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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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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해고된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은 김재철 사장 체제하에서 보낸 2년을 "다른 어떤 때와 비교하더라도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혹평하였다.

지난해 MBC 기자협회장을 맡은 박성호 기자는 "(기자협회라는) 조직 자체는 친목단체 성격이다. 오늘날 이렇게 보도가 망가져서 그런 친목단체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깃발을 치켜들고 노동조합보다도 먼저 행동에 나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설명하였다.

지난해 시민들이 MBC의 취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아침뉴스 앵커를 할 때 몇 번 자괴감을 느낀 일이 있었다. 2주에 한 번씩 화제의 인물을 앵커가 직접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사람을 섭외하려고 회의를 하면 번번이 벽에 부딪쳤다. 예를 들어 <도가니>가 큰 이슈가 될 때 '공지영 작가를 인터뷰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다 '맞아, 공 작가는 MBC 출연 거부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포기하게 됐다. 자체검열한 것이다"라며 씁쓸해 하였다.

최일구 앵커 등이 보직까지 사퇴한 것을 두고 박 기자는 "선배들도 그만큼 MBC에서 김재철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파업은 늘 조합원 신분, 가장 밑에 신분이 참여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문율이고 관습이었는데, 보직을 다 던지고 내려오시는 것은 MBC에 오래 다닌 분들일수록 지금 김 사장 체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지난 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김 사장은 낙하산이 맞다"고 인정한 데 대해 박 기자는 "(김우룡 전 이사장이) 아마도 김 사장 체제 하에서 MBC가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을 보고 MBC 출신 원로로서 뭔가 참담함을 느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는 끝으로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기본으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몸부림이다. 어느 편 들자는 것도 아니고 정말 불편부당,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하자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 태어나겠다. 저희 싸움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하였다.

다음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박성호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기자협회는 친목단체... 노조보다 먼저 나서게 될 줄 몰랐다"

- 해고당한 뒤, 지난 2주 어떻게 보냈나요?
"제가 해고되고 이틀 뒤가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식이었어요. 아이 입학시키고 그 주말까지는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고요. 그 후로는 해직 전과 비슷합니다. 파업 집회가 있으니까 회사에 나오고 이 기자님처럼 인터뷰 요청하신 분들하고 인터뷰하며 지내고 있어요."

- 우리 사회에서 해직 언론인이란 것이 올바른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훈장 같은 느낌인데 어떠세요?
"훈장이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종교인께서 '요즘 같은 시대에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기보다 옳은 일에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던져서 공의(公義)를 밝히는 과정에 달게 된 훈장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제게 하셨어요.

그 말씀에 감사드리고 공감하고요. 실제로 우리가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겠죠. 김연아 선수도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이라고 하던데 고통 없이 어떤 성취도 불가능하잖아요. 저는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 하지만 해직언론인이란 것이 훈장이 되는 사회라면 문제 있는 사회 아닌가요?
"그렇죠. 사실 해직기자란 단어는 1970년대 유신독재 당시 '동아투위'나 '조선투위' 때 등장했던 걸로 기억하고 5공 때도 의로운 기자들이 고초를 당하면서 등장한 단어로만 여겼는데, 21세기에 MBC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제가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 못했어요. (이 사회가) 정상은 아니라고 봐요."

- 해직기자가 돼보니 어떻습니까?
"글쎄요(웃음). 이게 대체 어느 시대인가 하는 참담함도 있고. 세상이 거꾸로 되도 한참 거꾸로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해직된 이유는 파업 주도가 아니라 실은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 주도와 기자들 제작거부 주도 두 가지인데요. 이것은 공정방송을 요구한 집단 의사표시였죠.

방송법 6조 1항을 보면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돼있어요. 방송법 취지대로 공정방송 요구한 사람은 해직이 되고, 그 퇴진 대상이었던 보도본부장은 자리를 바꿔 특임 이사를 하고 있고, 보도국장은 갑자기 마련된 베이징 지사장으로 발령났어요. 이것이 지금 MBC의 현실입니다.

