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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추억이 있는 50년 전통의 선술집 ‘말집’입니다.
 그리움이, 추억이 있는 50년 전통의 선술집 ‘말집’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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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름한 저녁 한잔 술이 생각날 때면 늘 떠오르는 곳입니다. 그리움이, 추억이 있는 선술집 '말집'입니다. 50년 전통의 이곳은 박노해 시인을 비롯해 수많은 글쟁이와 서민들이 즐겨 찾곤 했지요.

세월이 멈춰 선 선술집, 세상사 잠시 접어두어도 좋아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 여수역에서 10여분거리의 여수 공화동 상보르호텔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숱한 세월 속에 이곳의 주인도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3대 주인장 아주머니가 닭발과 닭똥집을 구워줍니다.
 3대 주인장 아주머니가 닭발과 닭똥집을 구워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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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가벼워도 쉬 찾아들 수 있는 곳입니다. 단돈 2천 원이면 안주거리가 풍족합니다. 3년 전부터 이곳을 맡은 3대 주인장 아주머니(64.정분남)가 돼지껍데기를 내와 가위질을 합니다. 주당들은 연탄 화덕에 돼지껍데기를 꾸덕꾸덕 구워내 세월과 함께 되새김질합니다. 이 밤이 지새는 줄도 모르고.

하긴 이곳에 오면 세월이 멈춰 섭니다. 세상사 그딴 일쯤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습니다. 밤새 노닥거리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뜨거운 물에 한번 삶아낸 돼지껍데기는 양파무침을 곁들여 먹으면 별미로 다가옵니다.

기본 단돈 2천원이면 안주거리가 풍족합니다.
 기본 단돈 2천원이면 안주거리가 풍족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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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의 상차림에서 아직 인심이 넘쳐 흐릅니다

말집의 유래는 말을 기르고 돌보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예전 이곳에서 말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아무튼 말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인심은 여전합니다. 돼지껍데기를 무한리필 해주던 그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2천 원의 상차림에서 아직 인심이 넘쳐흐릅니다.

연탄 화덕에서는 그리움의 불꽃이 연신 날름댑니다. 닭똥집과 닭발 안주를 추가했습니다. 1만 원에 안주거리가 넉넉합니다.

돼지껍데기는 양파무침을 곁들여 먹으면 별미로 다가옵니다.
 돼지껍데기는 양파무침을 곁들여 먹으면 별미로 다가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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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화덕에 돼지껍데기를 꾸덕꾸덕 구워냅니다.
 연탄 화덕에 돼지껍데기를 꾸덕꾸덕 구워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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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에 꼬들꼬들 구워내 기름장에 먹으니 술잔에 손이 절로 갑니다. 오도독 아사삭대는 안주에 또 한잔 술이 곁들여지면 시한수가 나올 법도 합니다. 연탄향이 적당히 배어든 안주는 맛깔난 그리움입니다.

문득 한잔 술이 생각날 때면 들려볼만한 곳이랍니다. 연탄불 닭발구이와 닭똥집, 돼지껍데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가는 세월을 안주삼아도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말집, #선술집, #돼지껍데기, #맛돌이, #연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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