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은 작년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 <나는 가수다> <코이카의 꿈> <위대한 탄생> 등 자신의 재직 당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을 대통령 국정연설과 흡사한 분위기로 치하하는 친절함(?)을 보여줬다. 인물에게 수여하던 '대상'을 작품에게 수여하며 룰까지 개정, <나는 가수다>의 업적(?)을 기린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재직 직후 폐지됐던 시사프로그램 <후플러스> 방송 시간대인 목요일 11시에 포진한 예능 <추억이 빛나는 밤에> <여우의 집사> < K-POP 로드쇼 >가 줄줄이 폐지됐거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사실도 같이 기억해야 한다. 주병진 영입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던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 역시 그 자리를 꿰찼으나 고전하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밤>의 <꿈엔들> <남심여심>이다. 18일 첫 방송된 두 작품은 MBC 노동조합의 파업 여파로 인해 <일밤> 사상 30년 만에 처음으로 외주 프로덕션에서 제작을 맡았다. 말 그대로 김재철 사장 휘하 MBC 예능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셈이다.

지난 16일 파업콘서트에서 참석해, 편집본을 잠깐 봤다는 MBC 예능국 PD 몇몇은 이구동성으로 "프로그램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다", "걱정이 된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엔미디어에서 제작하는 <꿈엔들>과 <남심여심>은 김재철 사장이 총애해 마지않는 히트상품 <나는 가수다>의 뒤를 이을 성공작의 기운을 품고 있을까. 

 '일밤' <꿈엔들>에 출연한 수지와 정주리

'일밤' <꿈엔들>에 출연한 수지와 정주리 ⓒ MBC


고향 버라이어티 <꿈엔들>과 '남녀소통프로젝트' <남심여심>

미스에이 수지가 농촌을 배경으로 신곡 '터치(touch)' 안무를 소화한다? KBS <청춘불패2>의 한 장면이 아니다. '고향 버라이어티'로 명명된 <꿈엔들>의 한 장면이다. <꿈엔들>은 "시골마을 어르신들과 연예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는 고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청춘불패>가 여성 아이돌과 삼촌 MC들, 마을 어르신들의 조화로 특화시켰다면, <꿈엔들>은 관록 있는 MC 이경실을 비롯해 지상렬·최정윤·김태현·안선영·정주리·엠블랙의 이준 등 다양한 연령대와 코미디언·방송인·배우·아이돌이 매회 게스트를 초청하는 형식이다.

흡사 2009년 김제동·조혜련 등의 남녀 팀별 집단 MC 체제로 지방을 순회하며 게임을 벌였던 <일밤> <노다지>를 연상시킨다. <꿈엔들>은 시골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퀴즈를 풀고, 매회 아이돌을 출연시켜, 그들의 타이틀을 개사한 마을 홍보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예정이다. '향토색'을 배경으로 일반인 출연과 아이돌 효과, 그리고 게임을 수반한 버라이어티가 혼합된 형태다.

<남심여심>은 '가상결혼' 형식으로 재미를 본 <우리 결혼했어요>의 '성 역할 놀이'를 역으로 전도시켰다. 각각 남녀 5명 스타들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이나 서로 다른 남녀의 간극을 매주 다른 체험을 통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개그맨 정준하, 배우 오만석·강동호, 가수 브라이언, 아이돌그룹 틴탑 멤버 천지가 남성 MC를, 개그우먼 정선희·신봉선, 배우 윤정희·최송현, 걸그룹 에이핑크 은지가 여성 진행자로 나섰다. 첫 회에서 이들은 조기축구와 호텔 파티 미션을 수행하며 남녀의 입장차를 확인하게 된다.

 '일밤' <남심여심>의 촬영 현장

'일밤' <남심여심>의 촬영 현장 ⓒ MBC


4년 만에 지상파 컴백한 정선희, 예능 도전하는 배우 오만석과 윤정희 

사실 최근 <일밤>은 지난달 19일 <나는 가수다>의 종영과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해 편성에서 빠진 상태였다. <나는 가수다> 스페셜 방송과 작년 추석특집이었던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을 편성,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 <K팝스타> <런닝맨> 등에 시청률을 헌납하는 상황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라는 시청률로 막을 내린 <룰루랄라>의 바통을 이어받은 <꿈엔들>이 얼마만큼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일밤> 오후 5시 시간대는 작년 <집드림>이 애국가 시청률과 함께 혹평을 받은 걸로 악명 높다.

그리고 <꿈엔들>과 <남심여심>은 코엔미디어가 제작하는 만큼, 지상렬·김태현·안선영 등 코엔 소속 연예인들이 고루 포진했다. 연출을 맡은 조유진(<꿈엔들>) PD는 MBC Music <서든어택 놀.이.터>를, 이상헌 PD는 <주병진 토크콘서트>를 맡아왔다. 배우 오만석·윤정희·최정윤 등 MBC 예능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이 신선함을 발산하는 가운데, 4년 만에 지상파 예능 고정 MC로 돌아온 정선희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춘불패> <노다지> 등 익숙한 배경의 예능 프로그램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꿈엔들>, 정선희를 비롯해 신선한 얼굴들로 승부하며 '성역할 바꾸기'를 내세운 <남심여심>. 30년만의 외주제작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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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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