더구나 김재철 사장은 작년 11월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보도 불공정 시비가 또 일어나면 (책임자들) 다 나가라고 후배들이 연판장을 돌려라'고 했어요. 연판장이 아니라 투표를 통해 그런 뜻을 표출했더니 회사를 그만 다니라고 하네요." 

- 기자협회장은 언제부터 맡으셨나요?
"작년 3월 8일부터요. 임기가 1년이에요. 사실 임기는 끝났죠. 그런데 파업 상황이라 회원들께 '파업이 끝날 때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고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비상시국이라 장기집권(?) 해도 이해해달라'고 했어요."

- 작년이면 김재철 사장 체제하였잖아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뇨. 전혀 그렇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기자회라는 조직 자체는 친목단체 성격입니다. 오늘날 이렇게 보도가 망가져서 그런 친목단체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깃발을 치켜들고 노동조합보다도 먼저 행동에 나서리라고 생각 못했죠.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한 건데요. 제가 기자회장 선거에 입후보 할 때 세 가지를 공약했습니다. 첫째, 위아래의 소통 강화, 둘째, 뉴스 정의를 밝히는 일, 셋째, MBC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의견 수렴이었어요.

제 나름으로는 소통 강화를 위해서 수년 만에 기자회보를 복간했고, 뉴스 모니터도 꼼꼼히 하면서 국장, 본부장에게 수시로 의견도 제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했어요. 뉴스 개선을 위한 평기자들의 아이디어도 수집해 보고 바쁘게 지냈는데, 결국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살리고 보도국을 정상화시키려면 집단적이고 적극적인 항의밖에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 그럼 예전에는 파업을 해도 기자협회장이 해고되거나 한 적은 없나요?
"네, 전혀 없었습니다. 노조 간부가 아니면서 이런 일로 해고당한 것은 제가 처음이죠."

"공지영·김여진 섭외하고 싶었지만... 출연거부에 자괴감"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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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어느덧 4년이 지났습니다. 4년 동안 MBC는 엄기영 사장 2년, 김재철 사장 2년 겪었어요. 두 사장을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제가 엄 사장 시절을 높이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김 사장 체제는 최악 중에 최악이죠. 이명박 정부하에서 엄 사장 시절에는 신경민 앵커 하차와 같은 외압 사태가 있었지만, 개별 뉴스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나 보도통제는 그다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예를 들면 저희 법조기자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특종을 해도 아무 문제 없이 보도가 나갔어요. 또 제가 정치부에 있을 때도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여러 차례 내도 간섭이나 압력을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김재철 사장이 오고부터,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작년 하반기부터 뉴스에 대한 통제가 노골화 됐어요.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PD수첩을 비롯한 시사교양에 손을 대고, 라디오 쪽을 통제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보도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셈이죠.

- 기자로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취재거부 당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럴 때의 심경은 어땠나요?
"FTA 시위 현장 같은 곳에서 현장 기자들이 야유를 받아서 상처를 받았던 건 잘 알려져 있죠. 저의 경우는 아침뉴스 앵커를 할 때 몇 번 자괴감을 느낀 일이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화제의 인물을 앵커가 직접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었는데요. 사람을 섭외하려고 회의를 하면 번번이 벽에 부딪쳤어요.

예를 들어 <도가니>가 큰 이슈가 될 때 '공지영 작가를 인터뷰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다 '맞아, 공 작가는 MBC 출연 거부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포기하게 돼요. 자체적으로 검열하는 거죠. 김여진씨가 한진중공업 관련해서 열심히 활동하실 때도 소셜테이너에 대해 조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멈칫 하게 됐죠. '아, 그분도 MBC는 출연 안 한다고 했지' 하고 말이죠."

- 한 인터뷰에서 "MBC 기자회가 제작거부를 하는 과정에서 공정보도를 요구하고 불공정보도 일지를 만들었지만 MBC 측에서는 전혀 대응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사측이 왜 그랬을까요?
"애초부터 사측은 강경 진압에만 관심이 있었고, 이 문제를 대화로 풀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측은 지금도 저희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공격하지만 사측이야말로 처음부터 정치적이었어요.

