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중계>가 <PD수첩>인가요? 15분 안의 집중분석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2월 25일 방영된 KBS <연예가중계> 중 '빅뱅 컴백, 용서받은 복귀인가?'라는 리포트를 본 한 트위터리안의 날선 반응이다. 일부 시청자들과 해당 팬들 사이에서는 <연예가중계>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3년 전 일을 또 물고 늘어지는 저의가 뭔가? 당사자가 취재해달라고 했나? 이 기회로 JYJ 팬덤은 KBS를 boycott 하기 바란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공정성을 되찾을 때까지 <연예가중계>라도 시청거부하길 바란다."

"<연예가중계> 요즘 왜 이렇게 구설수가 많은지? 어떻게 된 게 공중파 방송이란 데가 자극적인 기사거리 찾아다니는 케이블 연예방송보다 한술 더 뜨는 듯." 

현장취재를 포함해 연예가의 사건사고와 논란을 다루는 <연예가중계>의 한 꼭지가 오히려 논란을 빚고 있다. 신중하고 균형을 잡아야할 기획취재가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내용이 문제의 소지가 됐을까.

 <연예가중계>의 진행자인 배우 신현준과 박은영 아나운서

<연예가중계>의 진행자인 배우 신현준과 박은영 아나운서 ⓒ KBS


'불편한 진실 파헤치다'란 칭찬에 고무된 <연예가중계>?

최근 한 달 간 <연예가중계>가 다룬 꼭지들을 보자. 2월 18일은 '임성한 작가 남편 손문권 PD 자살'을, 25일에는 '빅뱅 컴백'을, 3월 3일은 '억소리 나는 스타들의 결혼식'을, 10일에는 'JYJ, 사생팬 폭생사건 심층 취재'를 다뤘다.  예전과 다름없이 한 주 간의 현안 중 하나를 채택, '이슈메이킹'에 나선 것이다.

우선 '손문권 PD 자살' 사건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손 PD의 자살 사건과 관련 꽁꽁 숨겨졌던 임성한 작가에 대한 의혹과 함께 유족들을 인터뷰함으로서 표면에 드러난 사실과 다른 문제들을 환기시켰다. 이에 한 매체는 '<연예가중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다. 그러나 임성한 작가가 지금까지 KBS 드라마를 한 편도 집필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불편한 진실'이 아니었다는 다른 입장도 있다.

이것에 고무됐던 것일까. 다음 주 방송에선 컴백을 앞둔 빅뱅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러나 정작 이 기획 리포트는 작년 한해 사건사고에 휘말렸던 대성과 지드래곤에 대한 정황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자사 방송문화연구소의 설문조사를 통해 '빅뱅 컴백' 반대를 분명히 하는 한편, 제작진의 입맛에 맞는 일부 기자, 평론가와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반면 이례적인 15분 간의 방송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대성이 교통사고를 낸 사망자 어머니와의 인터뷰였다. 하지만 손문권 PD 유족과의 인터뷰와는 다른 헛발질임이 드러났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망자 어머니와의 인터뷰에 긴시간을 할애했으나 알맹이가 없는 감정적인 화면으로 일관했고, 급기야 방송 다음날 유족 대표인 사망자의 형이 나서 "대성측과는 잘 합의했다"는 반박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더욱이 KBS와 빅뱅의 YG엔터테인먼트가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빅뱅 논란' 편은 인터넷 상에서 'KBS 연예가중계, '빅뱅 컴백 찬반'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또 방송 상에서 "검찰이 지드래곤을 기소유예하면서 초범이고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인 것을 고려해서 용서해 준거지 죄가 없다라는 얘기는 아니거든요"라고 인터뷰한 한 스포츠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 분량과 관한 글을 남겼다 삭제해 빅뱅 팬들에게 원성을 듣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연예가중계> '빅뱅 컴백' 리포트의 한 장면

<연예가중계> '빅뱅 컴백' 리포트의 한 장면 ⓒ KBS


'국민의 소중한 시청료'로 '사생 사진' 제보료 지급?

<연예가중계>는 이어 지난주 스타들의 고액 결혼식을 살짝 꼬집은 뒤, 다시 'JYJ 폭행 사건'을 끄집어냈다. 지난 6일 최초 보도가 있은 뒤 JYJ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 '사생팬' 일반의 문제점으로 전이되며 일단락되던 사건에 재점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음성파일 일부를 지상파 방송에 내보는 모험을 감행하면서도, 최초 보도한 모 매체의 해당 기자 인터뷰를 버젓이 내보낸 반면 JYJ 측의 반박은 전혀 담지 않아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형보도도 포기해 버렸다.

앞서 제작진은 방송 전 홈페이지 시청자제보란을 통해 '나만이 알고 있는 스타의 비밀을 사진 및 동영상으로 제보해주세요! 채택된 분들은 소정의 제보료를 드립니다'라고 공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연 이러한 제보가 '사생팬'을 근절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조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엄연히 사적인 영역 역시 존중받아야할 연예인에 대한 파파라치 혹은 '사생 사진'을 마치 무슨 거창한 사회고발 제보인냥 설명하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 사진 제보료 역시 'KBS 수신료'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까지 줘가면서 챙긴 '사생 사진'을 방송하며 화면 하단에 "이 프로그램은 국민의 소중한 시청료로 제작됐습니다"라는 자막을 걸겠다는 KBS의 오만함을 엿볼 수 있다.

보도 이후 진행자인 배우 신현준과 박은영 아나운서의 멘트도 질타를 받았다. 둘은 JYJ 관련 보도 직후 "제 사생팬은 탁재훈씨입니다. 방송보고 있을 거예요. 탁재훈씨 저도 사생활이 있으니까요 조금만 자제해주십시오"라거나 "두 분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시죠?"라고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아 빈축을 샀다. 사생팬과 JYJ 멤버들, 양쪽의 폭력을 짐짓 꾸짖는 보도 이후 장난기 넘치는 진행으로 자기 방송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꼴이 됐다.

 10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10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 KBS


파파라치 매체를 따라가느냐는 비아냥이 들리는 까닭

연예가의 현안을 발 빠르게 취재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시청자들 또한 연성화된 꼭지나 연예인 홍보만을 봐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사건사고나 피해자·가해자가 존재하는 영역에 관련된 보도는 분명 신중하고 또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만약 기획의 중요성에 비해 방송 시간이 부족하다면 분량을 늘려서라도 폭넓은 목소리와 의견을 수렴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바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해당 연예인은 팬덤은 물론이요, 시청자들에게까지 비난과 질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연예가중계>에 <PD수첩>식의 탐사보도를 요구하진 않는다. 설령 필요한 사안이 있다 해도 3~4가지 아이템을 소화하고 있는 여타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와 취재력을 담보해 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공영방송의 전국 시청률 10%를 넘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말이다.

이러한 비판은 비단 빅뱅의, JYJ의 팬덤에서만 흘러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30여 년 가까운 이력의 공영방송 연예정보프로그램이 '파파라치 매체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올까. 적어도 시청자 제보에 있어서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케이블방송 <화성인 바이러스>의 출연자 제보가 아닌 이상 말이다.

최소한의 방송철학이 없고 능력이 부재하다면 소소하고 재미있는 기획으로 승부하면 된다. 스타나 연예인과 관련된 진솔한 인터뷰 또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이템 부족을, 연예정보프로그램의 홍수를 핑계로 설익고 선정적이며 균형을 잃은 리포트로 30여 년 전통의 흠집을 내서야 되겠는가?

JYJ 빅뱅 연예가중계 사생팬 시청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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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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