질 수밖에 없겠죠? '뒤돌려차기'의 고수에서 정치신인으로 용감히 출전했지만 경기 시작부터 난타당하고 있는 한 선수의 이야기로 25번째 소셜늬우스, 시작하겠습니다.

 

[문대성 논문 표절 의혹]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체는 'I Only Copy'?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에서 멋진 뒤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딴 선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자리까지 오른 영광의 얼굴이 그 주인공입니다. 새누리당 부산 사하구갑 후보로 출마한 문대성 동아대 교수. 하지만 선거 시작부터 논문 표절 논란이 터져나와 경기 전망이 아주 어두워졌습니다. 박사논문과 석사논문 등 심한 경우 오탈자까지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나 '올림픽 영웅'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죠.

 

뒤돌려차기로 영웅이 된 그가 "국민을 상대로 뒤통수치기를 하고 있다"(@ohudong)고 개탄하던 누리꾼들은 즉각 '문도리코', '문칼코마주', '(태권브이가 아니라) 컨트롤브이' 등의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그리고 태권도 기술보다 뛰어난 복사 기술을 인정하며 "국제복사대회 유력 금메달 후보"(@seojuho)로 평가하고, 그가 위원으로 있는 IOC의 정체를 "'I Only Copy'의 약자인가요? 난 오로지 복사"(@jihokim)라고 의심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문 후보의 학위를 "박사학위가 아니고 복사학위"(@Social_Holic)로 규정하며, 논문 제목을, 막노동을 하다 서울대에 입학한 장승수 변호사의 책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뒤를 이어 "복사가 제일 쉬웠어요"(@welovehani)로 작명했습니다. 이에 한 누리꾼은 "복사기 및 워드 프로그램 기술 발전이 문대성 논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을 써볼까"(@actwalk)라고 밝혀 관련 연구의 발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문 후보의 사무실을 찾아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논문 쓰기 힘드시죠? 걱정 마요! 부산 대성복사인쇄소가 있잖아요!"(@iuweluv)라는 글이 올라와 부산지역에 복사업 창업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낳기도 했습니다.

 

한편 문 후보의 공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빠지지 않고 나왔습니다. 한 누리꾼이 "혹시 날치기 할 때 야당 의원들을 돌려차기로 제압시키려고?"(@drmephisto0809)라는 의혹을 던졌지만, 이내 "복사도우미로"(@mettayoon)라는 답변이 나와 의혹은 손쉽게 정리됐습니다.더불어 누리꾼들의 '정권 지르기'는 문 후보를 공천한 새누리당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문대성은 논문 복사기. 김종훈은 미국 복사기. 박근혜는 이명박 복사기.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복사기"(@__hope_)라는 글처럼 말이죠.

 

태권도 고수에서 정치 신인으로 당차게 도전한 문대성 후보, 이번에는 어떤 역전의 기술을 펼치며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지켜봐야겠네요.

 

[김종훈 <백분토론> 거부] 심야라 부담? "의원 되면 재택근무 할 기세"

 

상대후보가 아닌 누리꾼들과 난타전을 벌이는 두 번째 선수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입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FTA 협상을 지휘한 장본인이죠. 그런데 김 후보가 MBC <백분토론> 후보 토론회 출연을 거절하면서 든 이유 때문에 구설에 올랐습니다. '심야에 하는 프로그램이라 체력이 부담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라며 오프로드 바이크까지 즐긴다고 한 인터뷰 기사가 공개돼, 결국 그는 <백분토론> 링 대신 누리꾼들의 링에 오르게 되고 말았습니다.

 

만 59세의 김 후보가 한 말에 누리꾼들은, 그가 일전에 강북을 '컴컴한 데'라고 표현한 것을 떠올려 "방송국이 어두컴컴한 강북에 있어 무서운가 봅니다"(@peacetechp)라고 그의 마음을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노쇠? 어버이연합이나 드가라"(@jhem91)고 권유하거나, '방송국을 오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 그의 사정을 헤아려 "바쁘니, 본인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소리"(@mincho1224)라고 해석했습니다.