저희가 1월 초 보도국장, 본부장 퇴진요구를 결의하고 다음 날 보도국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을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너희의 움직임에는 정치적 배후가 있다'였어요. '보도를 정상화 시키자'라는 주장을 무조건 정치적 주장으로 색깔을 입혀서 몰아가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배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웃음)"

- 언론의 존재이유는 권력비판과 견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걸 하지 않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도 없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요?
"물론이죠.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권력비판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죠.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잖아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근원적인 원리도 바로 언론의 감시와 견제라는 건 어린 학생들도 아는 기본 상식이잖아요. 비판 기능은 거세되고 단순하고 평면적인 사실만 전달한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죠. 물론 권력비판이라는 것이 정부나 여당만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야당도 잘못하면 당연히 비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 제가 알기론 간부급은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아요. 최일구 앵커 등이 보직을 사퇴하면서까지 파업에 동참했는데, 원인이 어디 있을까요?
"그만큼 MBC에서 김재철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거든요. 이런 것은 전례가 없어요. 파업은 늘 조합원 신분, 부장 이하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문율이고 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보직을 다 던지고 내려오시는 것은 MBC에 오래 다닌 분들일수록 김 사장 체제의 심각성을 더 절박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기자든 간부 사원이든 간에 이 체제로는 어렵다는 것에 대해 평가가 다르지 않다고 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기본으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몸부림"

- 지난주, 박 기자의 해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기자 166명이 사표를 제출했어요. 사표는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사표는 기자들이 작성을 해서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일괄 건네준 상태이고, 비대위가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사측에서 기자는 물론 앵커까지 계약직 대체인력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기가 막히죠. 왜냐하면 채용 문제는 회사의 근본에 해당하는 문제이고 제가 알기론 노사간에도 협의해야 하는 것으로 알아요. 단체협약에도 관련돼 있을 텐데. 김 사장이 MBC를 자기 개인 회사인 걸로 착각하고 제멋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 우리나라 언론사(史)에서 앵커를 계약직으로 한 예가 있나요?
"들어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사상 초유의 행동을 하고 있어요.(웃음) 전혀 이해가 안 갑니다. '밀리지 않겠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조의 파업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고밖에 보기 어려워요."

- 지난주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이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김 전 이사장이 왜 시인을 했을까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진실을 말해야 하니까 그랬을 것 같고. 또 그분도 MBC 출신이에요. 아마도 김 사장 체제하에서 MBC가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을 보면서 MBC 출신의 원로로서 뭔가 참담함을 느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해봅니다."

- 이번 파업의 구호는 '사장 퇴진'입니다. 하지만 현 체제에선 김 사장 같은 사람이 사장으로 또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방문진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동의합니다. 기자들끼리 이런 얘기 많이 했는데, (방문진 개혁이) 김 사장을 퇴진시키면 반드시 논의해야 할 과제라는 겁니다. 과거에도 대통령과 연줄이 있거나, 캠프 특보 출신 같은 노골적인 수준은 아니어도 낙하산 사장 논란이 아주 없진 않았죠. 이후에도 누가 집권하건 낙하산 사장 논란은 있었죠.

이젠 재발 방지가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승자독식 구조로 현 집권 세력이 방송사를 통제할 수 있는 인적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식의 이사회 구성이 돼야 할 것이고, 사장 선임 방식도 지금과는 달라져야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방송 3사와 <부산일보> <국민일보> 파업 등, 현재 '언론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신문사 경우는 자세히 모르겠고, 방송사를 보면 공영방송 내지는 정부가 사장 선임에 간여할 수 있는 매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잖아요. 공영매체에 대한 인적통제 그리고 지나친 간섭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뒤늦게 일어났다고 지적하는 것 잘 알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왜 하필 선거 때 이러느냐고 하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더 고립된 길로 빠질 수도 있고 공영방송의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공영방송의 기본으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몸부림입니다. 어느 편들자는 것도 아니고 정말 불편부당,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하자는 것입니다. 정권에 불리하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뉴스를 빼고, 왜곡하는 그런 방송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가진 사람이건 못 가진 사람이건, 중앙에 살건 지방에 살건, 소수자이건 다수자이건 간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 태어나겠습니다. 저희들의 싸움을 지켜봐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반드시 승리해서 그런 약속들 지켜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태그:#박성호, #MBC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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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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