 

한미FTA 협상의 장본인인 김 후보. 누리꾼들은 순탄치 않았던 한미FTA 협상과정을 떠올리며 "저질체력이라 FTA 협상 대충 했냐"(@dooya8076)고 의심하거나, "체력이 딸려서 (협상문) 한 페이지도 검토하지 않았을 것"(@flybss)이라고 확신(?)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는 '<백분토론> 시간을 낮으로 옮기라'는 말까지 덧붙였는데요, 이에 누리꾼들은 그의 당선 이후를 내다보며 "의원 되면 재택근무 할 기세"(@sarabolle), "당선되면 아예 '국회를 강남으로 옮겨달라'고 할 기세"(@unheim)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마인드는 벌써 대통령이네"(@roadbikeallday)라며 지난 4년 동안 익숙해진 '가카'의 '무대포' 정신을 새삼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흥분하는 누리꾼들 사이에, 김 후보의 사정을 너그럽게(?)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검은머리 미국인이라서 워싱턴 시간대에 생체리듬이 맞춰져 있으니, 시차적응이 힘들 테니까요"(@pakjm89)라거나, "딱한 사정이 있다. 영어밖에 몰라서 한국말로는 <백분토론>에 나갈 수가 없단다"(@QuoVadisKorea)라고 김 후보를 옹호(?)하는 말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체력 때문에 심야 토론은 못 하겠다는 김종훈 후보. 과연 총선은 끝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에게 보약부터 좀 챙겨드려야겠네요.

 

[김윤옥 박물관 만찬] "청자에 밥 담고 백자에 국 넣자 하겠네"

 

문-김 두 후보가 난타당하던 '트위터 링' 위에는 여성 선수도 있었습니다. 밥 한 끼 잘못 먹었다가 누리꾼들의 욕을 '무한리필'로 드시고 있는 분.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입니다. 김씨는 26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의 부인들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는데요, 놀랍게도 그 장소가 유물 전시실 안이었습니다. 전시실 안에서는 음식을 먹거나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김씨가 카메라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인사말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김윤옥 식당이 됐다"(@hoodman55)며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김씨의 인식에 "천박함이 국보급"(@helen3737), "아예 경복궁도 숙소로 내어주시지"(@dogsul)라고 혀를 차거나, 유홍준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빌려 이번 사건을 "나의 문화유산 디스기"(@newspresso)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김윤옥 여사 비난 말자. 청화백자에 오이소박이 안 덜어 먹은 게 어딘가"(@4kinondrink)라고 옹호하는 가운데, 김씨의 향후 행보를 내다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청자에 밥 담고 백자에 국 넣자고 할 것 같네요"(@mindgood)라고 국보급 식기의 대중화를 전망하거나, "고려청자에 꽃꽂이 하고도 남을"(@galli8282) 것이라며 생활 속의 문화재 활용이 더 폭넓어질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역시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찬을 연 바 있습니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 김윤옥을 보면, 두 인간이 참으로 천생연분이라는 생각"(@iron_heel)이라며, "부창부수 롤모델"(@leekyenyung)로 둘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를 남편이 봉헌했기 때문에 주님의 허락을 받은 것 같네요"(@ohudong)라고 제3의 동조자(?)가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가적 대사'로 그렇게 자랑한 큰 행사를 치러놓고 때 아닌 구설에 휘말린 김윤옥씨. 이쯤 되면 '청와대가 제발 아무것도 안 하기를 바란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왜 나오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만도 합니다.

 

가물 줄 모르고 샘솟는 '헛발질' 덕에 이번 소셜늬우스도 풍성하게 한 상 차려봤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속 시원하게 잘 잡수셨다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아, 소셜늬우스 밥상은 박물관이든 복사집이든, 컴컴한 강북이든 어디서 드셔도 좋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더 맛있게 한 상 차려오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 '즐튓'!


태그:#소셜늬우스, #문대성, #김종훈,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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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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